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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안현수가 빅토르 안이 된 이유.

by 생각비행 2014. 2. 14.
대한민국 스포츠협회와 연맹의 비리, 파벌 그리고 무능함에 관해

러시아로 귀화해 소치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동메달을 딴 빅토르 안(안현수) 선수의 국가대표 탈락 과정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로 귀화한 안 선수를 언급하며 체육계의 부조리 척결을 주문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유력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13일(이하 한국시각) 안현수와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귀화의 결정적인 배경이 한국에서 쇼트트랙을 하기 힘들었던 환경과 국가대표 탈락 때문이라고 전했다.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을 달성하며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으로 부상했지만, 2011년 12월 러시아로 귀화했다. 안현수가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던 2006년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한체대 출신과 비한체대 출신으로 나뉘어 파벌 다툼을 했고 한체대 출신인 안현수는 비한체대 출신이 주류였던 당시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에서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MBN

소치 동계올림픽이 한창인 지난 13일, 빅토르 안이 속한 러시아 쇼트트랙 계주팀은 그의 폭발적인 실력 덕분에 결승 레이스에 1위로 진출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전 빙상연맹 파벌 싸움으로 안현수의 발목을 잡았던 이호석(28·고양시청)이 이번에 또 경기 중에 넘어지며 동료와 미국 선수까지 탈락시켰습니다.

빙상연맹을 비롯한 우리나라 스포츠 연맹/협회의 무능과 비리, 파벌 싸움에 진절머리가 난 우리 국민은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이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을 실력으로 눌러주길 응원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다른 국적 선수가 우리 선수를 눌러버리길 바라는 기이한 현상의 원인이 된 스포츠 연맹/협회들의 무능과 비리의 대표적인 사례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안현수는 왜 러시아로 귀화했나? ―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파벌 싸움

2006년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을 달성한 쇼트트랙의 간판 안현수는 불과 5년 만인 2011년 12월에 러시아로 귀화합니다. 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안현수가 소속되어 있던 성남시청팀이 해체되면서 훈련할 환경이 사라졌다는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파벌주의 탓이라는 게 중평입니다.

출처 - 뉴스핌
 

안현수가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던 2006년,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한체대 출신과 비한체대 출신으로 나뉘어 파벌 다툼을 했다. 한체대출신인 안현수는 비한체대 출신이 주류였던 당시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에서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현수는 대표팀 합숙 생활 곳곳에서 차별을 받았다. 비한체대 출신이었던 다른 남자 선수들은 비한체대 출신 코치 밑에서 훈련을 받았으나, 한체대 출신인 안현수는 박세우 코치가 지도하는 여자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받았다. 2006년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때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안현수의 경기를 고의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올림픽에서 승리하기 위해 같은 한국 국가대표끼리 힘을 합해도 모자랄 판에 자기 파벌이 아니란 이유로 가장 출중한 선수의 발목을 잡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1년 전인 2005년 동계유니버시아드 직후에는 폭행사건까지 발생했다고 합니다. 당시 대표팀 최고참이 병역 혜택을 받기 위해, 여러 차례 우승하여 면제가 확정된 안현수에게 일부러 금메달을 따지 말라고 종용했으나 안 선수가 이 비겁한 제안을 거부하자 밤새 폭행한 황당한 사건입니다. 이를 제재하고 바로잡아야 할 빙상연맹은 어처구니없게도 이런 상황을 부추기고 책임 회피에 급급했습니다.

출처 - 뉴스핌
 

[녹취] 당시 빙상연맹 관계자(<추적 60분>/음성변조):
"서로 동료 간에 밀어주고 끌어주고... 또 '나는 금메달, 내가 많이 땄어. 너 내 친구야, 너 어렵지 않냐? 너도 하나 따야지. 너도 먹고 살아야지'. 그런 면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 아니에요?"


