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용기 독도 영공 침입 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지난 23일 우리 땅인 독도 상공에 전투기가 18대나 출격해 실탄 사격을 하는 긴박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러시아 소속 군용기가 우리나라 영공을 침범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애초 러시아는 중국 군용기와 공동 행동을 했을 뿐 영공을 침범한 적이 없다며 잡아뗐습니다.


출처 - 뉴시스


하지만 이는 타국의 영공을 침범한 국가들의 의례적인 발뺌일 뿐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나라 영공을 침범한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지상과 바다 위 레이더를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방위성에서 낸 자료를 봐도 우리 공군이 파악한 항적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러시아 소속 군용기에 대해 우리나라 공군은 매뉴얼대로 비상주파수를 통해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로 번갈아 가며 경고 방송을 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했으니 나가라는 내용이었죠. 사사건건 야욕을 드러내는 일본 때문에 우리 군은 일본어로도 경고 방송을 합니다. 경고 방송에도 군용기가 물러나지 않자 우리 공군은 진행 방향을 가로질러 진로를 방해하는 차단 비행을 했습니다. 하지만 침범 상황이 계속되자 우리나라 공군은 섬광탄인 플레어를 쐈습니다. 1차 영공 침범 때 15발, 2차 영공 침범 때 10발을 쐈다고 하죠.


출처 - JTBC


이 정도의 경고에도 물러나지 않으면 남은 건 2단계 조치밖에 없습니다. 우선 경고 사격을 합니다. 전투기 기관총으로 적 항공기 1km 앞쪽 공간을 사격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공군은 1차 80여 발, 2차 280여 발, 총 360발 넘게 경고사격을 했다고 합니다. 경고 사격에도 물러나지 않았다면 최종 단계인 격추밖에 선택지가 남지 않는 상황인데, 불행 중 다행으로 경고 사격이 이뤄지자 러시아 소속 군용기는 물러났습니다. 합참은 러시아 군용기의 비행고도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공격 의도가 있다고는 판단하지 않아 경고 사격까지만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우리 공군이 영공을 침범한 타국의 항공기에 실탄으로 경고 사격을 한 건 한국전쟁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대한민국은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중-러, 미-일 각축전의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가 수시로 뒤바뀌며 모호해지는 국제정세를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뿐 아니라 군사적인 부분에서도 고민이 깊어질 만한 일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 사건에 일본이 끼어들었습니다. 일본은 자기네 땅인 다케시마 위에 다른 나라인 러시아와 대한민국의 공군이 날아들었다고 했습니다. 이에 일본 관방장관은 자위대기가 긴급 발진했으며 대한민국과 러시아 정부에 항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소리입니다. 애초 자위대기가 긴급 발진했다는 얘기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가 긴급 발진했다면서도 몇 대가 언제 어디로 출격했는지는 뭉개고 넘어갔습니다. 이를 보면 독도 상공이 아닌 동중국해 상공의 중국 군용기에 대응하러 출격한 것을 얘기했을 뿐이겠죠. 일본은 독도를 방공식별구역에 넣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죠.


출처 - JTBC


청와대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러시아 군용기에 경고 사격한 것과 마찬가지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대한민국 영공에 대한 부분은 우리가 답할 문제이니 일본은 자기 영공에 대한 부분만 입장을 내라고 말입니다. 러시아 소속 군용기의 영공 침범 상황은 그 자체로 큰 문제였습니다만, 한편으론 독도가 분쟁지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고유 영토임을 명확히 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영공 침범을 당했을 때 출격한 군대는 일본 자위대가 아닌 대한민국 공군이었고, 실탄 경고 사격까지 했으니까요.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한 항의와 유감 등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는 대한민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 사이에서만 오고 갔습니다. 지난 24일 일본 정부의 정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정부가 일본 정부에 유감 표명을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일본 정부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코멘트는 없었다는 대답이 나와 머쓱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일본이 틈만 나면 다케시마, 다케시마 하고 노래를 부르지만, 실상 증거 하나 없다는 게 국제사회에 고스란히 드러난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는 입장이 오락가락하긴 했습니다만, 지난 24일 러시아 차석 무관이 대한민국 정부에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한 것이며, 침범 의도가 없었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해 국제사회가 놀라기도 했습니다. 딱히 러시아가 아니더라도 타국의 영공을 침범한 공군이 잘못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일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분쟁 지역일 경우 자기 나라 영공이라고 우기거나 너희의 좌표 측정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발뺌하는 게 일반적인 대응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유감 표명을 번복하긴 했습니다만, 그것도 러시아 정부가 한국 정부만을 상대로 입장을 표명한 것이어서 국제적, 군사적으로는 독도가 명확히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재확해준 셈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은 지난 24일(현지 시각) 러시아 군용기가 침범한 독도 인근 영공을 '한국 영공'이라고 명시하며 한·일 방문 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고 하죠. 에스퍼 장관은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기억하는 한 러시아 군용기가 남쪽으로 비행한 것은 새로운 사실은 아니며, 그들이 한국 영공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이 새로운 것"이라며 "한국은 일종의 억지를 위해 분명히 대응했다"고 밝혔습니다. 점차 첨예해지는 동북아 정세를 슬기롭게 헤쳐가기 위해서는 이번 러시아 군용기 독도 영공 침입 사건처럼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국방부는 중국과 러시아 국방무관에 대한 초치를 진행했고, 외교부는 중국 대사와 러시아 대사 대리 등을 초치했습니다. 국민, 주권, 영토는 국가의 3요소입니다. 우리나라 영공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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