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30원. 내년도 최저임금이 진통 끝에 도출되었죠. 전년 대비 16.4퍼센트 인상되어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가장 높은 폭의 상승률이라고 합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기업 퍼주기 정책에 의해 지난 10여 년 동안 최저임금 상승률은 2~6퍼센트대로 내려앉은 바 있습니다. 이번 최저임금 협상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과정 중 하나였습니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되었습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저소득층의 고혈을 빨아 부를 축적한 기업들은 이번 최저임금 협상안에 대해 반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을과 을의 싸움을 부추기는 형국에 휘말린 것인 소상공인들조차 이번 최저임금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최저임금안이 현장감이 결여돼 실효성이 없고 대안으로 내놓은 정부의 정책도 최저임금 상승 부담에 미치지 못하는 한시적 방안이라며 법적대응과 집단행동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작지만 사장 직함을 달고 있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부분은 회사에 다니면서 쥐꼬리만 한 월급에 실망하고 열심히 일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 질린 나머지 생업을 찾았을 텐데, 입장이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듯 최저임금 상승에 대해 욕하는 건 너무 이율배반적인 처사가 아닐까요?
출처 - 오마이뉴스
물론 대기업과 보수언론은 이보다 더합니다. 최저임금 상승을 일선에서 체감하기에 갈팡질팡할 수 있는 소상공인들의 사례를 마치 자신들의 사례인 양 끌어들여 기사를 남발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해외 사례를 왜곡해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침체를 부른다는 식의 자극적인 보도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맞벌이 40대 “내 월급 그대론데 가사도우미 돈 올려줄 판”〉이란 기사를 내며 최저임금 인상에 고통받을 가정의 사례까지 끄집어냈습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은 이에 대해 어리둥절해 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이 어려울 때 가사도우미까지 쓸 정도로 여유 있는 집안에서 최저임금 몇천 원을 고민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을뿐더러 기사를 통해 대기업과 부유한 보수언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그 저열한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죠.
출처 - 경향신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저임금 3조 원을 포함해 총 4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이 될 임금 부담액을 정부가 보조해준다는 얘깁니다. 그러자 보수 언론은 이제 왜 국민 세금으로 최저임금을 메우느냐며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 대기업을 세금으로 지원한 금액은 126조 원입니다. 각종 비과세 혜택 등은 별도이며 만약 위기에 처하면 공적자금 등으로 살려낸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 모두 세금이었습니다. 최저임금에 들어가는 4조 원은 아깝고 밑 빠진 독 같은 기업들을 위해 쏟아부은 126조 원은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모순을 대체 어떻게 설명할는지 궁금합니다. 설마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같은 구시대 '근혜체'를 쓰려는 건 아니겠죠?
출처 - 한국일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은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입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적발한 최저임금 위반 사례는 모두 1278건입니다. 하지만 이 중에 실제 처벌이 된 사례는 달랑 17건입니다. 1퍼센트만이 사법처리되고 99퍼센트는 유야무야 넘어가 버린 셈입니다. 이는 현장 근로 감독관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여 적발과 증명이 어려워서이기도 하지만, 법 규정이 최초 적발 시 즉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면 입건하지 않게 되어 있고 3년 안에 재적발 될 시에만 처벌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 규정 때문에 기업들은 최저임금법을 어기고 있습니다.
설사 사법 처리까지 간다 하더라도 처벌이 미흡한 수준입니다. 미국은 징벌적 배상을 하고 있어 미지급 임금의 두 배를 지급하게 되어 있고, 영국은 고용주 자격을 15년 상실하게 되어 있습니다. 독일은 벌금만 6억이 넘어가고 네덜란드는 5년 내 재적발 시 벌금이 두 배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데 그치고 있죠. 이조차 최대치이고 실제로는 징역형을 찾아보기 힘들고 약간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니 사업주들은 최저임금을 주는 대신 벌금을 내겠다고 하는 형국이죠.
출처 - 경향신문
이름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그간 최저임금은 사실상 최고임금으로 통해 왔습니다. 사람이 최소한의 생활이라도 하기 위해 이 정도는 줘야 한다는 임금을 뜻하는 액수지만, 사실상 지금까지 이 금액만 맞춰주면 아무리 일을 더 시켜도 더 줄 필요 없다는 식으로 인식되어온 것이죠. 실질적인 최저임금 정착과 이런 역설을 막기 위해서는 현장 근로 감독관을 늘리고 확실한 실태 파악과 철저한 단속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더해 징벌적 형태로 벌금이나 미지급 임금을 토해내게 하는 법을 제정하고 철저히 집행해야 합니다. 사업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람들을 쥐어짜서 번 돈을 빼앗기는 것일 테니까요. 2017년에 최저임금 상승의 발을 떼었으니 다음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적정임금을 생각할 때입니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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