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인과 똑같은 임금을 주는 건 불공정하다."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기여가 없고 기여한 바가 없다."
인종차별주의 극우 단체의 발언인가 싶으시겠지만, 지난 19일 우리나라의 제1야당이라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한 발언입니다.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말이었죠. 황 대표는 심지어 법 개정을 통해 당 차원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덜 주는 방향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까지 밝혔습니다. 자유한국당의 망언이야 하루이틀 일이 아닙니다만, 이번에 나온 발언 내용과 발언의 주체와 관련하여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지적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엉망진창이라 황당한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우선 내외국인의 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언을 살펴봅시다. 이는 대한민국의 현행법은 물론 국제 노동기구(ILO) 협약과도 정면으로 대치됩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6조는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국제 협약으로 비준한 ILO 협약 제11호도 국적을 이유로 한 임금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별을 법제화할 경우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위반됩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의 FTA를 자기네 정권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내세우던 정권의 대통령 권한 대행까지 했던 사람이자 현재 자유한국당의 대표직을 맡은 사람이 나서서 FTA를 위반하자는 발언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법무부 장관이었던 사람이 국내법부터 국제협약까지 싸그리 무시한 발언을 저렇게 어이없게 내뱉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끝간데 없이 무식하거나, 최소한의 법은 물론 과거 자기네가 뱉었던 말조차 무시할 정도로 이득에 눈이 멀었다고 봐야겠지요. 어느 쪽이 됐든 공당의 대표이자 공인의 자리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출처 – Canadian Press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을 때처럼 정말 부자가 되는 것에만 눈이 멀어 법이고 협약이고 깡그리 무시하고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의 말처럼 한다고 쳐봅시다. 그런데 실상 그렇게 했다가 실패한 나라가 있습니다. 의외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으나 캐나다가 그런 사례입니다. 보수당에서 창출한 정부인 하퍼 정부는 2012년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합법적으로 15% 임금을 덜 줘도 되는 속칭 15% 룰을 도입했죠. 하지만 문제가 터져 나오는 데는 채 1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캐나다의 가장 큰 은행 중 하나는 IT 직업군을 뽑으면서 100% 외국인만을 뽑았으며, 가장 구하기 쉬운 일자리인 패스트푸드점들 역시 100% 외국인만 뽑았습니다. 당시 알버타에서는 새로 생긴 직업의 75%가 외국인들로 채워졌으며, 캐나다인들이 직업을 잃은 자리마다 외국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당연합니다. 무려 15%나 합법적으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데 미쳤다고 기업들이 자국인을 쓰겠습니까? 인종차별이라 할 법한 아마추어적인 마인드로 경제정책을 추진했던 캐나다 보수당의 이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법은 결국 1년만에 폐지되었죠.
출처 - 뉴스퀘스트
결국 자유한국당 황교안의 이번 망언은 명분도 실익도 없고 심지어 검색 한번만 해보면 알 수 있는 외국 사례조차 모르는 '경알못'이었음을 자기고백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러고는 자유한국당이 무슨 자신감으로 경제만큼은 보수가 잘한다는 헛소리를 해대는 걸까요?
출처 - 국민일보
너무 어이없는 망언이었는지 자유한국당의 전 대표였던, 그리고 망언제조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하는 홍준표조차 과거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서독, 중동 나가던 시절을 생각해야 한다며 황교안의 외국인 근로자 임금 차등 적용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출처 - 뉴시스
홍성문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황교안 자유한국당가 "연일 쏟아내는 망언으로 '스펙'만 출중한 헛똑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습니다. 홍 대변인은 "(황 대표는) 스펙보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치인으로서 역량을 쌓으라"면서 "'제발 일 좀 하라'는 국민의 요구에도 국회 정상화를 거부하는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 경제 기본도 모르고 뚱딴지 같은 소리만 쏟아내는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 외국인 임금차별 발언에서 드러난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넘어 국민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국알못'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한편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는 지난 21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외국인 노동자 차별임금 발언에 대해 '청년 일자리를 없애는 망언'으로 규정했습니다. "청년의 일자리를 고민하기보다는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극우적 시각에 기대어 표심을 자극하려는 '청년 무시' '양질 일자리 포기’ 선언'"이라는 것입니다.
출처 - 녹색당
녹색당 또한 지난 6월 19일 논평을 통해 "한국 경제의 필요에 의해 적극적으로 유치해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투입'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가차 없이 돌려보내는 '일회용 휴지'처럼 이주노동자를 대우하는 것이 지금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부당하고 부끄러운 상황을 개선하자고 나서지는 못할망정, 앞으로도 계속 차별적이고 열악한 처우를 유지하자는 선동은 그 자체가 변명의 여지 없이 끔찍한 인종차별이다"라면서 "노동자의 기본권과 인권을 무시하고 노동착취를 정당화하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반감을 조장하고 선동한 황교안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자질도 자격도 없다. 당장 전 국민 앞에, 이 땅의 이주노동자들 앞에 백배사죄하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노동권과 인권에 대한 기본 소양부터 쌓아라"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막말 논란에 대해 황교안 대표는 '삼사일언', 즉 3번 생각하고 말하라며 주의를 당부한 바 있죠. 그런데 황 대표는 아예 생각 자체가 없는 아무말 대잔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직 국무총리, 대통령권한대행일 때도 의전 타령으로 숱한 질타를 받은 바 있죠. 황교안 대표는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대표직을 내려놓기 바랍니다. 아울러 입 다물고 진짜 경제 공부를 좀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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