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돌아보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지난 4월 7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매주 열리는 수요집회(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뜻깊은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베트남에서 오신 응우옌티탄 씨입니다. 응우옌티탄 씨는 수요집회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와 꽃다발을 나누며 서로 응원했습니다. "같은 전쟁의 피해자로서 두 할머니의 행동은 정말 옳은 일이라 응원합니다. 그리고 건강하셔야 합니다"라고요. 수요집회를 응원차 방문한 응우옌티탄 씨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지 궁금해하는 분도 계실 텐데요. 아닙니다. 이분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로 가족을 잃었고, 본인도 부상 끝에 살아남았습니다.

 

출처 - 한겨레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직시해야 한다


1956년부터 1975년까지 20여 년간 지속된 베트남전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주축으로 한 냉전 체제의 대리전이었다는 양상에서 한국전쟁과 연관 지어 생각할 지점이 많습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국이 참전했으나 승리하지 못했고, 병력파견이 점점 늘어나고 전투가 격렬해짐에 따라 반전운동이 치열해지고 전쟁 자체에 대한 의문도 날로 커졌습니다. 고엽작전과 양민학살 등의 만행이 드러나면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집회와 데모가 그치지 않았죠.

 

출처 - 국방일보


반공을 국시로 내건 박정희는 베트남 파병을 미국에 먼저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그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자 베트남 정부와 미국에서 정식으로 파병을 요청합니다. 이에 대한민국의 청룡부대, 맹호부대, 백마부대 등 정예 부대가 대거 투입되었습니다. 파병 병력은 32만 명, 파병이 최고조에 달한 1968년에는 베트남 주둔 한국군만 무려 5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미국을 뒤이어 가장 많은 병력을 보낸 국가라고 할 수 있죠. 꼭 돈만이 목적은 아니었겠지만, 월남 파병이 달러벌이의 일환이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한국군은 당시 4만 1000명의 베트남군을 사살하고 미국으로부터 2억 3500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이런 핏값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을 이뤘습니다. 베트남 파병 이후 우리나라의 GNP는 5배가량 성장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21


문제는 한국군의 참전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 학살이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전쟁 상황은 어느 쪽을 구분할 것 없이 사람을 미치게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사달이 안 날 수가 없죠. 미국에 의한 대표적인 만행인 미라이 학살뿐 아니라 대한민국 해병대인 청룡부대에 의해 자행된 퐁니, 퐁넛 양민 학살은 베트남 국민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 사건은 2000년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실위원회가 진상조사를 벌이면서 그 전말이 밝혀졌습니다. 한국군에 의해 학살된 양민이 7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전쟁범죄였습니다. 

 

이밖에도 비무장 민간인 135명을 학살하고 가매장한 사건인 하미 마을 학살 사건, 430명의 마을 주민을 죽인 빈호아 학살 등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베트남 내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미군 역시 진상 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군과 국방부는 학살이 없었다며 실체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달리 양심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베트남 참전 당시 우리 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희생자를 위한 위령비를 세우고 마을을 위해 기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우익 단체 방해로 파행 겪던 베트남전 학살 사진전 개막


이런 상황에서 고엽제전우회 등 우익 단체의 방해로 파행을 겪던 사진전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이 지난 8일 개막했습니다. 광복 70주년, 베트남전 종전 40년을 맞아 사진전을 기획한 평화박물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학살 피해자 응우옌떤런 씨와 응우옌티탄 씨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있는 갤러리 스페이스99를 방문해 오픈행사에 참석하고 작품을 관람했습니다. 이번 사진전엔 베트남전 당시 학살을 당한 피해자를 기리는 위령비와 베트남 마을 사람들의 사진이 전시되었고, 다른 한편에는 한국의 베트남참전기념비를 담은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출처 - 국제신문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베트남 지역 한국군 주둔지를 중심으로 사진을 찍으며 그들의 삶을 기록한 이재갑 작가는 하나의 전쟁인 베트남전을 기억하는 한국과 베트남의 방식이 너무나 다르다며 왜곡된 진실과 감춰진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출처 - 한겨레


약자들의 시위 현장마다 빠지지 않고 나타나 훼방을 놓는 고엽제전우회는 이번에도 1000여 명(경찰 추산 700여 명)을 동원해 베트남 피해자 초청 행사가 열린 식당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월남참전 고엽제 환자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베트콩을 민간인 희생자로 둔갑시켜 참전자들의 희생과 명예를 실추시겼다"며 전시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고엽제는 미국에서 뿌린 것인데 왜 고엽제전우회는 그 책임을 베트남에 전가하는 걸까요? 정말로 고엽제로 고통을 당하고 계신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을 욕되게 하는 건 바로 이분들이 아닌가 합니다.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갑 작가는 참전용사들 역시 전쟁의 피해자로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두 개의 기억'이란 사진전 제목도 베트남전을 '학살'로 기억하는 베트남인과 '참전'으로 기억하는 한국 참전용사들의 처지를 두루 고려한 것이라고 합니다.

