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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노크 귀순에 이은 목선 귀순, 군 기강 괜찮은가?

by 생각비행 2019. 6. 21.

작년에 남북이 DMZ 내 감시초소(GP) 11곳을 시범철수한 뒤 북한군 병사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걸어서 귀순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각배를 타고 북한 주민 4명이 왔습니다. 목선을 타고 유유히 귀순해서 주민에게 핸드폰도 얻어 쓰고 주민이 신고해 귀순했다고 하죠. 그동안 군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헐레벌떡 대처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군 발표에 따르면 목선에 탄 북한 주민 4명은 지난 9일 함경북도에서 출항해 12일 밤 9시쯤 북방한계선(NLL)을 넘었습니다. 길이 10m 정도의 작은 배라고 하죠. 이들은 지난 10일 NLL 북방에 있던 북측 어선군에 합류해 위장조업 활동을 하며 기회를 엿보다 12일 NLL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3일 오전 6시에 울릉도 동북방 55km 해상에서 정지했으며 오후 8시쯤 기상 악화로 표류했다고 합니다. 이후 다시 육지 방향으로 항해를 시작해 14일 오후 9시쯤 삼척항 4~5km 해상에서 대기하다가 15일 일출 이후 삼척항으로 출발해 오전 6시 20분쯤 방파제 인근 부두 끝부분에 배를 댑니다.


출처 - 뉴시스


상륙 직후 이들은 산책 나온 주민에게 발견됐습니다. 당시 목선에는 4명이 타고 있었다고 합니다. 신고자가 방파제에 나와 있던 1명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자 그는 북한에서 왔다고 순순히 답했다고 하며, 이 과정에서 다른 1명은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죠. 이들이 타고 온 목선은 오전 7시35분 해양경찰청 경비정에 의해 동해항으로 예인됐습니다. 삼척항 도착 사흘째인 지난 18일 목선을 타고 온 4명 중 2명은 귀순했고, 나머지 2명은 북한 송환 의사를 밝혀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귀순한 1명은 가정불화 때문에, 나머지 1명은 한국 영화를 보다 북한 당국에 적발돼 처벌이 두려워 귀순했다고 하죠.


출처 - 강원도민일보


이번 목선 귀순의 문제는 57시간 동안 군이 까막눈이였다는 겁니다. 2012년 노크 귀순 때도 그랬죠. 그런데 이번 목선 귀순의 경우 상황이 좀 다릅니다. 목선이 삼척항으로 향할 당시 NLL 부근에 경비함 여러 척이 경계 작전 중이었고, P-3C 초계기와 해상 작전 헬기 등도 정상적으로 초계 활동을 펼치고 있었으니까요. 최근 늘어난 북한 어선의 조업 때문에 NLL 침범을 감시하기 위해 경계 작전 강화까지 한 상태였는데 이런 상태에서 목선 하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들여보냈다는 건 좀 어이없는 경계태세가 아닌가 합니다.


출처 - MBC


국방부의 발표처럼 규모가 작은 목선인 경우 첨단 무기인 초계기나 해상 헬기의 레이더가 잡기 힘든 건 사실일 수 있습니다. 이들의 주 타깃은 잠수함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해군력만큼은 막강하다는 일본 해상 자위대조차도 한일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하는 북한 어선을 적발하지 못하고 일본 주민이 신고하면 그제야 부랴부랴 출동하는 일이 왕왕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인 만큼 숙달된 군인의 현장 판단과 이를 컨트롤하는 지휘부의 경계태세가 중요한 문제 아닐까요?

 

출처 - 연합뉴스

 

이번 목선 귀순의 경우 해안감시 레이더 영상에 희미한 표적으로 잡혔지만 군은 이게 북한 어선인지 식별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첨단 장비를 갖췄더라도 판독과 대처 결정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인데, 그 부분에 있어선 분명 아쉬운 점과 대처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아울러 군과 정부의 이랬다저랬다 하는 발표와 대처도 문제였습니다. 군은 지난 17일 북한 주민들이 기관 고장으로 표류해왔다고 발표했지만, 이틀 사이에 기획 귀순이라고 정정했습니다. 통일부 또한 이들이 탄 배가 삼척항 인근 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우리 측 어선에 의해 발견됐다고 밝혔지만 최초 발견자는 산책 중이던 주민으로 드러났습니다. 경계선이 뚫린 마당에 더욱 세심하고 정확한 조사와 발표가 필요했는데 그마저도 미흡했던 셈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결국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물론이고 이낙연 국무총리 나아가 국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까지 북한 목선 귀순 사건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합동조사로 모든 진상을 밝혀내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국민들께 큰 심려를 드렸다며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으며,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삼척항 경계 실패와 관련해 책임자 문책과 처리 과정에서 허위보고나 은폐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면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나 북쪽에서 우리 쪽까지 오는 과정에서 제대로 포착하거나 경계하지 못한 부분, 그 후 제대로 보고하고 국민께 제대로 알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문제점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지시했습니다.

 

출처 - SBS


거룻배가 우리나라로 별 탈 없이 넘어올 수 있었다는 점, 승선자 중 2명은 귀순하고 2명은 그냥 북한으로 돌아가는 등 자칫 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 등 이번 목선 귀순은 자칫 큰 문제로 비화할 여지가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군은 자꾸 벌어지는 이런 문제에 대해 냉정하고 철저하게 분석하여 대책을 세우고 관련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할 것입니다.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의 의미를 군이 고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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