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

 

"이게 나라냐?" 하고 광장에서 외치던 겨울을 보내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비정상적인 상황이 하나하나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어 기쁜 요즘입니다. 이번에는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의 사망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질병에 의한 자연사가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한 사망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죠.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 도중 박근혜 정권의 충견이었던 경찰의 물대포 직사가 원인이 되어 돌아가신 것이 너무도 분명한 사건이었습니다.


출처 - 뉴시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서울대병원의 주치의 백선하 교수는 백남기 농민의 사망을 지킨 3년 차 전공의에게 사인을 병사로 기재하라고 지시하고는 국정감사에서도 백남기 농민의 유족이 적극적 치료를 원치 않아 치료를 시행하지 못해 사망 종류를 병사로 기록했다고 재차 주장했죠. 

 

당시에도 대한의사협회 지침에 따라 외인사로 기록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으며, 심지어 대한의사협회의 지침을 만든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도 외인사로 적었어야 했다고 쐐기를 박았죠. 하지만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는 사망진단서 작성이 주치의 고유 권한이라며 끝까지 우겼습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권 차원에서 서울대병원 주치의에게 유·무형의 압력이 있었거나 백선하 교수 스스로 곡학아세한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출처 - 매일경제


하지만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자연의 순리처럼 박근혜가 탄핵당하고 구속된 후 정권이 바뀌자 비정상적이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유족과 시민단체의 이의 제기에 서울대병원은 의료윤리위원회를 통해 백선하 교수가 진단서 작성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하고 백선하 교수와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전공의에게 정정을 권고했다고 하죠. 하지만 백선하 교수는 끝내 권고를 거부했고 직접 사망을 보고 진단서를 쓴 전공의의 동의하에 사망진단서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사망진단서 변경으로 백남기 농민의 직접 사인은 심폐정지에서 급성신부전으로 변경됐습니다. 기존에는 급성경막하출혈에 따른 급성신부전에 의해 심폐정지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번에 수정된 사망진단서에서는 중간 사인을 패혈증으로 적시하고 패혈증의 선행사인으로 외상성경막하출혈을 지목했습니다. 사실상 뇌출혈을 일으킨 직접적 사망원인이 경찰의 물대포라고 인정한 겁니다. 이와 동시에 서울대병원은 사인 정정이 너무 늦어진 데 대해 백도라지 씨를 비롯한 유족들에게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는 사망진단서 정정은 당연한 일이며 늦게나마 정정이 이뤄져 다행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족들은 그동안 사망신고를 할 경우 사인이 기존 진단서대로 병사로 굳어질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여 고인의 사망신고조차 못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는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와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의 사죄와 당시 병원장과 안종범 경제수석의 사적 만남 등을 철저히 조사해 밝혀야 한다는 주장을 밝히는 한편 함께해준 국민의 힘으로 승리했다며 도움을 준 모든 국민의 성원에 감사의 뜻을 보냈습니다.


출처 - 중도일보


표창원 의원의 "만시지탄이지만, 고맙습니다"라는 메시지나 은수미 의원의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일제히 '늦었지만 진실이 바로 잡혀 다행'이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적폐의 아성인 자유한국당은 사인 변경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국민은 거의 없다는 해괴한 소리를 해서 국민의 공분을 샀죠.

 

출처 - 한겨레


당연하지만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벌어진 민중 시위를 살인 진압한 경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대포를 쏜 장본인인 경찰은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유족과 시민단체들의 줄기찬 사과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던 경찰 측은 지난 16일 이칠성 경찰청장이 처음으로 직접 나서서 사과의 뜻을 표명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이칠성 경찰청장은 "그동안 민주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생을 마감한 박종철, 이한열 등 희생자를 비롯해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유명을 달리한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 및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찰의 공권력은 어떤 경우일지라도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절제된 가운데 행사돼야 한다"면서 "경찰의 지나친 공권력 행사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앞으로 일반 집회시위현장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을 것이며 사용 요건을 최대한 엄격하게 제한하겠다" "이는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법제화함으로써 철저하게 지켜나갈 것"을 약속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게 나라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촛불개혁 10대 과제에 포함했던 사건 진상 재규명 조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유족 측에는 그동안 국가의 폭력으로 고통받은 데에 대한 합당한 배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경찰 쪽에서는 책임자 문책과 처벌이 뒤따라야 합니다. 아울러 조사 와중에 박근혜 정권 차원의 외압이나 회유가 있었다면 명명백백히 밝혀 다시는 시민의 억울한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못을 박아야 할 것입니다.

