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보도

천안함 사건 5주기에 돌아보는 국가 안보

by 생각비행 2015. 3. 28.

지금까지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5주기가 지났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순직한 이들을 가슴에 묻고 말 못할 한을 안은 채 지난 5년을 보낸 유족들과 천안함 생존자들 역시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을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정부가 공식 주관하는 46용사 추모식은 5주기인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하는군요. 천안함 사건 5주기를 맞은 시점에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의 현실을 점검해보겠습니다.
 

출처 - 경북도민일보



북한의 어뢰 공격이란 공식 결론 vs. 정부가 자초한 음모론


대한민국 국방부는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해에서 훈련 중이던 천안함이 갑작스런 폭발로 선체가 두동강 나며 침몰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근처에서 작전 중이던 속초함과 참수리급 고속정과 해경에 의해 58명이 구조되었지만 46명은 사망했습니다. 그중 6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했죠.

 

대한민국 정부와 호주, 미국, 스웨덴, 영국 등 5개국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이 원인이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북한은 즉각 자신들이 그런 일을 벌이지 않았고 천안함은 좌초된 것이라며 반박했습니다. 합동조사단의 공식 발표 이후 그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와 백서 등이 나왔지만 지금까지도 국내에서는 어뢰설, 기뢰설, 내부폭발설, 피로파괴설, 좌초설, 잠수함 충돌설  등 천안함 사건의 원인을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각에서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편 북한을 무조건 경계하던 국민의 시각과 안보의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는 일방적으로 북한을 미워하게 만들려 했던 대한민국 국방부가 자처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반복되는 '종북몰이'에 국민은 피로감을 느낍니다. 더구나 군에서 발생하는 잦은 사고와 의문사, 군납 비리, 부실한 위기대응 체계로 말미암아 안보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점점 허물어졌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공식발표에도 아랑곳없이 이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요? 정부의 발표를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할 일이 아니라 국민이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분명한 증거를 제시하는 일에 대한민국 국방부와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과거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국민을 종북좌파로 규정하고 입을 틀어막으려 하지 말기 바랍니다. 천안함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입니다.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천안함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천안함 사건 5주기를 맞아 <뉴스타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26.5퍼센트가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라고 응답했고 20.7퍼센트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즉 정부의 천안함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전체응답자의 47.2퍼센트에 달했습니다. 반면 "매우 신뢰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18.8%퍼센트였고 "신뢰하는 편이다"는 응답은 20.4퍼센트로 나타나 정부의 천안함 결과를 신뢰하는 사람의 비율은 39.2퍼센트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정부와 국방부가 자초한 것입니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부와 국방부는 상황 파악과 초동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수차례 발표를 번복하는 사이 교신 일지가 사라지거나 TOD 영상 은폐 의혹이 일어나 국민들이 신뢰를 접기도 했습니다. 국방부는 카이스트의 실험으로 어뢰의 버블제트 효과로 인한 폭침을 입증하려 했으나 이내 민간 영역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군의 대응은 무능력함과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되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었습니다.



흐지부지한 천안함 뒤처리, 지금도 반복되는 군납 비리


천안함 사건 이후 국가 안보와 관련해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사건 당시 이명박 정부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변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천안함 2주기였던 2012년만 해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천안함 사건의 대응 및 수습 과정을 감사한 감사원은 국방부에 장성 13명을 포함해 25명을 징계하라고 통보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6명만 징계했지요. 사실 그조차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거리에 불과했습니다. 

 

국방부의 발표대로 천안함이 훈련 중 북한군 어뢰에 의해 폭침된 것이라면 대한민국의 방어 전선이 뚫린 엄청난 안보 위기 사건입니다. 작전에 실패하고 국가 안보를 지켜내지 못한 해군 작전사령부와 합참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요. 최소한 장성급들이 줄줄이 옷을 벗기라도 했어야 말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전투준비 태만과 허위보고 등으로 낮은 수위의 징계를 받은 장성들은 무사히 군 생활을 마치고 호의호식하거나 심지어 진급을 한 이들마저 있었습니다.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렸건만 지휘관들은 책임을 지지 않으니 꽃다운 46명은 대체 무엇을 위해 산화한 것일까요?

 

출처 - 노컷뉴스


"제2의 천안함은 없다"면서 2011년 서북 5도 방어를 전담하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한 대한민국 국군. 사상 최초로 육해공 합동으로 구성된 부대라 북한에 대적할 병력 증강 및 신형 무기 배치 등 후속 조치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이조차 최근의 무기 도입 비리 수사를 보면 점입가경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지금까지 구속된 장성 숫자가 7명인데 그중 6명이 해군입니다. 또 그중 2명은 무려 전직 해군참모총장이고요. 2억 원짜리 싸구려 음파탐지기를 40억 원으로 속여서 함정에 장착해 전함을 어선으로 만들어버린 게 바로 이 사람들입니다. 전문가들은 천안함과 그 배에 달려 있던 구형 음파탐지기의 관계에 관해 이렇게 말합니다.

