일본의 지성을 상징해왔던 도쿄대학교,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상아탑인 의대가 조직적으로 입시에서 성차별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일본 사회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도쿄의대는 여성 수험생들의 점수를 일률적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합격자 성비를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실은 원래 도쿄대 의대가 우리나라로 치면 교육부인 문부과학성 재정지원사업 담당 국장의 아들을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도쿄지검이 수사를 하던 중 밝혀졌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이화여대 입시 부정 사건이 국정농단으로 비화한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국장의 청탁에 도쿄의대 이사장은 의대 관계자들에게 지시해 가산점 10점을 부여했고 국장의 아들은 16.5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도쿄대 의대에 합격했다고 합니다. 국장은 이 청탁을 하는 대가로 도쿄의대를 문부성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 5년간 지원을 받게 해주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도쿄의대 부정합격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과거 수험생 리스트에 특정 기호 등으로 표기한 사실이 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청탁 등을 기반으로 합격 대상자를 미리 정했다는 혐의가 짙습니다. 심지어 도쿄대에 기부한 19명의 학생에게 가산점을 줬다는 사실을 도쿄대가 공식 인정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실력이 아니라 권력과 돈이 있어야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입시부정 사건입니다.
출처 – SBS 유튜브
그런데 내부 조사에 따르면 도쿄 의대는 2006년 초부터 여성 지원자들의 점수를 조작해왔다고 합니다. 사수 이상의 남자 지원자들의 점수도 임의로 낮췄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도쿄대 측은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익명의 소식통에 의하면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 여성 입학자 수를 줄이자는 암묵적인 이해가 있었다고 합니다. 여성 합격자가 30%를 넘으면 안 되며 대학병원은 남성 의사가 있어야 제대로 돌아간다는 봉건적인 생각을 필요악이라 부르며 유지하고 있었던 겁니다. 여학생들은 졸업 후 출산과 육아 등으로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으니 줄여야 한다는 어이없을 정도로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인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출처 - 매일경제
도쿄의대가 점수를 조작해 여학생을 대거 탈락시킨 시기는 2011년부터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직전에 20% 후반대이던 여성합격자 비율이 2010년 40%에 이를 정도가 되면서 생긴 특단의 조치(?)라고 합니다. 점수 조작이 본격화된 2017년 입시의 경우 여성 합격자 비율은 18%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22%의 여성이 자신의 실력과 무관하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은 셈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일생일대의 시험에서 말이죠. 실제 일본 여성 의사 비율은 20.3%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습니다.
우리나라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OECD 여성 의사 비율 꼴지인 일본 바로 위가 우리나라이니까요. 인식 면에서 보자면 오십보백보 수준입니다만, 최근 들어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시위에 나서고 정부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조금 낫다고 할 수 있겠네요.
출처 - 연합뉴스
얼마 전 충격을 안겼던 광주 모 고교 미투 고발 사건 기억하시죠? 학생들이 교사들의 성희롱 성추행을 고발하면서 2015~2017년에 벌어진 교사들의 지속적인 학생 대상 성 비위가 드러나 파문이 인 바 있죠. 지난주에 그 학교 이사회에서 단체 성희롱 성추행 혐의를 받은 고교 교사 16명이 모두 직위해제되었습니다. 학교 자체 전수 조사와 교육청 전수 조사에서 제자들에게 성희롱 발언이나 성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이 교사들은 추후 처분이 있을 때까지 교사 직위를 잃고 급여도 일부만 받게 됩니다. 전수 조사 결과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학생은 180여 명에 달했습니다.
출처 - 이투데이
도쿄의대의 입시 부정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채용에 있어서 여성 차별이 심각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채용과정에서 여성을 차별했다고 의심되는 금융기관 18곳에 대한 세부조사에 나서는데요, 여기에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 금융사가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응시자 중 여성 비율과 최종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의 차이가 20% 이상인 사업장이 대상인데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여성들에게 실질적으로는 적용되는 감점 규정이 있는지, 업무와 관계없는 특정 사항을 평가항목에 반영했는지, 지원서에 성별을 표기하도록 한 것이 병역 확인 여부 이외의 평가에 반영됐는지 등 여성 차별 채용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는 9월까지 조사를 마친 뒤 위법사항이 있는 경우 사법처리를 의뢰할 전망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가 4급 이상 퇴직 간부들의 명단을 만들어놓고 기업과 짝지어주는 방식으로 채용을 사실상 강요한 혐의(업무방해)를 잡고 정재찬(62) 전 위원장과 김학현(61)·신영선(57) 전 부위원장을 구속했습니다. 입시와 채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원자의 실력이어야 합니다. 그 외의 것들이 자꾸 끼어드는 현실을 그냥 두고볼 수만은 없습니다. 특히 그것이 성별이나 인종 같은 요인일 때 우리는 그것을 차별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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