 

생가비행은 고 백남기 농민이 살인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고 있을 상태 때부터 박근혜 정부에 책임을 물었습니다. 아울러 국민을 짓밟고 소통을 단절한 권력자의 말로가 어떠했는지를 묻고 성찰을 촉구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올렸습니다.

 

 

백남기 농민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에게 국가의 존재 이유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광장에서 생각비행은 청소년들에게 사회의 문제를 고민하게 하는 책을 기획했습니다. 인생, 삶의 태도, 사회와 국가 등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자유롭게 키워나가도록 도와주는 책 말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에 플라톤은 자신이 사랑했던 조국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점령당하고, 망가지는 민주정치를 봐야 했으며, 우매한 아테네 시민의 손에 존경하는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죽임을 당하는 모습마저 목도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올바름이란 무엇일까?"
"올바르게 사는 것이 행복할까, 아니면 올바르지 않게 사는 것이 행복할까?"
"올바름이 국가에서는 어떻게 생기는 걸까?"

 

플라톤은 지중해 주변 국가들 돌아다니며 많은 철학자, 수학자, 성직자 등을 만나고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며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기록했습니다. 그 책이 바로 《국가》입니다.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습니다. 


혼란한 아테네의 정치를 개혁하려고 했던 이유, 어떤 사람에게 나라의 통치를 맡겨야 하는가, 그런 통치자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바람직한 ‘이상 국가’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왜 철인(哲人)이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플라톤은 《국가》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이 ‘국가 혹은 올바름에 대하여’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죠.

 
생각비행이 광장에서 기획한 책, 《플라톤, 이게 나라다!》를 읽으면 당대의 고민을 삶으로 풀어낸 플라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리스의 정치, 사회의 문제를 지금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실과 비교하여 생각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 이게 나라다!》는 서양철학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어렵게만 생각해서 잘 읽히지 않는 고전인《국가》를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플라톤의 고민을 이 시대에 풀어내는 청소년이 늘어난다면, 다가오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요?

 

출처 - 뉴시스

 

질문이 느낌표가 될 때까지 최고의 사상가들과 우리 청소년들이 함께 고민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울러 고 백남기 농민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 시대의 청소년들이 가슴 깊이 간직하길 바랍니다.

 

최근 새로 확보된 안종범의 수첩 속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뇌물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들어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박근혜의 구속 기한이 연장되었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경영권 승계 지원의 대가로 430억 원대의 뇌물을 주었는지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뇌물은 어느 시대에서든 빼놓을 수 없는 흥미로운 관심사입니다. 시대에 따라 뇌물처럼 좋지 못한 의미로 쓰이는 돈의 별명도 각양각색입니다. 만 원짜리 색을 딴 '배춧잎',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처럼 '봉투'가 부정한 돈의 의미로 쓰이기도 했죠. 군사독재 시절에는 군인들과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일본어인 '와이로'(わいろ)가 그대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순사 포케또에 와이로 좀 찔러드렸다"는 식으로 한국어인지 일본어인지 모를 말들이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 SBS


이보다 이전인 조선시대로 올라가면 화폐보다 현물이 뇌물로 사용되었습니다. 산삼 같은 귀한 약초야 사극에도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뇌물입니다만, 잡채와 김치가 뇌물로 쓰인 적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는지요? 조선의 잡채에는 오늘날과 달리 당면이나 고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김치는 오늘날과 달리 각종 채소류를 소금에 절인 음식을 뜻했다고 합니다. '침채'로 불렸죠.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땔감이 귀한 조선에선 튀김 요리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절임 같은 발효식품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출처 - SBS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정치가인 신흠의 문집인 《상촌집》을 보면, 김치와 잡채가 광해군의 문고리 권력인 내시들에게 얼마나 잘 통했는지가 적혀 있습니다. 잡채와 침채(김치)를 바쳐 벼슬을 얻어 잡채상서니 침채정승이니 하는 말까지 나돌았을 정도라고 합니다.