 

양욱 연구위원/국방안보 포럼: (2010년 당시에) 천안함급 배들은 치워버리기로 됐었어요. 우리가 그렇잖아요. 버리는 물건에 많은 돈을 투입을 안 하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천안함이) 간 거였기 때문에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제일 아프고 약한 허점(음파탐지기 등)을 찔린 거죠.


[청와대] 천안함 5주기에도…정신 못 차린 '난파 해군' (JTBC)


작전에 투입된 천안함에 제대로 된 음파탐지기가 달려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만약 국방부 발표대로 북한의 어뢰가 사건의 원인이었다면 폭침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국가 안위의 최전선을 지키는 해군 초계함에 설마 어군탐지기 수준의 싸구려 음파탐지기가 장착되었으리라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승진은 승진대로 하고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제 식구는 끔찍이 챙기면서 문자 그대로 "밑에서 뺑이 치는" 장병들의 안전은 안중에 없었던 인면수심의 장본인들이 대한민국 안위를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민주당 신학용 의원실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국방부가 전력 보강을 위해 2011년 국방예산에 긴급소요로 편성한 예산은 1157억 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제2의 천안함 사건을 막기 위한 해군 전력 증강 사업에는 300억 원을 배정했을 뿐입니다. 군함 성능 개량에 172억 원, 음향센서에 89억 원, 레이더에 10억 원 등이 그 사용처입니다. 

 

언론 보도를 따르면 현재 전방에서 작전하는 초계함과 호위함들의 음파탐지기가 천안함이 달고 있던 것과 똑같은 싸구려 저질 장비라고 합니다. 국방부는 퇴역할 구형 함정에 굳이 돈을 들여 개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 구형 함정을 신형 호위함이 대체하려면 적어도 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군요. 연평해전과 천안함 사건을 겪고서도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 대한민국 국방부가 대체 어떻게 국민의 안위를 보증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지금까지 실체가 모호한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순직한 46명 장병의 얼굴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기는 건 다름 아닌 대한민국 정부와 군입니다.



종북몰이 그만두고 세계정세 살펴야


지난 26일 천안함 5주기에도 정치권은 종북몰이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4월 재보궐 선거에 천안함 사건을 이용하려는 파렴치한 의도가 너무나 적나라해서 보는 사람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남북관계는 여전히 경색되어 있고 군납 비리는 연일 터지고 있으며 정치권의 종북몰이와 사회적 퇴행은 점입가경입니다. 천안함 5주기를 맞았으나 수습되고 봉합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입니다.
 

출처 - 중도일보


우리의 아들이자 형제요, 누군가의 연인이었던 사람들을 가슴에 묻은 유족들은 사건이 발생하고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슬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안타깝게도 추모 열기마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인양한 천안함을 해군 2함대에 전시하고 46명의 장병을 기리고 있지만 갈수록 방문객이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5년 동안 85만 명이 다녀갔으니 결코 적은 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2011년 25만 명의 추모객에 비해 2014년에는 12만 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상황입니다. 정부와 국방부가 천안함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순직한 이들의 죽음의 원인을 제대로 드러낼 때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이들을 추모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거 대한민국 안보 이데올로기의 중심에는 북한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북한을 통일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적국으로 규정하고 비정상적인 냉전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면서 전쟁 위협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예산을 국방비로 쏟아왔습니다. 하지만 국가안보 논리는 필요 이상으로 남북의 군사적 대립을 조장했고, 때때로 무력 충돌을 낳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이 아닌 무력으로 평화를 이룰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최근 동북아 정세를 가만히 살펴보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한·미·일 삼국의 군사동맹 강화 시도나 신냉전 구도를 연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최근 정치권에 급부상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논란이 이를 방증합니다. 하지만 군사력 증강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이 정말로 우리의 안보를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 실패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습니까? 남북 간 긴장관계를 조성해서 우리 국민이 득 본 게 있었나요? 이제는 국민들이 평화와 안보가 상호보완적이고 병행적인 관계임을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 사회 도처에서 평화를 증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 시발점이 군비축소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익에 필요한 것은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무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권의 변혁이 필요합니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인을 배출하고, 남북화해를 이뤄 통일을 지향하는 국민의 대리인이 필요합니다. 막대한 국방예산을 복지와 다른 측면으로 환원한다면 우리의 후대는 지금과 다른 세상을 물려받을 수 있을 겁니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대한민국이 남북 간 갈등 국면을 넘어 통일의 길을 모색한다면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무력은 결코 평화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없고, 평화는 평화를 바라는 마음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국민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