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유효기간 - 김대중 대통령의 친필 메시지


1971
, 1987, 1992년에 이르기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 차례 대통령에 출마하고 세 차례 고배를 마셔야 했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후 그는 이듬해인 1993126일 영국으로 떠났다. 6개월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연구 및 학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떠나기 전, 민주당 비서실장(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이 각 신문사와 방송국을 돌며 김대중을 대신해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중앙일보의 편집국을 들렀고 사진부에도 들렀다. 그때 나는 잠깐 기다리라 하고서 급히 암실로 들어가 환한 웃음을 띠고 있는 김대중의 사진을 인화해 비서실장에게 전했다. 사진 뒷면에 내 소망과 기대를 적은 짧은 글과 함께.

내 기억엔
, 건강히 다녀오십시오. 우리 국민에게 약속한 한국현대사로 다시 뵙게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그리고 이 사진에서처럼 웃는 모습으로 다시 뵙게 되길 진정으로 기대합니다.” 이런 글귀였다. 인도의 네루가 옥중에서 13살인 그의 딸을 위해 썼다는 세계사 편력과 유사한 역사책을 우리도 읽을 수 있게 되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김대중이 국민에게 약속했고, 그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았다. 사진에 대한 화답인지, 김대중 씨는 다음 날(영국으로 떠나기 전날) 내게 책을 한 권 보내왔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김대중 옥중서신 모음(새빛출판사)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 속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사진 감사합니다. 간곡한 격려 말씀도요. -오동명 기자에게, 1993125, 金大中.”

세 번의 도전에 실패하고 이국으로 떠나야 했던 절박하고 암담한 상황에 부닥친 그가
, 그런 와중에 보내온 책이라 나에겐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그의 선물인 사랑하는 가족에게에서 김대중의 전혀 다른(언론에 노출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읽고 볼 수 있었다. 이런 계기와 인연으로 한참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사진집 사랑의 승자를 세상에 내게 되었다. 옛날에 내가 선물로 받은 책으로 그랬듯이, 언론에 의해 김대중을 잘못 알고 있는 수많은 국민이 내 책을 통해 한 인간을 제대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사진집은 단순한 한 개인의 사진첩이 아니라 아직도 유효할 약속에 대한 희망이자 소망이 담긴 책이다
.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한, 유효기간의 끝은 없다.



김대중 대통령의 알려지지 않은 일상을 담은 포토 에세이 《사랑의 승자》의 저자이신 오동명 선생님께서 서거 1주기를 맞아 고 김대중 대통령과의 각별한 추억이 담긴 소장품을 사연과 함께 보내주셨습니다.

인간 김대중의 일상을 담은 《사랑의 승자》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생각비행의 이전 포스트를 보아 주세요.

《사랑의 승자》-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http://ideas0419.com/2 )

생각비행김대중 전 대통령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물건, 인연을 담은 , 추모의 글 등을 모집합니다. 언론을 통한 기록이 아닌 생생한 독자들의 사진과 사연을 모아 2주기엔 더 멋진 사진집을 엮고 싶습니다.

짧은 사연은 댓글로 남기셔도 좋습니다. 개인적인 인연을 담은 글은 트랙백을 이용하시거나 생각비행으로 원고와 사진을 함께 보내주시면 게재하겠습니다. 우리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다음 포스트를 참조해주세요.

[제안] 김대중 대통령과의 추억들을 모아 보는 건 어떨까요? - 김대중 헌정 사진집 프로젝트( http://ideas0419.com/6 )

(1) 약속의 유효기간 - 오동명 님 ( http://ideas0419.com/9 )
(2) 살아계신 것 같아요. - 이은희 님( http://ideas0419.com/12 )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0)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