한편 임진왜란 때 왜의 선봉장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가 패퇴하여 일본으로 도주할 당시 바닷길을 열어달라며 이순신 장군에게 총과 칼, 금은보화를 뇌물로 바쳤다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왜군에게 빼앗은 총칼이 산더미처럼 쌓였고, 금은보화는 조선 백성한테서 도적질한 것일 테니 절대로 받지 않겠다고 호통을 치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싸워서 모조리 물리치겠다며 전의를 다졌다네요.


출처 - 조선일보


일본의 총리인 아베 신조는 전범의 후손답게 최근 온갖 스캔들에 휘말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부인인 아키에는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이 제기되었고, 아베 신조 본인은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학원 산하 대학에 무려 52년간 불가능했던 수의학과 신설 허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 우익 사학과 연루된 스캔들이 연이어 터졌습니다. 일본 국민의 과반인 65퍼센트는 아베 신조 정부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박근혜, 트럼프, 아베 신조까지 한-미-일 정상들이 사이좋게 손잡고 교도소에 들어가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군요.

출처 - 한국일보


한편 이 스캔들 덕분에 일본에서는 뇌물을 뜻하는 새로운 은어가 탄생했습니다. 우익사학재단인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이 국유지 헐값 매입을 위해 자민당의 전 방재담당장관에게 봉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종이에 들어있는 물건을 건네 받긴 했지만 바로 되돌려줬다며 "(봉투에 들었던 게) 돈인지 곤약인지 모르겠다"고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100만 엔 현찰의 두께가 1센티미터 정도 되는데 일본 슈퍼마켓에서 파는 곤약의 두께가 딱 그정도라고 하는군요. 실제로는 상품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간에선 곤약이 돈의 은어가 되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극심한 파벌정치와 사실상 일당독재에 가까운 정치 후진국 일본은 그에 걸맞게 뇌물과 관련된 은어가 많았습니다. 전후 최악의 부정부패로 불리는 1976년 록히드 사건 때는 '피넛(땅콩) 100개'란 말이 유행했는데 뇌물수령 영수증 금액을 의미하는 은어였다고 합니다. 피넛 1개가 100만 엔이니 1억 엔이 오갔다는 뜻이죠. 이로 인해 일본 정치의 풍운아라는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가 구속되어 실각했습니다.


이 밖에도 위스키에 빗대 돈 받은 파벌 개수를 헤아리거나 풍덩과 퐁당이란 의성어로 지난 밤에 어느 정도 수준의 접대를 받았는지를 자랑하는 은어에 이르기까지 참 표현이 다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별칭으로 부르든 결국 뇌물일 뿐이죠.

출처 - 경향신문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은 뇌물죄에 대한 형량은 높으나 실제로 처벌받은 사람이 너무 적어 꼽기가 어려울 정도였죠. 뇌물은 민주주의 사회 시스템을 왜곡하고 열심히 사는 선량한 사람들의 일상을 무력하게 만드는 사악한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최고 권력자가 얽힌 뇌물죄 사건이 일벌백계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빌어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부터 탄핵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앤드루 존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에 이어 탄핵되는 대통령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면서 물러난 대통령은 닉슨이 유일하죠.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꾀했던 조직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가 발각된 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생각했으나 《워싱턴 포스트》의 탐사보도로 파문이 커졌죠. 연방수사국(FBI) 내부고발자의 증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닉슨은 계속 발뺌했지만 그에 의해 해임된 존 딘 백악관 고문이 상원 워터게이트 조사위원회에서 백악관 집무실의 대화 내용이 녹음된 테이프가 있다고 증언함으로써 꼬리가 잡힙니다. 특검은 녹음테이프 제출을 요청했고 닉슨은 어쩔 수 없이 중요 내용을 삭제한 테이프를 내놓게 됩니다. 대법원은 미공개분을 제출하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결국 다시 제출된 자료에서 닉슨과 보좌관들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중앙정보국(CIA)까지 움직이고 있었다는 결정적인 내용을 확인하게 됩니다. 탄핵 심판을 피할 수 없었던 닉슨은 결국 사임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죠.  

