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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반복되는 미국 총기난사 사건, 문제는 총 그 자체다

by 생각비행 2019. 8. 6.

미국이 또다시 총기난사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습니다. 지난 주말 겨우 13시간 만에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연쇄적으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백인 범죄자들에 의한 총기난사 사건이었죠.


출처 -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10시경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은 인종 우월주의에 기반한 증오범죄였습니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와 쇼핑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많은 대형 쇼핑몰에서 총기를 난사해 20명이 죽고 26명이 다쳤습니다. 부상자는 2세 어린아이부터 82세 노인까지 무척 광범위합니다. 주말을 맞아 쇼핑몰을 찾은 가족들이 변을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찰은 댈러스 출신의 21세 백인 남성인 패트릭 크루시우스를 체포했습니다. 그는 범행에 앞서 이번 범행을 예고하는 성명서를 온라인상에 게시했다고 하죠. 성명서에서 그는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략을 반대한다는 인종차별적 주장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텍사스는 애초 멕시코 땅이었고 미국이 전쟁으로 빼앗은 곳이었죠. 그렇기에 히스패닉이 많이 사는 겁니다. 침략 행위는 자기네가 해놓고선 히스패닉이 침략해온다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인종차별적 주장으로 증오범죄를 저지른 겁니다. 무식함이 지나쳐 화를 부른 경우라고나 할까요.


출처 - 연합뉴스


끔찍한 참상이 수습되기도 전에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또 다른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총기난사로 9명이 죽었습니다. 총기난사 범행을 저지른 이는 코너 베츠라는 24세 백인 남성이며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지 1분 만에 주변을 순찰 중이던 경찰에게 사살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최소한 100발 이상의 총알을 소지했고 방탄복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사망자가 9명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었던 겁니다. 사살된 범인의 총에 여동생도 사망한 사실을 미루어볼 때 남매간의 갈등을 포함한 가족 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연이은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즉각 애도를 표했습니다. 백악관과 관공서는 조기를 게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모든 미국인은 인종주의와 편견, 백인 우월주의를 비난해야 한다며 단결을 호소했습니다. 그러고는 두 총기난사 사건을 야만적 공격이자 모든 인류에 대한 범죄, 악의 공격이라 규정하고 총기규제 강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으며, 총기 구매자에 대한 더욱 강력한 신원조회 법안을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대량살상 가해자들이 신속히 처형될 수 있게 새로운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적절한 발언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인종주의를 기반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설득력이나 진실성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숭고한 이념을 이루기 위해 순교한다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지르는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범인을 신속하게 처형한다 한들 범죄율이 내려갈지 의문이 드는 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인 총기 자체를 그대로 두고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13시간 만에 연달아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지만, 사실 일주일 사시에 미국에서 일어난 대형 총기사고는 이 2건을 포함해 모두 4건이었습니다. 나머지 2건 또한 큰 총기사고였지만 삽시간에 묻혀버릴 정도로 미국에서 총기난사는 크나큰 사회문제입니다. 올해 미국 내에서 다수가 사망한 총기난사 사건은 32건에 달합니다. 이 사건들의 사망자만 해도 125명이나 됩니다. 《USA투데이》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일어난 모든 총기난사 사건을 따지면 오하이오주 총기난사 사건은 251번째라고 합니다. 이를 보면 하루에 1건이 넘는 꼴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JTBC


총은 칼이나 불과는 달리 오로지 살상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도구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총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합니다. 대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총 그 자체가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요. 총기 규제를 바라는 수많은 미국 시민의 삶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지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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