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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이제는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생각할 때

by 생각비행 2017. 8. 16.

72주년인 올해 광복절 기념식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이명박근혜 정권의 역사 왜곡에 대항해 쐐기를 박았습니다.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라고 언급한 것이죠.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 있었던 1919년을 대한민국의 건국절로 본 것인데요. 이는 대한민국 헌법에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천명을 바탕으로 한 당연한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1948년 건국을 견강부회해 1919년을 건국이라고 삼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반발했습니다. 1948년 건국과 1919년 건국 의지를 밝힌 것은 다른 말이라는 겁니다. 지난해 탄핵당하기 전 박근혜는 광복절 기념식에서 2016년은 광복 71주년이 아닌 건국 68주년이라는 발언을 해 건국절 논란을 일으킨 바 있었죠. 그런데 혁신위원장이란 사람이 아직도 그 얘기를 그대로 하는 걸 보면 박근혜가 탄핵당했어도 자유한국당의 혁신을 참으로 멀고 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의 말은 조목조목 따져보면 결국 자기모순을 드러내는 것밖에 안 됩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던 시절 했던 모든 말을 과거 박근혜의 말로 반박할 수 있었던 '박적박'의 재탕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른바 뉴라이트에서 주장하고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극우파들이 주장하는 1948년 건국설은 그들이 재평가하자고 노래를 부르는 이승만조차 확실하게 말이 안 된다고 남겨놓은 문서가 있습니다.


출처 - JTBC


이승만을 기념하는 우당기념관의 유물인 1919년 건국 통보문만 봐도 알 수 있죠. 이는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이 일왕에게 보낸 문건으로, 대한민국이 독립국임을 일본에 알리는 문서입니다. 1919년 4월 23일 한국이 완전히 조직된 자주통치국가가 됐음을 일왕에게 공식적으로 통보하라는 한국민의 명령을 받고 이 문서를 보내니 일본은 대한민국이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주권국가임을 공식 인정하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조약상 약속들은 무효라고 쓰여 있습니다. 또한 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임시 의정원 기록에도 1919년 첫 회기를 대한민국 원년이라고 뚜렷하게 기록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는 이승만이 대통령에 취임한 1948년 기록에도 드러납니다. 1948년 7월 24일 취임식에서 이승만은 "대한민국 30년 7월 24일 대한민국 대통령 이승만"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 9월 1일 나온 최초의 관보에도 대한민국 30년 9월 1일이라고 쓰여 있으니 대한민국 정부 첫 공식 기록으로도 대한민국의 원년은 1919년이라고 밝힌 셈입니다. 뉴라이트가 국부로 떠받드는 이승만도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이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는데, 1948년을 건국절이라고 하는 이들은 대체 무슨 논리를 내세우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제헌 헌법 전문을 보면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했고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했다고 명백히 쓰여 있습니다. 1919년이 대한민국의 건립한 해이고, 1948년은 대한민국을 재건한 해라고 말이죠.


문서와 기록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극우파들은 국민, 영토, 주권이라는 국가의 3요소가 갖춰지지 않았으니 1919년은 건국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런 논리는 다른 나라의 예를 봐도 맞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국가가 국가의 3요소를 한꺼번에 갖춘 상태로 시작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기 때문입니다.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국가의 경우, 정부 수립을 선포하고 무장투쟁을 통해 독립을 획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 자체도 국제법적인 의미에서 건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글로벌이코노믹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미국만 해도 그렇죠. 미국이 영국에 독립을 선언한 1776년에 미국은 영토와 주권이 없었습니다. "대표 없는 곳에 과세 없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생각해 보시죠. 독립 선언 후 영국과의 전쟁, 프랑스와의 연합 등 여러 투쟁을 통해 7년 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로부터 6년 뒤에 정부가 수립되었고 이때가 되어서야 조지 워싱턴이 미합중국 초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독립선언일을 건국 시점으로 삼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이견이 없습니다. 자유한국당이나 뉴라이트의 논리대로라면 미국은 근거 없이 13년이나 건국일을 당겨쓰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말이 되는 얘깁니까? 시위 때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같이 들고나와 미국이 혈맹이네 미국 말을 들어야 하네, 하는 극우파들은 스스로 이승만뿐 아니라 미국까지 근본 없는 나라로 격하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렇듯 극우 세력의 건국절 논란은 자기모순으로 가득 찬,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둔 얄팍한 속셈을 드러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친일의 역사는 만천하에 드러나 더는 감춰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2년 남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생각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대로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고달프다는 인식부터 혁파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못다 했던 친일 청산과 더불어 독립유공자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해드리는 것이 마땅합니다. 2년 후 광복절에는 건국절 논란처럼 우스운 얘기가 아니라 다음 100년을 내다보는 건설적인 토론이 벌어지길 기대합니다. 그동안 건국절 논란이 일 때마다 논의했던 생각비행 기사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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