출처 - 서울포스트

 

그로부터 24년 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지퍼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은 성 추문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습니다. 재판 초기에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죠. 하지만 르윈스키가 동료에게 성관계가 있었다고 말한 녹음테이프를 입수한 특별검사가 클린턴의 위증을 추궁합니다. 공화당 주도로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었으나 상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무죄 표를 던져 탄핵안이 가결되진 않았습니다. 

 

닉슨은 명백한 불법을 저질렀고 이를 수사하려는 움직임을 권력을 동원해 방해했습니다. 반면 클린턴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문제를 일으키긴 했으나 사생활의 문제일 뿐 범죄행위로 보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클린턴 탄핵은 공화당 강경파가 클린턴을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벌인 측면이 강했다는 겁니다. 1998년 12월 하원의 탄핵 소추 결의 뒤 갤럽 조사에서 '탄핵 반대 68퍼센트, 탄핵 찬성 29퍼센트'로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죠.

 

출처 - ㅍㅍㅅㅅ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제임스 코미 전 미국 FBI 국장의 입이 열렸습니다. 미국 시각으로 지난 8일 오전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코미 전 FBI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좋은 사람이다. 그를 놓아주라"라고 발언한 것을 대통령의 지시로 인식했다고 공개 증언했습니다. 그는 증언대에서 "나는 그것을 지시라고 봤다. 미국 대통령이 나와 독대하면서 (플린을 놓아주길) 희망한다고 말했고, 나는 그것이 그가 내게서 바라는 것이라고 인식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바람처럼 얘기했다곤 해도 대통령과 FBI 국장이란 관계로 독대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시나 다름없는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또한 코미 전 국장은 앞서 1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단둘이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자신에게 임기를 다 채우고 싶냐는 질문을 하며 "나는 충성심이 필요하다. 당신의 충성심을 기대한다"라고 말한 것도 FBI 국장인 자신을 밑에 두려는 시도였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해임된 이후 의회 공개 증언에 나서게 된 이유가 트럼프 행정부가 거짓말을 거듭해 자신과 FBI의 명예를 훼손하고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친구를 통해 증언한 내용을 기자에게 공유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선 캠프의 러시아와의 내통 혐의에 대해 특별검사가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는 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의도를 가지고 정보 유출을 한 행위를 시인한 것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와 그 옹호자들은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는 대통령과의 대화를 유출한 혐의로 코미 전 국장을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죠.


출처 - 뉴스1


전미 방송사와 SNS 등 존재하는 모든 매체가 생중계한 이 청문회는 미국 국민에겐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지난겨울 우리나라 국민이 박근혜와 최순실 관련 기사 하나, 뉴스 하나에 귀 기울였던 것처럼 말이죠. 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미 국민의 60퍼센트는 코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지 매체들도 이번 청문회에서 제임스 코미 전 국장과 FBI, 그리고 방아쇠가 된 대화 메모를 보도되도록 한 다니엘 리치먼 컬럼비아대 법학과 교수 등이 완벽히 승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대선 기간부터 러시아 스캔들을 시작으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고 탄핵 위기가 한 발짝 더 다가왔다는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번 사태를 묵인했던 법무부 장관 등 행정부는 패배한 셈이 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청문회 결과가 트럼프 탄핵론의 핵심 근거인 사법 방해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트럼프 진영으로서는 거의 최후의 보루인데요. 둘만의 대화였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인지 증명하기가 어렵고 만약 어느 진영에서든 녹취록이 나온다 해도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습니다. 이번에 임명된 특별검사의 수사가 1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 여부 결정도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일단 미국 언론과 정치권은 코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사법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증인 살해나 증거 인멸같이 명백한 사법방해는 아니더라도 그만한 직위에 있는 사람이 법 집행기관의 수사 절차를 부정하게 방해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는 미연방법상 포괄적 의미의 사법방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 것이죠. 특히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이유가 러시아 스캔들을 덮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FBI 국장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부정한 의도로 그 인사권을 행사했다면 합법적인 권한 행사라도 사법방해가 된다는 과거 판례가 있으니까요. 르윈스키 성 추문에 휘말렸던 클린턴 전 대통령과 워터게이트로 사임한 닉슨 전 대통령도 이 사법방해를 사유로 탄핵 소추를 당했죠.


