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준우승과 병역혜택 논란

6월 중순 주말은 모처럼 온 국민이 축구에 관심을 쏟았습니다.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월드컵(FIFA U-20)에서 리틀 태극전사들이 준우승이라는 새역사를 썼습니다. 지난 16일 새벽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와 격전을 벌인 끝에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FIFA 주관대회 결승 진출과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불이 난 곳이 또 한 군데 있었습니다. 바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었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승하면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주자는 청원이 여럿 올라왔고 동의를 한 사람도 1만 명이 넘어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국제경기나 국위선양의 경사가 생기면 항상 뒤따르는 논란이 바로 병역혜택 문제입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오르자 병역법시행령에 월드컵 16강 이상을 병역 혜택 대상에 추가했습니다. 2006년에는 WBC 야구 대표팀이 4강으로 대회를 마치자 병역 혜택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 부합 지적 등으로 이런 혜택은 2년 만에 폐지된 바 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병역특례와 관련한 문제는 무척 많습니다. 철마다 돌아오는 병역혜택의 자격과 대상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하는 기준이 모호할뿐더러 국방의 의무가 정말로 신성하다면 병역을 면제해주는 것을 포상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모순된다는 꽤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있죠. 애초 병역특례라는 조항을 군사독재 정권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군으로서는 자기모순이 한층 더 심할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같은 국위선양이라도 야구, 축구 등 스포츠 경기는 병역혜택 대상이 되는데, 세계를 주름잡는 BTS를 비롯한 K-POP 스타나 페이커 이상혁 같은 새로운 스포츠 종목인 e스포츠 선수는 아무리 국위선양을 해도 병역혜택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등 국위선양이란 모호한 말의 형평성과 기준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화체육계에서는 무리한 방법이나 편법, 불법적 방법을 통해 군 면제를 받은 사례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지난해 시끄러웠던 장현수의 예도 그렇죠.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후 의무사항인 봉사활동의 일부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장현수는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 박탈당하고 병역법 위반으로 의무복무기간 5일 연장 처분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예술, 체육 특기 병역 특례자의 실태 점검 전수조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올해 초 군 복무를 피하고자 청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장애인으로 등록한 뒤 병역을 면제받은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 등 8명과 브로커들을 적발한 사례도 있습니다. 브로커들은 이런 병역면제 수법을 알려주는 조건으로 한 건당 1000~5000만 원을 받았다고 하죠.


출처 - MBC


한동안 큰 문제로 떠올랐던 연예병사는 말할 것도 없고 예술계도 그리 다를 것 없습니다. 예술인들에게도 국제대회에 입상해서 국위선양을 하거나 문화창달에 기여하면 병역혜택을 줍니다. 그런데 이 역시 미심쩍은 정황이 한둘이 아닙니다. 대부분 한국 남자만 참가한 국제 콩쿠르를 만들어 은상 이상에 입상시켜 병역 면제를 받게 하는 편법을 씁니다. 병무청이 병역특례를 인정하는 12개 국제 무용 대회 중 하나인 코리아 국제현대무용콩쿠르 역시 국제 콩쿠르라지만 객석은 텅 비어 있고 전체 124명 참가자 중 외국인 단 14명에 불과했습니다. 병역혜택 문제가 걸려 있는 남자 일반부 본선 진출자 32명 중 30명은 한국인이었고요. 이 대회에 병역혜택이 주어진 이후 외국인 참가자가 남자 일반부에서 은상 이상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발레 콩쿠르도 마찬가지였죠. 반면 10명 넘는 한국인 입상자를 배출했던 그리스의 한 무용대회는 병역특례 대상에서 제외되자 한국인 참가자가 뚝 끊겼습니다. 콩쿠르가 기량을 겨루기 위함이 아닌 병역혜택을 받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걸 예술계 스스로 인정한 셈이죠. 이 때문에 그들만의 리그에서 병역혜택을 걸고 짬짜미가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런저런 문제로 현재 병역특례제도는 사실상 폐지 절차를 밟는 중입니다. 일시에 전면 폐지 하는 것은 혼란을 낳을 수 있어 점차 종목이나 대회를 축소해 폐지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죠. 이번에 준우승한 U-20과 관련해서도 국방부, 병무청, 문화체육관광부가 참여한 기획단(TF)은 병역특례제도의 존폐를 비롯한 개선안을 8월 중 확정 발표할 계획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6월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달이기도 합니다. 국방의 의무를 신성하게 여긴다면서 어떻게든 입대하지 않는 게 좋다는 자기모순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과 단기적으로는 입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한 입영 관리, 그리고 입대한 청년들이 시간 낭비라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군 문화의 전면 개편이 필수적입니다. 그것이 한국전쟁에서 우리나라를 수호한 선열들께 할 수 있는 보답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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