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즉 김용균 특조위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용균 씨가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는 비극이 있었죠. 2016년 서울 구의역 안전문 사고에 이어 2018년에도 이런 사고가 일어나자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비롯해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이 국회에서 통과하게 되는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합니다.
출처 - SBS
이날 특조위 조사결과 발표에 의하면 고 김용균 씨 사고의 핵심은 발전 5사의 발전정비 사업 외주화와 민영화에 따른 원·하청의 책임 회피와 하청 노동자에게 위험이 집중된 구조였습니다. 특조위는 원청 및 하청은 모두 안전 비용 지출이나 안전 시스템 구축에는 무관심했다며, 김용균 씨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전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설비 개선이 논의됐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이처럼 설비 개선이 무시된 건 원·하청의 책임 회피 구조 때문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실제로 특조위 조사에 의하면 원청인 서부발전은 김용균 씨 등 하청 노동자의 작업에 대해 실질적인 지휘 및 감독을 하면서도 하청 소속이라는 이유로 안전에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된 컨베이어에 대해 사고 11개월 전 원청인 서부발전에 설비개선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죠. 김용균 씨가 소속됐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도 사고가 날 위험이 있던 컨베이어 설비에 대해 자사의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치했고요.
출처 - 오마이뉴스
사고 이후 원·하청 회사들은 김용균 씨가 근무수칙을 위반했기에 사고가 일어났던 것처럼 얘기했지만, 이번 조사 결과 김용균 씨는 작업지침을 충실하게 지켰기 때문에 숨졌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는 이제야 아들이 누명을 벗었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출처 - MBC
가장 어이가 없었던 부분은 원청인 서부발전이 부서별 평가를 위해 만든 문서에서 드러났습니다. 산업재해로 사람이 숨졌을 때 발전사 직원은 –1.5점, 하청 직원은 –1점, 발전시설 건설 노동자가 숨지면 –0.2점이라며 사람 목숨을 3단계로 구분한 지표를 작성해놓은 것이었습니다. 이 지표는 발전소에 널리 퍼져 있었는데 보령화력 발전소는 더 노골적으로 지표 제목부터 ‘신분별’ 감점계수입니다. 본사 직원이 숨지면 12점, 하청 직원이 사망하면 4점을 감점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청직원 3명 목숨을 정직원 1명의 목숨으로 친다는 건데 대체 이걸 작성한 자들은 인간이기는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정규직 목숨값이 비정규직의 3배라니 현대판 신분제이자 노예제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김용균법이 시행되고 나서도 발전사에서는 12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지만 이 중 6건은 은폐됐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 밖에도 특조위는 김용균 씨의 작업이라면 월급이 원래 446만 원이 돼야 하는데 절반인 212만 원을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청업체가 노무비의 절반을 가져갔기 때문인데 이를 통해 하청은 부당한 이익을 늘렸고 원청인 서부발전은 감독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며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훼손했습니다. 결국 외주화와 민영화가 작업 현장의 위험을 증폭시킨 셈입니다. 더군다나 특조위 조사 과정에서 직원들 사이에 회사 측에 유리한 모범답안이 도는 등 특조위 조사를 원·하청이 집요하게 방해했음도 공표했습니다. 이에 특조위는 산업부와 고용부에 강력한 감사를 요구한 것도 밝혔습니다. 특조위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발전산업의 외주화와 민영화의 철회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지난 16일 대구의 대표 놀이공원인 이월드에서는 한 아르바이트생이 근무 중 롤러코스터에 다리가 끼어 한쪽 다리를 잃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대구 달서구청은 사람 다리가 잘린 사건에도 안전검사자료 공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월드와 법리적 다툼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겁니다. 정보 공개 청구도 이월드의 의견청취를 받아야 가능한지 살필 수 있다며 답변을 피했는데요. 시민단체들은 공익 앞에서 지자체가 업체 눈치를 보며 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것 자체가 사고를 은폐하려 드는 것이라며 일제히 비난했습니다. 달서구청이 이월드에 대한 관리, 감독 부실 혹은 유착을 숨기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는 이유입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김용균법이 시행되었다지만 하청, 아르바이트의 처우는 현실적으로 변한 게 없습니다. 빈익빈 부익부는 돈뿐만이 아니라 안전에서도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돈과 안전으로 나뉜 대한민국은 점점 계급제가 공고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경향신문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기 전에 죽음의 외주화를 멈춰야 합니다. 이대로 둔다면 그 죽음이 결국은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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