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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발전 대 밭전, 공사 대 농사, 우린 무엇을 택해야 할까?

by 생각비행 2012. 7. 24.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 7월 18일 대한문에서 두물머리 강제철거 반대 집회 '공사 말고 농사 짓자'가 열렸습니다. 이날 행사는 두물머리 4대강 사업지(한강살리기 1공구)에서 이전하지 않은 4개 농가에 “오는 18일까지 지장물을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발송한 국토부에 항의의 뜻을 표하고 두물머리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세계최초 유기농집회'였습니다.

두물머리 투쟁, 어떻게 진행되어 왔나?

작년 10월 12일에 저희가 [4대강 반대] 두물머리가 외치는 4대강, 死大江의 노래 <두물머리강변가요제-우리는 강이다>라는 기사로 두물머리의 상황과 행사소식을 간략하게 전한 바 있는데요, 오늘은 두물머리 문제를 좀 자세히 다루려고 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두물머리는 4대강 사업 반대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곳입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수도권의 상수도 보호지역으로 각종 규제를 받았으나 이 '악조건'을 친환경 농업이라는 대안으로 이겨낸 유기농업의 발원지 중 한 곳입니다. 유기농업에 관한 이해가 전무했던 30여 년 전부터 두물머리는 유기농업으로 신선한 먹을거리를 일궈왔습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4대강 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뒤로 생명을 틔우는 밭들이 싸움터로 변모하고 말았습니다. 정부에서 수질 개선을 이유로 지원하던 유기농업이 개발 중심의 정책하에서 한순간에 오염원으로 둔갑했고, 국토부는 두물머리에 35억 원을 들여 4대강 자전거길과 생태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농민들은 시민사회 전문가들과 두물머리 상생 대안을 제시해왔으나 정부는 계속 묵살했습니다. 생명의 터전을 두고 두물머리는 2009년부터 3년여간 투쟁하여 4대강 사업 공정률 0퍼센트라는 의미 있는 역사를 남겼습니다. 지난했던 두물머리 투쟁의 과정을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2009. 6.
- 정부가 4대강 사업 추진을 발표했습니다.

2009. 10. 26
- 두물머리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남한강 두물지구 하천환경사업 실시설계 조사 측량'에 항의했습니다.

2010. 3.
- 2007년 1월 1일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 5년간 두물머리에서 11개 농가가 양평군으로부터 22.2헥타르 대해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딸기와 양상추 등 비닐하우스 시설재배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일대 18만 8000제곱미터가 4대강 사업 구간에 포함되어 2010년 3월 하천점용허가 취소되면서 농사를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 처합니다. 두물머리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이 하천법 등을 위반하고 홍수피해 방지나 물 부족 해결 등 사업목적과도 무관해 위법이라며 양평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11. 2. 15
- 수원지방법원은 2011년 2월 15일, 두물머리 유기농 농민 공모 씨 등 13명이 양평군을 상대로 낸 하천점용허가 취소 처분 청구소송에서 "하천점용 허가 철회는 상대방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어, 철회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중대한 공익상 필요 또는 제3자의 이익보호에 필요한 경우에 한해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하천의 수량이 부족하거나 하천상황이 변경돼 점용허가를 유지하는 것이 공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어 (점용허가)철회사유가 없다"고 원고 승소 이유를 밝혔습니다.

2011. 3.
- 2009년 10월 26일 두물머리는 트랙터와 화물차량으로 진입로를 막아 측량기사들의 토지 출입을 저지합니다. 이 일로 두물머리는 경찰로부터 해산명령을 받고도 해산하지 않았다며 벌금을 내라는 약식명령을 받습니다.

2011. 9. 26~10. 5
- 경기도 건설본부는 2011년 9월 26일자로 두물머리 유기농가 4곳에 계고장을 보내 "2011년 10월 5일까지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을 자진철거하라"고 통보합니다. 2011년 10월 5일은 2011년 9월 26일부터 양평ㆍ남양주 일대에서 열린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 폐막일이었습니다.

2011. 11. 23
- 항소심에서 지방자치단체가 4대강 정비사업 예정지인 경기 팔당의 두물머리 농민들에게 하천점용허가를 취소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옵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임종헌 부장판사)는 23일 두물머리에서 유기농업에 종사하는 공모씨 등 13명이 "하천점용허가 취소는 부당하다"며 경기 양평군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립니다.

2011. 12. 13~14 
- 4대강 사업 한강1공구 시공사인 코오롱건설은 13~14일 세 차례에 걸쳐 두물머리 신양수대교 교각 인근에서 습지제거 공사를 시도했으나 농민들과 팔당생협 조합원들의 저지로 철수합니다.

