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논쟁을 넘어 동물권을 고려하는 축제로!

찜통이란 말로는 실제 더위를 표현하기 힘든 요즘입니다. 불가마를 방불케 하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초복과 중복이 지났습니다. 대체 말복까지 어떻게 버티란 말인가 싶지만 삼계탕이나 냉면 같은 먹거리를 찾아 먹는 재미가 있는 여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맘때면 해마다 똑같은 논란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바로 보신탕 논쟁이죠.


출처 - 스플래시뉴스


올해는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로 유명했던 킴 베이싱어가 미국 LA 한국 영사관에서 개고기 식용 문화에 항의하는 집회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개고기에 반대하는 옷을 입고 피켓을 든 킴 베이싱어가 동물보호단체 사람들과 더불어 항의 시위를 했다고 하죠.


출처 - 서울신문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날씨보다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견인 토리를 등장시켜 시민들의 큰 관심을 끈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초복의 뙤약볕 아래에서 동물 해방 시위를 했습니다. 개 도살 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시위였죠. 개 식용 문제는 위법과 합법 사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남의 반려견을 훔쳐서 도살하고 잡아먹는 것은 현재 상식으로도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만,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의 대상에 들어 있지 않지만 축산법에서는 가축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법 조항 자체가 이랬다 저랬다 하고 있으니 애매한 상황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최근 들어 개 식용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국내에 반려견, 반려묘 등 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인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룹니다. 이에 더해 동물권을 인식하고 채식주의 같은 식문화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등 다양성이 점점 인정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과거에는 주로 외국 동물보호단체들이 개 식용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이 집회나 시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반려동물로서 개의 인기가 높아진 만큼 개고기에 대한 인기는 폭락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1996년 설문조사에서 37%를 받아 최고의 건강식품 1위로 꼽혔던 보신탕은 2015년에 이르러 6%로 내려앉았습니다. 소, 돼지, 닭 등의 고기를 쉽게 사서 먹을 수 있는 현재로선 굳이 개고기를 찾아 먹을 이유가 줄었기 때문일 겁니다.


출처 - Pawel Kuczynski


개고기 식용 금지법에 대한 찬반 여론이 갈리는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개고기 옹호론이 단순히 개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지난날 브리지트 바르도가 개고기를 먹는 한국 사람들을 비난했을 때는 한국 문화에 대한 몰이해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개고기를 먹거나 안 먹거나는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일이라서 이를 다른 사람이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겁니다.


출처 - 세계일보


지난 5월 개고기 식용 금지법에 대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20대에서 반대 목소리가 가장 높았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개고기를 거의 입에 대지 않지만, 먹고 싶다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막는 건 잘못됐다고 보는 젊은이가 아주 많다는 의미입니다. 본인은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개와 고양이와 흔히 먹는 소, 돼지, 닭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라는 이중잣대에 대한 불호가 크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편 성장이 끝난 어른이 아닌 이상 미성년자가 채식을 하는 것은 영양불균형의 위험이 큽니다. 채식주의자인 부모가 자녀들에게 채식을 강요한다면 이 역시 식습관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빼앗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다양한 이유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은 개 식용을 옹호한다기보다 강한 개고기 반대론에 반대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출처 – MBC 유튜브


개고기를 즐기는 사람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으므로 이런 추세라면 보신탕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 같습니다. 수요가 없는 사업이 유지되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반대 급부로 동물권은 점차 신장될 조짐입니다. 어쩌면 식문화 관점에서 개고기를 먹는 문화를 보호하자는, 지금은 이상하게 들릴 얘기가 나오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출처 - 배달의 민족

 

최근 배달의민족이 동물보호단체 회원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서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2일 열린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방해했기 때문인데요, 이날 동물 보호단체 회원 7~8명은 시험 시작 직후 무대로 나와 “닭을 먹지 말라” "닭이 치킨이 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진실을 숨기고 ‘치믈리에’라는 이름으로 유희화하는 것에 분노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마케팅 차원에서 행사를 준비해왔던 배달의민족 운영업체인 (주)우아한형제들은 23일 입장문을 내어 "오랜 시간과 비용, 노력을 기울여 함께 준비한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하고, 수백명의 참가자들에게 죄책감과 불편한 마음을 갖도록 했다"면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에게 민형사상 대응 방침을 예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채식주의를 추구하는 동물보호단체 '우아한 피믈리에' 활동가들은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 사무실 앞에서 모여 '치믈리에 자격시험' 폐지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쯤 되면 '개고기만 반대하는 줄 알았더니 닭도 먹지 말라는 것인가?' 하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어안이 벙벙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치믈리에 자격시험이란 게 대체 뭘까요? 배달의민족이 2017년 1회 행사로 진행한 '치믈리에 자격시험'은 1교시 필기시험과 2교시 실기시험으로 나뉩니다. 필기시험에는 마치 수능시험처럼 듣기평가 항목도 있습니다. 지난해 듣기평가 시험에서는 "다음 소리를 듣고 진짜 닭소리를 보기에서 고르시오"가 1번 문제로, "다음 멜로디를 듣고 치킨 프랜차이즈의 광고음악이 아닌 것을 보기에서 고르시오"가 2번 문제로 출제됐다고 합니다.

