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3 보궐 국회의원 선거는 진보, 보수 양쪽에게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였습니다. 보수의 아성인 경상도 지역에서 벌어진 보궐선거 결과 통영-고성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창원-성산에서는 정의당이 승리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선거가 끝나고 개표가 시작되자 자유한국당은 표정을 관리하느라 바빴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약세로 나타났던 창원-성산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죠. 밤 10시가 넘어 개표가 55% 진행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의 강기윤 후보가 정의당의 여영국 후보를 5% 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었고, 통영-고성에선 정점식 후보가 59%로 압도적 1위였으니 희희낙락했을 법합니다. 마지막 개표가 1시간여 정도 남았지만 자유한국당은 사실상 보궐 승리를 확신했고 황교안 대표는 승리 소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하죠.
출처 - 연합뉴스
밤 11시가 넘은 시점에 통영-고성은 정점식 후보가 당선 확정되었으나 창원-성산은 1% 내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습니다. 최종 개표 결과 정의당의 여영국 후보가 503표 차로 자유한국당을 누르고 당선되었죠. 정의당으로서는 질 수 없는 선거였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에 성공한 것이 승부수가 되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보궐선거에 임하며 보수는 결집하는가 싶더니 마지막 순간에 자유한국당이 자폭하는 상황이 벌어졌죠. 특히 오세훈이 고 노회찬 전 의원을 모욕하는 발언으로 민심을 들끓게 했고, 황교안을 필두로 한 자유한국당의 경남FC 축구장 유세는 자살골이었습니다. 504표 차라는 박빙의 승부로 정의당이 승리한 걸 보면 경남FC 축구장 유세 파동은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뼈아픈 실책이었을 겁니다. 이 축구장이 속한 사파동에서 전체 7개동 중 가장 큰 표차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황교안이 불법을 자행하며 막무가내로 진행한 축구장 유세는 역풍으로 불어닥쳤고, 이로 인해 경남FC가 제재금 2000만 원을 물게 되면서 지역을 연고로 하는 스포츠의 팬들과 주민들의 마음이 단번에 돌아섰을 가능성이 큽니다. 황교안은 본인 말대로 경상도가 보수의 아성이고 소중하다면 경남FC 제재금을 사비로 대납하기 바랍니다. 선관위에서 황교안이 경남FC 제재금을 배상해도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확인해줬으니까 말이죠.
자유한국당은 국회 의석 한 석을 차지했고, 정의당도 한 석을 지켰으니 다행스러운 상황이라 할 수 있겠으나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분위기가 어둡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평가하기가 애매합니다. 창원-성산에서 정의당과 단일화하여 명분을 쌓았고, 통영-고성에서도 36% 득표를 하는 등 나름 의미 있는 전진을 보이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으니까요.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은 비겼으나 졌다며 경남의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소회를 밝혔죠.
출처 - 연합뉴스
이번 보궐선거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바른미래당입니다. 창원-성산 보선에서 두자릿수 이상의 득표율을 노렸지만 민중당에게도 밀린 3.57%의 득표로 4위에 그쳤습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최악의 쓰라린 패배라며 당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습니다. 손학규 대표는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았고 당내 위상이 떨어진 책임을 지라며 사퇴를 요구받고 있죠.
문제는 바른미래당의 내부 갈등이 격화되면서 겨우 봉합해서 올려놓을 수 있었던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패스트트랙이 좌초될 위기에 봉착했다는 겁니다. 공수처 기소권에 대해 바른미래당은 더 물러서지 않을 태세이며, 내부적으로 의원들의 분당 혹은 탈당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작은 총선으로 불리며 경남의 민심과 정치권의 향방을 판단하는 중요한 선거였습니다. 바른미래당을 비롯해 각 당은 창원-성산의 사례를 보고 반성할 부분을 반성하고 내년 총선을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선거제 개혁과 기소권 있는 공수처의 조속한 신설입니다. 당 내 사정만을 돌보다가 국회의원의 본령인 법안 처리와 민생 살리기를 제대로 못 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민심은 그 책임을 엄중히 묻는 방향으로 흐를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4일 강원도 고성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엄청난 피해와 수많은 이재민을 낳았습니다. 결국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까지 했죠. 그런데 산불로 주민이 대피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재난 컨트롤타워 책임자인 청와대 안보실장을 국회에 붙잡아뒀다가 비난에 휩싸였습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문재인 정부를 '촛불정부'가 아닌 '산불정부'라는 글을 올리고,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에 산불, 온 국민은 홧병?"이라는 글을 남겨 비판에 직면했죠.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5일 "대형 산불 발생 4시간 후에야 총력대응 긴급지시한 문 대통령, 북으로 번지면 북과 협의해 진화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빨갱이 맞다. 주어는 있다"는 글을 공유했다가 비난이 일자 삭제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강원도 일대에 난 산불의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며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기도 합니다. 자유한국당과 의원들은 정말로 국민을 '개·돼지' 정도로 보나 봅니다.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궁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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