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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국정원 대선개입, 이명박의 국정농단으로 수사해야

by 생각비행 2017. 7. 27.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캐비닛 문건이 화제입니다만 이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현 사태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된 문건들이 있었습니다. 검찰이 지난 2012년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탄생시킨 대선 당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된 문건을 715건이나 확보하고도 이를 선거가 끝난 2년 뒤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에 고스란히 반납해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검찰은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사실을 파악하고 증거도 확보하고 있었으면서도 범인 혹은 공범인 박근혜의 청와대에 이를 갖다 바쳤습니다. 검찰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출처 - JTBC


2013년 검찰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행정관 한 명은 국정원이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을 빼돌렸다며 기소를 했습니다. 빼돌린 국정원 문건은 2011년 10.26 재보선 두 달 전부터 작성된 것이고 서울시민의 민심을 얻기 위한 제안이나 야당의 동향에 대한 보고서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대체 국정원이 왜 서울시민의 민심을 얻는 제안을 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국내 정치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다면 말이죠.

 

문건을 입수한 검찰은 국정원이 국내 선거에 개입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고 1년 뒤 이 문건마저 고스란히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 반납했습니다. 이러니 청와대, 국정원, 검찰이 짜고 선거 및 정치 개입을 고의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충분히 나올 법합니다.


영화 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인 것인지, 정권이 바뀌자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재판과 관련하여 새로운 증거를 제출합니다. 생각비행이 일전에 언급한 바 있는 국정원의 〈SNS 선거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을 비롯한 문건들과 원세훈 녹취록입니다. 국정원은 2013년 수사 당시 회의 녹취록을 제출하긴 했지만 국가 안보에 민감한 부분이라며 내용을 임의로 삭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출된 증거는 예전에 삭제된 내용이 복구된 자료입니다. 새로 제출된 증거들은 2011년 10월 26일 재보궐 선거를 전후해 선거에 대비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당시 국정원이 선거에 얼마나 깊숙이 관여하려 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출처 - JTBC


복구된 녹취록에서 원세훈은 "심리전이란 게 대북 심리전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들에 대한 심리전이 중요하다" "심리전단 같은 곳에서 좌파들이 국정 발목 잡으려는 걸 차단시켜야 한다"고 말해 국민을 마치 첩보활동의 대상으로 보고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물들을 찾아내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 출마를 시켜라"라며 국정원이 정보기관인지 대통령과 여당의 선거대응 조직인지 헷갈리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정원 비판 기사에 대해서는 "그런 보도를 없애버리는 공작을 하는 게 여러분 할 일이다"라며 "잘못할 때 줘패는 게 정보기관 할 일이다"라는 저열한 의식의 밑바닥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현재 파기환송심 중인 원세훈은 이 같은 증거에 대해 자신은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으며, 국정원 일은 국정원장 혼자 하는 게 아니라며 책임마저 회피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파기환송심에서 국정원이 댓글부대를 동원하여 선거에 영향을 끼친 혐의로 징역 4년, 자격 정지 4년을 구형했습니다. 하지만 겨우 이걸로 괜찮은가 싶습니다. 여기서 끝이어서도 안 될 일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국정원 댓글 조작의 최초 제보자인 김상욱 씨는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에서 생산된 보고서는 대통령이 결재하게 된다며 대통령의 암묵적인 지시가 아니라 직접적인 지시와 교감 없이는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국정원의 SNS 장악 보고서가 청와대에 보고되었고 당시 김효재 정무수석이 직접 검토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국정원에 23년간 몸담았던 김상욱 씨는 이 공익 제보로 삶이 파괴되었죠.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국정원에 고발을 당해 압수수색에 시달려야 했고 사람다운 삶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부대 운용에 대한 제보로 인한 고소 고발은 2016년 말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아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이제는 지난 정권들의 패악을 밝히고 잘못을 바로잡을 때입니다. 국정농단으로 나라를 파탄 낸 박근혜가 국정원의 대선개입으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이 국정원에 그런 지시를 내린 이명박에게 있음을 뜻합니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은 이명박의 국정농단을 발판으로 삼아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국정원 문건과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온전히 공개하여 이명박근혜 정권의 실정을 낱낱이 파헤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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