출처 - 동아일보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트럼트 탄핵은 과연 가능할까요? 우선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넘어가기 위한 과반수 달성이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상원에서 과반수를 얻는 것은 더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코미 전 국장의 증언만으로는 트럼프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고, 특검 수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론이 트럼트 탄핵 쪽으로 기울더라도 실제로 탄핵 심판이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작년 우리의 겨울처럼 미국 특검이 수사를 시작합니다. 트럼프가 박근혜처럼 탄핵될 것인지 수사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지켜보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큰 관심사가 될 듯합니다. 애초에 트럼프는 미국이란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죠. 독재자의 후손이자 국정농단 사태를 불러온 박근혜처럼 말이죠.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코미 청문회 폭로가 터진 때와 맞물려 우리나라에서는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적힌 메모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뇌물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미국 정치판도 어떤 새로운 사건이 터져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예단만 할 것이 아니라 끝까지 봐야 하는 이유죠.

 

출처 - 경향신문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권력의 힘은 십 년을 못 가고, 붉은 꽃의 아름다움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사필귀정의 세상 이치를 달리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군요.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하던 미국의 시대도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 그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이 끝나가고 다변화되는 세계 정세에 맞춰 우리도 안보와 외교의 틀도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박근혜나 트럼프는 둘 다 사이좋게 교도소에서 죗값을 달게 받기 바랍니다.

 

'안아키'라고 들어보셨나요? '아나키'나 '아니키스트'의 오타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까지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한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를 일컫는 말입니다. 회원이 6만 명이 넘는 거대 카페였는데요, 문제는 이곳이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약을 거부하는 수준이 아니라 약과 현대의료 자체를 거부하는 모임이었다는 데 있습니다.


 

출처 – 안아키 카페


특이한 점은 이 카페의 설립자가 우리나라 최고라는 경희대 한의과를 졸업한 뒤 대구에서 30년 넘게 한의원을 운영한 한의사였다는 사실입니다. 자연주의 치료법이라는 게 아이 몸에 열이 펄펄 끓어도 숯가루와 현미액종만 먹이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하는 사실상 학대에 가까운 방식인데도, 이를 맹신해 아이의 건강을 해치는 엄마·아빠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30년 경력의 전문가가 앞장서서 비과학적이고 미신에 가까운 치료법을 설파했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카페 내에서 안아키 관련 물품을 판매해 이윤을 올렸으니 공포 마케팅도 이만한 게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여 당장 수술해야 하는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정신질환은 악마 들림이어서 구마 의식을 해야 한다며 장애인을 때려죽인 광신도들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번 경우는 업계의 전문 지식과 자격을 갖추고 영업까지 했던 사람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컸죠.


출처 - 데일리팜


안아키 카페 설립자인 한의사 김효진은 한의업계 내에서 배척받는 이단에 가까웠다고 하고, 대한한의학회조차 안아키 방식이 한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이 밝힌 바에 따르면 안아키 내에 최소 12명의 한의사가 이 주장에 동조해 극단적 자연주의 치유법을 설파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간 과학적인 입증 부분에서 곤란한 일을 많이 겪은 한의학계로서는 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식의 자연주의 치료법에 대한 관심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유행하고 있어 일종의 음모론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백신을 맞으면 자폐증에 걸린다고 하는 루머가 있죠. 