 

출처 - 배달의민족

 

치믈리에 자격시험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실기시험은 치킨의 맛을 보고 치킨 브랜드와 메뉴를 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됐습니다. 실기시험은 총 12개의 치킨을 후라이드 치킨 영역, 가루 치킨 영역, 양념 치킨 영역, 핫양념 치킨 영역으로 각각 3개씩 나눠 치러졌다고 합니다.

 

출처 - 배달의민족

 

2017년에 열린 첫 시험에는 추첨을 통해 선발된 500명이 참가해 119명의 치믈리에가 배출됐습니다. 치믈리에 자격증은 올해 민간 자격증으로 등록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119명의 치믈리에는 치킨과 잘 어울리는 맥주 개발에 참여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했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한국 수제 맥주 브랜드 '더부스'가 최근 내놓은 맥주 치믈리에일은 119명의 치믈리에가 치킨과 잘 어울리는 맥주 맛을 찾아낸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죠. 이 정도면 일개 기업의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출처 - 배달의민족

 

치믈리에 행사 반대 기습시위 사건에 대해 인터넷상에서는 찬반이 엇갈렸습니다. 아무리 좋은 취지더라도 기업이 주관한 행사장에 난입해 기습적으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과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의 시위였고 폭력적이지도 않았으므로 배달의민족 측의 법적 대응 방침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밥상에 오르는 동물들의 생존권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동물권 보호운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PETA(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한인타운 한복판에 산낙지 식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옥외광고판을 내걸었습니다.

 

출처 - 미주중앙일보

 

 
PETA가 설치한 옥외광고에는 산낙지 사진과 함께 영어와 한글로 "저는 저예요. 고기가 아니라구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PETA 측은 산낙지 요리가 매우 잔인하며 동물에 극단적인 고통을 주는 형태라고 지적하면서 한인타운 식당들이 산낙지 등 살아 있는 해산물을 손질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트레이시 라이먼 PETA 수석 부회장은 "낙지의 다리를 잘게 잘라 음식으로 만드는 것은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PETA 측은 식당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망신을 줘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스위스에서는 조리법이 잔인하다며 산 채로 바닷가재를 요리하는 걸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상황이기도 합니다.

출처 - 동물출제 반대축제 기획단

 

지난 7월 7일 우리나라에서는 송어나 산천어, 오징어 맨손잡기 축제로 동물이 학대를 받고 있다는 비판을 하는 축제가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은평구 서울혁신 파크에서 열린 ‘제1회 동물의 사육제 2018-동물축제 반대축제’(동축반축)는 지난 2013~2015년 서울대 수의대 천명선 교수팀이 진행한 전국 86개 동물축제 동원 동물 이용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동물축제의 현황을 살피고 올바른 동물축제의 방향성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생각비행

 

동물축제반대축제를 기획한 정혜윤 CBS PD는 "인간의 축제가 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죽음의 카니발'이 되는 셈"이라며 "동물축제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동물은 인간의 이익 추구, 욕구 추구, 오락 여가 선용의 수단일 뿐이어서 현재와 같은 동물축제에 반대하는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 생각비행

 

생명다양성재단·시셰퍼드코리아·아름다운커피·나온버스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행사에는 동물 복장을 한 배우들이 연기하는 동물 코스튬 플레이와 동물이 선거 유세를 한다는 내용의 연극, 동물 축제를 주제로 한 릴레이 토크 등이 이어졌습니다. 동물축제반대축제 행사장 곳곳에는 동물들이 인간처럼 당을 만들어 자신들을 대표로 찍어달라면서 공약을 붙여놓았습니다. 공약을 읽으면 각각의 동물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참 기발한 방법입니다.

 

이 축제를 기획한 이들은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반경 2km 빙판 아래 갇힌 산천어들의 처우를 같이 고민해보자고 했습니다. 대표적인 동물축제로 자리 잡은 화천 산천어 축제에 동원되는 산천어는 지난해 기준으로 180톤, 76만 마리에 해당한다죠.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전국 17개 업체가 생산한 양식 산천어들은 운송 중 스트레스를 받아 토하고 기절하고 깨어나길 반복한다고 합니다. 축제가 끝나고 운 좋게 살아남은 산천어는 굶어 죽거나 축제 중 생긴 상처가 곪아 폐사되고, 죽은 산천어는 어묵 공장으로 보내집니다. 동물축제반대축제 기획단은 동물축제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축제에서) 동물은 인간의 이익 추구, 욕구 추구, 오락, 여가 선용의 수단일 뿐인 죽음의 카니발"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제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고 유익한 축제 프로그램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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