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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도쿄올림픽을 거론한 까닭은?

by 생각비행 2019. 8. 16.

지난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란다면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입니다.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입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내년에는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립니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맞는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입니다. 동아시아가 우호와 협력의 기틀을 굳게 다지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와 번영을 이야기하면서 올림픽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를 주요한 대응카드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 열릴 도쿄 올림픽의 일부 경기장이 후쿠시마 사고 현장에 인접해 있는 등 안전 문제가 심히 우려됩니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선수단장 회의에서 방사능 안전문제를 공식 제기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색당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이 상태로 도쿄 올림픽이 개최되면 선수 참가자뿐 아니라 관중들이 모두 참여하는 피폭 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IOC는 도쿄 올림픽을 취소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꿍꿍이는 겨우 올림픽이 문제가 아닙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지난 7일 아베 내각과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 톤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폭로했죠. 오염수 100만 톤을 희석하려면 17년에 걸쳐 깨끗한 물 7억 7000만 톤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사실상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고 오염수를 방류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방사능 오염수가 후쿠시마 해안으로 흘러나오면 어업은 궤멸하고 말 것입니다. 해류를 타고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를 순환하기 때문에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으며 특히 옆 나라인 우리나라가 치명적인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숀 버니 수석은 강조했습니다.


출처 - JTBC


그린피스는 지난 1월 후쿠시마 오염수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의사결정의 오류, 전문성 부족, 부적합 기술 채택 등으로 제염에 실패했으며 앞으로도 제대로 처리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아베 내각은 비용을 줄일 목적으로 값싼 기술만 고집하다가 제염의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그러자 이제 그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오염수에서 고위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지 못해 제염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아베 정권의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전기분해해 공기 중으로 증발시켜 해결하겠다는 어이없는 방법을 해결책이랍시고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만화를 너무 많이 본 모양입니다.


출처 - KBS


아울러 도쿄전력은 2022년 여름이면 저장탱크 용량이 더는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 밝혔는데 이는 오염수 방류를 설명하는 기본적 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 자체가 이미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지역인만큼 추가로 오염수 저장소를 설치하면 해결되지만 일본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오염수 방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버니 수석의 설명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아베 정권은 2031년까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물질을 제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반감기를 고려한다면 최소 125년은 오염수를 보관해야만 합니다. 도쿄올림픽 유치를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계획을 공지한 것이나 다름없죠. 그렇기에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아베 내각이 오염수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침묵으로 일관하다 어떻게든 몰래 태평양으로 방류하려고 한다며 국제적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출처 - MBC


제염에 실패한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면 동해 쪽에 있는 우리나라 바다는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보게 됩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규제하는 정도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죠. 현재 정화 처리되었다며 저장된 오염수도 안전치의 2만 배에 이르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문제입니다.


출처 - MBC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리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지난가을 후쿠시마 핵발전소 실태를 조사한 IAEA의 보고서에는 오염수가 여전히 방사능 기준치를 넘고 있으며 이런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죠. 또 일본 정부가 오염수의 방사능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투명한 공개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체르노빌 참사 때도 그 사고의 영향과 위험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는 IAEA로서는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준의 보고서를 내놓은 셈입니다. IAEA는 일본이 허용치를 초과한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명백한 유엔해양법협약 위반이며 세계적인 인권침해 문제로 대응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올해 2월 처음으로 녹아내린 원자로 하나에 로봇이 들어가 잔해 중 일부를 들어 올린 바 있습니다. 로봇이나마 여기까지 들어간 건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8년 만에 처음이었죠. 하지만 방사능에 회로가 튀겨져 로봇은 잠시 후 망가졌습니다. 이 작업만으로도 당시 수많은 노동자가 피폭되었죠. 당시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의 조사 결과는 원전 잔해에 로봇을 쓸 수 없겠다고 하는 정도뿐이었습니다. 피폭된 노동자나 후쿠시마 주민들에 대해 일본 정부는 어떤 대책이나 유감의 표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의 대응을 일관해온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계획하고 있다니 도대체 생각이라는 게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13일 외교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혐수 방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018년 10월 일본 측에 우리의 우려와 요청 사항을 담은 입장서를 전달하고, 양자 및 다자적 관점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해 나가자고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향후 필요시 국제기구 및 피해가 우려되는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후쿠시마 문제는 경제보복이나 올림픽 보이콧의 수준을 넘어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하여 모두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일입니다. 아베 정권의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 끼치는 해악이 대체 어디까지 확장될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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