 

출처 - 프레시안


베트남전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라면 우리나라가 갑작스레 가해자로 취급받는 상황에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수요일마다 일본군 위안부 진상 규명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우리가 떳떳하려면, 우리의 과오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일본이 발뺌하고 역사를 왜곡할 때마다 우리가 분노하는 것처럼, 우리가 발뺌하고 역사를 왜곡할 때마다 베트남 국민도 분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진전이 한국과 베트남이 평화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식민지배의 역사를 안고 분단과 냉전의 희생양이 된 전쟁으로 국토가 유린당하고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는 닮은꼴입니다. 1992년 수교 이래 경제적 교류는 늘어나고 있지만, 양민 학살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있어서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국민이 베트남전 당시 우리 군이 자행한 양민 학살의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 서독 총리인 빌리 브란트는 "역사에 눈 감는 자는 미래를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베트남의 아픔을 외면하고서 일본의 역사 왜곡만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 사진전이 폭넓은 역사 인식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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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1.2.3.4가동 | 스페이스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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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6)

  • 2015.04.12 22:22 신고

    베트남전 희생자 관련 사진집을 본 적이 있는데 크게 충격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 2015.04.13 14:05 신고

      전쟁은 인간의 광기가 최악의 상태로 표출되는 실체가 아닌가 합니다. 1973년 <베트남-전쟁의 테러>라는 사진 작품을 촬영한 닉 우트는 베트남전의 참상을 전 세계에 고발하여 그해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오래전 사진 작가의 시각에 포착된 한 장의 사진만 봐도 전쟁의 참혹함을 절감하게 됩니다. 이 땅에 다시 전쟁 같은 참상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회 곳곳에서 평화를 위한 다양한 발걸음이 절실합니다.

  • 2015.04.13 09:32 신고

    베트남이 미국에 라이따이한 기념비를 세우겠다고 하면 한국인들은 뭐라고 할지 궁금합니다. 베트남이 그럴 일은 없지만 말이죠.

    • 2015.04.13 13:44 신고

      라이따이한을 주제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라이따이한의 눈물》을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군대의 전쟁 범죄나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라이따이한 문제를 우리가 사회문제로 인식한 지는 아쉽게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폭넓은 역사인식을 갖추어 과오를 반성하고 동아시아의 평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밑바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노가다
    2015.04.13 17:02

    베트남 결혼 피해자들이 한국에 존재합니다
    결혼을 목적으로 들어와서 베트남인 사이에 바람과 불륜으로 파괴된 가정이 수없이
    많아요??????
    베트남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베트남인의 사고방식은 이해가 안됩니다
    저도2년을 베트남부인과 결혼생활을 했습니다
    베트남인들은 결코 동화되지 않습니다
    베트남인들은 한국국적을 받아서 한국인이 되자 않습니다

    • 2015.04.14 10:10 신고

      베트남 결혼 피해자 문제를 여기서 언급하시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 님의 댓글 내용은 전형적인 잘못된 일반화의 오류에 해당합니다. 뭔가 다른 맥락이 있거나 저희 글과 연관하여 다른 점을 지적하려는 의도였다면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에 따라 저희도 의견을 드리겠습니다.

  • 2015.08.09 07:14

    베트남전 양민학살은 사실이 아니며, 정부와 국방부에서도 공식적으로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에서 말하는 '생각있는 국민들' 이라는 사람들이 무슨근거로 참전용사들의 고생과 노고를 깎아내리고 가해자 취급하는지 모르겠다...'약자들'의 시위현장마다 훼방을 놓는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며, 고엽제전우회에서는 고엽제의 책임을 베트남에 전가한 사실이 없다. 단지 그들은 똑같이 전쟁에서 고통받은 참전용사들이 근거도 없는 학살, 강간의 가해자로 취급받아야하는게 억울한것이다

  • 2015.08.10 10:40 신고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고 있지요. 그렇다고 역사적 진실이 사라집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용사들의 희생을 인정하지 않거나 부인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다만 전쟁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양민학살이 이뤄졌음을 부인해선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겁니다.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우리가 역사적 과오를 덮으려 해선 안 될 일입니다.

