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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천안함 프로젝트>,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by 생각비행 2013. 9. 25.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저희는 이명박 정부하에서 정치적 압박 및 제작 방해, 언론 및 방송의 자율성 훼손 등으로 표현의 자유가 심히 위협받고, 탐사보도가 점차 설 자리가 없어지는 현실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근 벌어진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사태는 소비자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 군, 정부, 보수 세력의 의견과 다른 의사 표현을 억압하고 막으려는 의도가 농후한 조처로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MB의 추억><남영동1985> 같은 영화가 개봉되었던 사실을 생각하면,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사태에 청와대나 국정원 같은 국가 권력 기관이 개입하지 않았겠느냐는 대중의 의혹 제기는 단순한 가능성을 넘어서는 듯한 인상을 남깁니다.

2013년 9월 10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의 보도채널 <뉴스타파>가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사태를 보도하면서 우리 사회의 '소통의 부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천안함 사건을 들여다보면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이 보입니다.


과거 천안함 사건은 '안보'와 '보안'을 핑계로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된 바 있습니다. 군의 기밀주의는 안보상업주의를 부추겼고,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언론과 방송은 천안함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려 하기보다는, 북한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추측성 보도를 일삼았습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안보 세력과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는 계기로 활용했고, 정부를 비판하는 대중과 진보 세력을 종북 세력으로 규정하고 공안 정국을 조성하여 공권력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탄압하는 정치적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언어의 배반 -  좌파, 좌빨

《언어의 배반》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언어학자와 정치학자 권력에 중독된 언어를 말하다'라는 부제에서 드러나듯이,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 중에 본래 의미를 왜곡하고 편견을 조장하는 용어를 '언어의 배반' 사례로 규정합니다. 두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 현실을 호도하고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분석합니다.

언어의 배반 사례 중 대표적인 예가 '좌파' 또는 '좌빨'이 아닐까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천안함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려는 이들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죄다 '종북좌파'로 규정되고 마니까요. 2010년 4월 21일에 43개 보수단체가 모여서 만든 '4대강 살리기 국민연합' 출범식에서 보수 세력은 천안함 사건을 기회로 좌파 세력을 일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바 있습니다. 천안함 침몰 민군합동조사단의 보고서에 의문을 제기하며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한 신상철 민간위원에 대해 해군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일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비이성적인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언어의 배반》이라는 책이 일말의 해답을 주는 것 같습니다.

좌파 또는 좌빨이라는 말이 한국에 들어와 권력 투쟁의 굴곡을 겪으면서, 오늘날에 와서는 이념을 구분하는 말이라기보다 자기가 싫어하고 무너뜨리고 싶은 사람들을 싸잡아 부르는 말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제가 느끼는 더 큰 문제는 좌빨이라는 용어가 언어사회학적으로 참이 아닐 뿐 아니라 기득권 세력의 배타적 폭력성과 일방주의까지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 

좌우를 구분하는 것은 또한 시대와 국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보존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또 바꾸고자 하는 가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주로 유럽에서는 민족주의나 국가주의가 우파이지만,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를 겪은 한국에서 민족주의는 좌파의 가치가 된 경우도 과거에는 있었습니다. 프랑스혁명에서 좌파의 기원을 만들어냈던 자유주의와 자본주의는 오늘날 보수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보수 우파가 친미적이거나 친일적인 것도 특이합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자유주의가 진보로 간주되지만, 한국에서는 보수로 분류될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이념의 상대성으로 인해 보수와 진보를 획일적으로 재단하기는 어렵지만, 특정한 시대의 특정한 나라로 좁혀서 보면 조금 명확해집니다. …… 

소련의 붕괴와 신자유주의의 득세로 세계적으로 좌파는 퇴조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 이념 논쟁이 거센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이 정말 한국에서는 좌파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건 아니지요. 언어에 숨은 권력이 만든 가짜 이념 논쟁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나 북한과의 화해를 이야기해도 좌빨, 먹거리에 대한 불안에서 출발한 촛불집회도 좌빨,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문점만 제기해도 좌빨, 민주나 노동조합, 또는 환경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좌빨이라고 단정해 버립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빨갱이라고 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관련 검색어로 나오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입니다. 그 획일성과 거친 단죄는 가히 공포스러울 정도입니다.
_《언어의 배반》 본문 중에서

 
천안함 사건의 실체, 여전히 오리무중?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은 천안함 사건을 '2010. 3. 26(금) 21:22분 경 백령도 서남방 2.5Km 해상에서 경계 임무수행 중이던 해군 제2함대사 소속 천안함(PCC-722)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 어뢰공격으로 침몰하여,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이 구조된 「국가 안보차원의 중대한 사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출처: 대한민국 해군)