 

1998년 웨이크필드 학자가 의학잡지 《랜싯(The Lancet)》에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논문 게재한 이후 생긴 공포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MMR 백신은 홍역(Measles), 볼거리(Mumps), 풍진(Rubella) 예방을 위해 만들어진 혼합백신입니다. 각각의 백신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주사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혼합백신이 탄생한 겁니다. 권위 있는 의학잡지를 통해 MMR 백신의 위험성이 알려지자 부모들은 자기 아이이게 접종하기를 꺼렸고 이 때문에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예방 접종을 하지 않는 행위는 아이 개인의 건강에 문제를 초래하는 정도로 그치지 않고 집단 면역 체계를 무너뜨려 공동체 전체의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집단 면역이라는 말을 좀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집단 내에 다수가 면역을 가지고 있으면 감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추게 되어 면역력이 없는 개체가 감염될 확률이 낮아진다는 겁니다. 위 그림을 보시죠. 집단의 일부가 감염병에 감염(빨강)되고, 나머지는 건강하지만 면역성이 없는 상태(파랑)라면, 병은 빠르게 확산됩니다. 일부만 면역이 있는 경우(노랑)라면, 면역이 있는 사람만 감염을 피하고 나머지 대부분에게는 병이 확산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면역을 갖고 있다면 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어 면역이 없는 사람이라도 병을 피할 수 있게 됩니다. 백신 반대론자들이 "예방 접종을 안 해도 병에 안 걸리더라" 하고 경험담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백신을 안 맞아서가 아니라 백신을 맞은 대다수의 집단 면역 체계에 무임승차했기 때문이라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출처 - 백악관

 

백신 접종 음모론을 맹신하는 사람들 때문에 지난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여러 주에서 홍역이 유행했죠.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백신을 맞자는 칼럼을 내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2월 2일 NBC에서 방영된 인터뷰를 통해 "일부 가정에서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백신을 맞는 것이 맞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홍역 백신 주사를 접종하도록 촉구하기도 했죠. 위 사진 자료는 2010년 당시 백신 주사를 맞는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아일랜드에서도 백신 반대 운동 때문에 유아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2000년에 더블린에서 300명 이상의 유아가 홍역을 앓다 3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음모론이 유행하기 전인 1998년엔 56건에 불과했던 홍역이 2008년엔 1348건으로 폭증한 겁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이 되었던 문제의 논문은 작성윤리 위반으로 2004년 부분 철회되었다가 2010년 2월 2일 게재가 완전히 철회됩니다. 아울러 2010년 5월에 웨이크필드의 의사면허도 박탈되었죠. MMR 백신 루머는 결국 현대의학사에서 큰 오점 중 하나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보면 자연주의 치료법을 맹신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아키 카페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 등 음모론을 맹신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는 이 밖에도 많이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실 이런 음모론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유행하고 일종의 트렌드가 되는 데에는 의료계의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 의료 사고가 생겼을 때 의료계의 고압적인 처신, 약물 과잉 처방 등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으니까요. 사람에 따라 약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입니다. 그러니 "내 아이에게 이 약을 먹였다가 큰일이 나면 어쩌지?" 하고 의심하는 건 부모로서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제약회사와 의료계의 공고한 카르텔이 반기업, 반자본주의 정서를 자극해 그들이 파는 약을 내 아이에게 먹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후속 조치는 반드시 과학적인 검증이 뒤따라야 합니다. 단순한 믿음이나 자연에 대한 맹신만으로는 우리 아이들을 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거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근거 중심의 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과잉 진료와 안아키 같은 극단적 자연주의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의료계는 병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여 일반 의료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혹시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게 의료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번 안아키 사태는 그런 과정이 없었거나 부족했기에 불거진 불행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뭔가 의심스러울 땐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됩니다. 자연주의가 그렇게 좋은 치료법이라면 환경오염도 없고 가공식품이 아닌 자연식만 하며 산과 들에서 육체를 부지런히 놀리며 일하던 20세기 이전 사람들이 왜 현대인에 비해 수명이 절반도 안 됐을까요? 영아사망률과 산모 사망률은 왜 그렇게 높았을까요? 이번 안아키 논란이 '내 아이를 위해서, 내 몸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맹목적인 신념으로 의료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것이 사회 전체를 자칫 위험에 빠트릴 수 있음을 함께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은 잘 몰랐던 약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