    고엽제전우회가 약자들의 시위현장에 반대집회를 하기 위해 동원된 증거가 나왔습니다. 고엽제전우회는 종북 척결, 교육감 직선제 폐지, 세월호 특별법 반대 집회 등에 조직적으로 동원됐습니다.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고엽제전우회 회원이 각 지회로 공문이 내려와 인원 동원 명령이 하달되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작년 10월에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보훈처를 통해 고엽제전우회로 매년 25억여 원의 세금이 투입됩니다. 이 때문에 고엽제전우회 관련법엔 '정치활동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지요. 하지만 고엽제전우회는 사실상 정치활동을 안보활동이라는 이유를 들며 계속해왔습니다. 내부자 증언과 공문이 증거자료로 다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나 몰라라 하실 겁니까?

    베트남 참전용사 전부가 학살, 강간의 가해자일 리 만무합니다. 일부의 잘못이었겠지요. 하지만 베트남전 당시 일어난 양민학살의 역사적 진실을 가리려는 순간, 국가적 명예와 참전용사 전체의 희생을 훼손하는 일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해병236기
    2016.01.31 17:01

    전쟁 자체가 합법적 범죄 입니다 그 범죄가 인정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승패의 차이이지요.
    도대체 글쓴분 연배가 어찌되시는지 모르겠으나 상당히 불쾌 합니다.
    저분들이 이뤄낸 목숨 값 피의 대가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입니다. 저분들이 현재 국가에 요구
    하는 것이 본인들의 영달을 위한것이 무엇이 있나 다시한번 생각 해 보십시요.

    • 2016.02.01 17:18 신고

      전쟁이 합법적 범죄라고요? 전쟁에 이기기만 하면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는 황당한 논리에 오히려 저희가 불쾌합니다. 대한민국 해병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요? 아니면 님이 잘못 알고 계신 겁니까? 강대국의 논리를 오롯이 내재화하고 계신 것 같네요.

  • 생각하자..
    2016.03.03 06:44

    50~60년대 비논리 노골적 원색적인 증오에 가까운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가 전쟁터에 나가 저지른만행이뿐..반공/좌.우논리/빨갱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각인되어있는 대한민국...배트남전 당시..
    미군과/한국군 민간인 학살만행은 힘의논리에 의해서 은폐되고 숨겨온거일뿐..

    • 2016.03.03 15:01 신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듯이, 우리도 베트남전쟁에서 저지른 과오를 외면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 2016.03.31 23:53

    당시 한국군의 베트남지역 일부 작전중 민간인의 희생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이건 한국정부와 한국군이 윤리적 차원에서 생각해볼 문제지요. 하지만, 당시 한국군은 사실상 미국의 용병자격으로 참전한 겁니다. 용병은 전쟁과 관련하여 책임유무를 따질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베트남정부나 해당 피해자들이 법적 책임여부를 따지고 싶다면 한국군을 용병으로 고용한 고용주 자격인 미국정부에 따져야 할 것입니다.

    • 2016.04.01 10:20 신고

      미국이 베트남전쟁에 개입해 숱한 희생자를 양산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더구나 한국군이 용병이었으니 민간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접근은 문제가 큽니다. 살인 청부업자는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수행했을 뿐이니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윤리적 차원에서만 죄를 물을 수 있는 걸까요? 1903년 대한제국 정부는 제네바협약에 가입했습니다. 제네바협약은 대한민국의 국내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지닙니다. 우리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용인되기 어렵습니다.

  • seokjsny
    2016.04.13 12:05

    전쟁은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월남전에 참전하신 모든 용사들이 베트남에서 그런 잘못을 하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베트남에서 저지른 잘못은 분명히 사과하고 그에 상응하는 정신적, 물질적 보상을 해드리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접하기전에도 개인적인 소견으로 우리도 베트남 국민들께 많은 잘못을 하지 않았나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그들의 잘못을 탓하는 것 만큼이나 우리도 베트남 국민들게 사과를 해야하지 않았나 생각해 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일본사람들과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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