그러나 천안함 사건을 알리는 군의 태도는 초기부터 국민의 불신을 야기함으로써 도리어 우리 사회에 안보 위협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습니다. 선택적으로 제시하는 정보에 상식적인 반론조차 허용하지 않는 국방부의 폐쇄성에 많은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에 당황한 국방부는 천안함 사건을 국가의 안보 위기인 양 침소봉대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미궁에 빠진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3년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대한민국 국방부는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를, 대한민국 정부는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를 내놓았습니다. 국방부와 대한민국 정부의 보고서는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킬 정도로 객관적인 사실을 담고 있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각종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일부 과학자 그룹에서 천한함 사건의 보고서 내용이 과학적 사실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의혹을 제기했으니까요.

생각비행은 과학 분야를 계속 다뤄온 전문 출판사가 아닙니다. 과학적 연구를 하는 단체는 더더구나 아닙니다. 그럼에도 천안함 사건으로 상징되는 군 관련 정보의 왜곡,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적 분위기, 안보상업주의를 유포하는 보수 언론 및 방송의 그늘이 우리 사회에 막대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과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

이에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의 머리말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과연 이 보고서가 천안함 사건의 실체를 명백히 밝혔는지, 국민의 오해를 온전히 해소할 수 있었는지, 그렇지 못하다면 과학자와 국민은 어떤 의혹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 머리말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정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하고, 우리 해군 장병 46명이 산화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국방부는 천안함의 침몰원인과 행위자를 명백하게 규명하기 위하여 3월 31일 민·군 합동조사단을 구성하였습니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민간 전문가와 함께 외국 전문가까지도 참여시켜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2010년 5월 31일 최문순 국회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천안함 관련 민군합동조사단 명단을 제출받은 뒤 작성한 보도자료를 보면, "민 ․ 군 합동조사단의 지휘부 및 조사요원은 총 47명이며, 조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인원을 제외하고 순수 조사 활동에 참여한 인원은 47명으로 민간인 25명, 군인 22명임. 이외에 외국 전문조사팀은 미국 15명, 호주 3명, 스웨덴 4명, 영국 2명이고 국회 추천 전문요원은 3명“이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문순 국회의원은 
"외국 전문조사팀 명단은 제출되지 않았고, 검토해 본 결과, 민간인으로 분류되는 인원 중 상당수는 국방과학연구원, 국과수 등 국방부나 정부 기관에 포함된 인사로 이번 천안함 사건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조사를 할 민간위원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2010년 6월 7일 《참세상》은 박선원 미국 부르킹스 연구소 초빙연구원(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7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해외에서 온 국제적인 전문가들이 참여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국적 조사의 결과는 아니”라며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고 국제 전문가들은 이것에 대해서 기술적 자문만 한 것이기 때문에 철저히 한국의 독자적인 조사결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뒷받침하는 《주간경향》 기사도 있었습니다. 천안함 사건 1주기가 지나서 작성된 2011년 3월 29일 기사(
천안함, 외국 조사단 역할은 '들러리'? )를 보면,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국제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하겠다며 미국, 영국, 스웨덴, 호주와 합의각서를 체결했으나 해외조사단이 들러리를 선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지요.

(출처: 주간경향)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는 “해외조사팀과 합조단은 서로 토의하고 조사를 하면서 정보를 공유했다. 해외조사팀이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합조단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해외조사팀에는 천안함 사건 관련 정보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해외조사팀은 들러리였다. 합조단 시나리오에 해외 전문가가 참여했다는 것을 남기고 싶었던 것”이라며 “지난해 4월 말 중간보고가 있었는데, 한국·미국·영국 팀만 발표를 했다. 왜 호주·스웨덴 조사팀은 발표를 안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들이 ‘우리들은 의미있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대답하더라. 알고 보니 천안함 항로, 엔진 관련 정보, 천안함 속력 등 기본적인 정보가 전혀 공유되어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이 최종보고서에 조건을 단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것. 이에 대해 당시 합조단 단장을 맡았던 윤덕용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합조단에는 북한 잠수함이 공격했다는 것을 분석한 정보분석팀이 있었다”면서 “이 정보분석팀에 스웨덴 팀이 참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서명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출처: 《주간경향》