출처 - KBS 뉴스

파벌 싸움은 편파판정과 승부조작으로 이어졌고, 2011년 안현수는 대표팀에서 억울하게 탈락합니다. 일련의 과정을 더 참을 수 없었던 안현수는 결국 러시아 빙상연맹의 제안을 받아 귀화합니다. 그리하여 빅토르 안이 된 안현수는 여전히 출중한 실력으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쇼트트랙팀에 최초로 메달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로써 그는 러시아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지원과 보수를 보장받으며 빅토르 안은 장차 러시아 국가대표 코치와 러시아 국립대학 교수 자리를 약속받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파벌과 비리로 지지부진한 한국 남자 쇼트트랙팀은 노메달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자업자득, 사필귀정인 셈입니다.


이용대의 어이없는 자격정지 ―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무능

얼마 전 이용대 선수를 둘러싼 어이없는 뉴스를 기억하실 겁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간판스타인 이용대와 김기정 선수가 약물검사 규정을 위반했다 하여 1년간 자격정지를 당했다는 소식이었죠. 다른 스포츠에 흔한 도핑 의혹이나 위반 약물 등에 의한 자격정지인가 싶었으나 이후 밝혀진 진실에 우리 국민은 당혹스러움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용대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행정 착오 때문에 자격정지를 당한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출처 - 충청일보

이용대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협회의 행정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대표 선수 관리 감독을 책임지는 협회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기자회견에 나선 김중수 협회 전무이사는 "이용대와 김기정이 불법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도 아니고 약물 검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것도 아니다"며 "다만 약물 검사 절차를 지키지 못한 탓에 징계를 받았다"고 협회의 책임을 순순히 인정했다. 협회는 약물 검사 대상 선수의 소재지를 보고해야 하는 WADA의 규정을 세 번이나 어겨 논란을 자초했다. 불시에 선수를 찾아가 약물 복용 여부를 검사하는 WADA는 선수들에게 소재지를 명확하게 보고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협회는 이러한 WADA의 규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소재지 보고 위반 '삼진 아웃'이라는 규정의 첫 희생양이 됐다.


세계배드민턴연맹에서 세 번의 기회를 줬으나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무능하고 안일한 행정 처리로 그 기회를 모두 날려버려 금메달 획득 후보인 이용대 선수의 앞날을 가로막은 셈입니다. 열심히 훈련 중이었을 이용대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고 기대하고 있던 국민에겐 아닌 밤중에 홍두깨죠.

이쯤 되면 우리나라 스포츠 연맹/협회가 선수들을 관리한다기보다는 방해하고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틀렸다고 하기란 힘들 것 같습니다.


올림픽을 맞이해 스포츠 분야부터 파벌과 비리를 뿌리 뽑아야

다들 아시다시피 단증 발급 비리와 방만한 운영으로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태권도연맹, 횡령과 비리로 바람 잘 날이 없었던 축구협회 등, 우리나라 스포츠 연맹/협회는 별 탈 없이 돌아가는 양궁협회 정도를 제외하고는 차라리 없는 편이 선수들을 위해 더 낫겠다는 푸념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피겨 여제 김연아의 유일한 단점이 국적이란 자조적인 농담까지 나왔겠습니까?

출처 - 연합뉴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정부는 지난해 10월 체육단체의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학벌과 지연, 혈연 등에 따라 파벌을 지어 경기단체를 사유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방안으로는 동일학교 출신자 및 재직자가 재직임원 수의 20%를 넘지 않도록 하고 경기단체 임원의 장기 재직을 막기 위해 중임 1회만을 허용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하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미 굳어진 협회의 파벌도 그렇거니와 대통령의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정책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용대 선수의 자격정지 사례처럼 스포츠 협회/연맹이 비리와 파벌을 넘어 무능하기까지 한 상황에서 그저 파벌만을 척결한다고 우리나라의 스포츠 정책이 바로 설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눈독 들이는 스포츠 협회/연맹이 이미지 쇄신을 할 수 있을까요? 귀추가 주목됩니다.



 - 독자 여러분 덕분에 다음뷰 픽과 스포츠 종합 부문 추천글로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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