2010년 5월 25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천안함 침몰 조사과정의 6가지 문제점>이라는 10쪽 분량의 보도자료에서 "조사단의 구성, 활동 방향, 명단 등이 공개되지 않아 실제적으로 ‘민간’이 어느 정도 조사단에 포함되어 있는지 조사단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그들의 입만을 바라보고 있는 실정. 조사단의 정체가 불분명한데 그들이 내놓은 조사결과를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조사단의 명단을 밝히는 것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일이 아님이 분명하고, 그들의 명단을 공개했을 때 그들이 언론에 시달릴 것을 우려해서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 국방장관의 설명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보면 "민·군 합동조사단은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민간 전문가와 함께 외국 전문가까지도 참여시켜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라는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 첫 내용부터 국민의 의혹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머리말의 다음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서해 사건현장에서 숙식을 함께 하면서 험난한 기상과 조류 등 악조건 속에서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 활동을 실시하여 천안함이 북한의 소형 잠수함정에서 발사된 어뢰에 의해 침몰되었음을 밝혀내고 5월 20일 이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합조단의 발표 이후 2010년 5월 21일 당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보시죠. 지금 돌아보면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임을 전제하고 이야기하는 김무성 원내대표조차 군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이후 천안함 사건 관련자는 오히려 줄줄이 진급했습니다.

5월 20일 합조단 발표 현장에서 황원동 중장은 외신기자가 왜 공격을 막을 수 없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북한 잠수함의) 기지 이탈을 식별했지만 우리 영해까지 침범해서 도발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충분한 대처를 못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합니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정적 증거라며 내세운 어뢰 추진체는 천안함 침몰의 원인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기는커녕 증거 차제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과 천안함 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의구심만 증폭시켰습니다.

2012년 7월 22일 《미디어오늘》은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이 쏜 1번 어뢰에 피격됐을 가능성이 0.000,,,0001%에 불과하다고 밝혀 반향을 일으켰던 재미 잠수함 전문가 안수명 박사가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보고서에 대해 “비양심적이며 과학적으로 수긍할 증거가 하나도 없다”고 혹평했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기사 원문: 미잠수함 전문가 “천안함 보고서 비양심적…상상초월”)

민·군 합동조사단은 6월 14일 유엔 안보리에 조사결과를 설명하였으며, 그 결과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보리 논의에 회부하면서 북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 결의안 채택을 목표로 치열한 외교전을 벌였습니다. .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책임론을 수용하지 않고, 북한도 유엔 외교전에 뛰어들면서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한계에 부닥쳤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주요국은 천안함 침몰을 '공격(attack)'이라고 규정하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공격 주체를 밝히지 않은, 참으로 이상한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데 합의합니다.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서(2010. 7. 9)

1. 안보리는 2010년 6월 4일자 대한민국(한국) 주 유엔대사 명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81) 및 2010년 6월 8일자 조선 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주 유엔대사 명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94)에 유의한다.

2. 안보리는 2010년 3월 26일 한국 해군함정 천안함의 침몰과 이에 따른 비극적인 46명의 인명 손실을 초래한 공격을 개탄한다.

3. 안보리는 이러한 사건이 역내 및 역외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4. 안보리는 인명의 손실과 부상을 개탄하며, 희생자와 유족 그리고 한국 국민과 정부에 대해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명하고, 유엔 헌장 및 여타 모든 국제법 관련 규정에 따라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하여 이번 사건 책임자에 대해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5. 안보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한국 주도하에 5개국이 참여 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6.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

7. 이에 따라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

8. 안보리는 앞으로 한국에 대해, 또는 역내에서, 이러한 공격이나 적대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9. 안보리는 한국이 자제를 발휘한 것을 환영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10. 안보리는 한국 정전협정의 완전한 준수를 촉구하고, 분쟁을 회피하고 상황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

11. 안보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재확인한다.

-출처: 《천안함 백서》

안보리 의장성명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에 의해 침몰했음을 국제사회에서 공인받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유엔 외교가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의도하지 않은 '북한의 입장'이 반영된 조항마저 채택되고 말았습니다. 공동성명 초안 6항에 있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는 문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참으로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의장성명을 이끌어내기까지 사실상 참으로 어려운 외교적 노력이 있었다는 뒷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2010년 7월 11일 《연합뉴스》는 <유엔 안보리 '천안함 의장성명' 뒷얘기>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Attack을 넣는게 가장 어려워" = 우리 외교당국이 안보리 문안협상에서 가장 주력했던 것은 attack(공격)이라는 표현을 넣는 작업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는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어라는 판단에 따라 필사적인 로비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condemn(규탄)이라는 단어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인해 협상과정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안보리 문안협상은 그야말로 언어공학(language engineering)으로 부를만 하다"며 "한문장 한문장이 엄청나게 어려운 협상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시사점은 매우 큽니다. '언어공학'이 빚어낸 의장성명이라니, 참 이이가 없지 않습니까? 천안함 사건의 실체는 증발된 채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각국이 저마다의 실익을 챙기기 위해 어떤 협상을 했을지 동북아 정세를 둘러싼 저간의 사정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조작극이라고 비난하면서 대남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도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사실과 다른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등 무책임한 언행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자신들도 조사단을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방부와 정부는 가해자가 진상 규명에 참여할 수 없다는 논리와 더불어 군사 기밀 누설 방지 차원에서 이를 거부했습니다. 궁색하기 짝이 없는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은 범인을 대동하고 사건 현장에 나가 사건의 경위와 살해 방법 등을 상세히 재현하고 이를 기록합니다. 국방부와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임이 분명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었다면 북한의 만행을 만천하에 공개할 좋은 기회를 왜 마다했을까요? 앞서 살펴본 안보리 의장성명의 문구를 '언어공학'적으로 '마사지'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조차 없었을 텐데요. 돌아보면 대한민국 국방부와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참으로 이상하게 풀어내려 했다는 의혹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국방부는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에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을 올바르게 알려 불필요한 오해와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와 입증 자료들을 수록한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를 한글과 영문으로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보고서는 개요, 침몰요인 판단 결과, 분야별 세부분석 결과, 결론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체적인 조사 내용과 판단 결과는 부록에 수록하였습니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침몰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모든 침몰 가능 요인을 망라하여 조사한 전 과정을 서술하였으며, 300개 이상의 각종 그림과 도표를 활용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였습니다.
특히 4개 국가와 국내 12개 민간연구기관 및 군의 총 73명의 전문가가 과학수사·함정구조·폭발물·정보 분석 등 다양한 분야의 조사 및 보고서 작성에 적극 참여하였고, 보고서 내용에 전원이 동의하여 국제적으로 검증된 자료가 되었습니다.
본 보고서는 어뢰 공격으로 침몰된 군함의 선체를 인양하여 조사한 세계 최초의 보고서로서, 결정적 증거물(Smoking gun)인 어뢰 추진체를 수거하고 폭약성분까지 검출한 것은 어떠한 은밀한 공격행위도 증거로 남는다는 사실을 북한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도발을 자행하지 못하도록 엄중히 경고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를 둘러싼 다양한 의문은 다음 방송, 기사 및 강연회 내용을 들어보시고 직접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천안함 합조단에 조작 주도한 인물 있었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에 과학적인 오류를 지적해온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정치학)와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물리학)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방부와 정부가 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걸까요? 미국 시민권자라서 이들에게는 종북좌파의 딱지를 붙이지 못하는 걸까요? 아니면 국방부와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136회] 제1부 알기 쉬운 천안함의 진실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198] 천안함 조사, 산수조차 틀렸다

천안함, 불편한 진실을 말하다 : 신상철 강연회

[이털남2-309회] 성접대 의혹 / 천안함 막전막후 (29분 부터)

라디오 반민특위 13회 - 천안함,진실에 가장 가까운 남자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프레시안] 천안함 합조단에 조작 주도한 인물 있었다

이제 보고서 머리말의 마지막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본 보고서는 이번 천안함 사태를 거울삼아 다시는 북한의 기습적 도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우리 국민의 확고한 안보의식과 안보문제에는 어떤 개인·집단적 이해도 개입될 수 없음을 일깨워 주는 데 기여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본 보고서는 군사비밀 내용이 제외되었고, 과학적·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용어들을 쉽게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음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쪼록 금번에 발간한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가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동안 제기되어 왔던 모든 오해와 의혹이 해소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평소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일반 국민들과 국내외 학자 및 언론인 모두에게 유용한 자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2010년 9월
민·군 합동조사단

한 건의 보고서로 천안함 사건의 실체를 규명했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방부의 시각이 참 일천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화와 소통입니다. 〈천안함 프로젝트〉가 바로 이 점을 문제삼았습니다. 의문은 곧 소통의 시작이라는 것이지요. 

천안함 사건 발생 후 3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1200톤급의 해군 초계함이 두 동강 난 채 침몰하고 46명의 젊은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수색에 참여했던 한주호 준위와 98금양호 선원 9명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북한을 무조건 경계하던 국민의 시각과 안보의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일방적으로 북한을 미워하게 만들려 했던 대한민국 국방부가 자처한 일입니다. 더구나 우리 군의 부실한 위기대응 체계로 말미암아 국민의 신뢰는 허물어졌습니다. 안보상업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국민이 많아졌습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소행이라는 정부의 공식발표가 있었으나 이를 둘러싼 진실 공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발표를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할 일이 아니라 국민이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분명한 증거를 제시하는 일에 대한민국 국방부와 정부가 나서기 바랍니다.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많은 국민을 종북좌파로 규정하고 입을 틀어막으려 하지 말기 바랍니다. 천안함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입니다.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천안함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될 이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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