2012. 1.
- 두물머리에 남은 농가는 4대강 사업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두물머리 보존을 주장하는 환경단체와 천주교 관계자 등 40여 명과 더불어 매일 생명평화미사를 개최합니다. 

2012. 1-7.
- 두물머리 밭전위원회는 두물머리를 지키려는 시민과 연대하여 밭갈기, 씨 뿌리기 계획을 추진했으며 주말마다 공동 경작을 진행해왔습니다.
 
2012. 7. 9
국토해양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7월 4일 두물머리 4대강 사업지(한강살리기 1공구)에서 이전하지 않은 4개 농가에 “오는 18일까지 지장물을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발송했다고 밝혔습니다.

2012. 7.18
두물머리 강제철거 막아내는 세계최초 유기농집회 '공사 말고 농사 짓자' 개최


농민들은 햇수로 4년째 힘든 싸움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삼보일배, 단식 등을 통해 농부들은 이 문제를 사회에 알렸고, 두물머리에서 900일이 가깝도록 생명평화미사를 드려온 신부님들도 계십니다. 농부들을 지지하며 두물머리 텃밭을 함께 일구고 서울과 두물머리를 오가며 연대한 많은 시민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 사이에 농민들은 시민사회 전문가들과 두물머리 상생 대안을 제시해왔으나 정부는 계속 묵살해왔습니다. 국토부는 기어이 힘으로 공사를 강행하려 합니다. 
 
원래 두물머리 지역의 사업권은 경기도가 갖고 있었으나 지난 1일 행정대집행 강행을 위해 국토부가 넘겨받았습니다. 경기도는 농가들이 제기한 하천점용권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 결과를 지켜본 후 행정절차에 들어간다는 입장이었으나 국토부는 연내 모든 4대강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 결과가 행정대집행 계고장으로 나타났는데요, 농민들과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팔당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유영훈 공대위 위원장은 “두물머리에서 경작이 가능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있는 상태에서 국토부가 행정대집행을 강행하는 것은 잘못된 행정행위”라며 “강제철거에 나설 경우 시민사회, 종교계 등 모든 세력과 함께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공사 말고, 농사 짓자

생각비행은 지난 7월 18일 대한문에서 열린 세계최초 유기농집회 '공사 말고 농사 짓자'에 다녀왔습니다. 이날 농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모내기 플래시몹' 행사가 있었는데요,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출처: 대학생나눔문화)

두물머리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못줄을 따라 집회 참가자들이 대한문 앞에 분필로 모를 심었습니다.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의 발언 모습입니다. 김 의원은 " 팔당 유기농단지는 우리에게 생명을 심는 기쁨을 주고, 생명을 수확하는 기쁨을 주고, 생명을 나누는 기쁨을 준다며 "국토부가 우리에게 밥을 주진 못한다... 우리가 심은 모를 가을에 수확하러 가자"고 독려했습니다.

두물머리에서 농사를 짓는 조언정 팔당마실교회 목사는 "우린 무작정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좋은 지혜를 짜내서 후손들에게 생명이 흐르는 땅을 물려주자는 것"이라며 "토건 세력들이 이 땅을 갈기갈기 짓밟는 속에서 우리들의 어머니인 토지를 지켜내야 할 것을 믿는다"고 발언했습니다.

진지하게 발언을 듣는 시민들. 집회 중에 한 어린이가 '분필 논' 한가운데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두물머리에 시멘트를 들이부을 일이 아니라 이 아이가 먹을 농작물을 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두물머리와 연대하는 대학생나눔문화의 몸짓 공연입니다. 이들의 발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씨를 뿌려야 우리가 먹는 밥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농부님들의 거친 손이 있어야 나도 살 수 있는 거구나 느꼈습니다.  이 땅에서 밥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팔당 유기농지를 꼭 지켜야 합니다!"

두물머리를 지키는 가수 쏭의 공연 모습입니다.  

날이 저물어도 떠나는 이 없이 집회가 이어졌습니다. 많은 참가자가 촛불 대신 호박, 오이, 가지, 밀, 볏짚을 들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오이를 먹으며 출출한 배를 채우는 이도 있었습니다. 공사로는 쌀 한 톨 만들지 못합니다. 강은 흘러야 하고 씨앗은 싹트게 해야 합니다. '공사 말고 농사 짓자'가 유기농집회를 표방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날 '비아캄페시나'에 소속된 분들도 함께했습니다. '농민의 길'이라는 뜻을 지닌 비아캄페시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세계화에 대항하는 초국적 사회운동으로, 모든 생명이 의존하고 있는 식량과 종자와 토지에 대한 기업의 탈취에 대항하여 전 세계 농민이 연대하여 만든 국제적인 농민운동조직입니다.



4대강 공사에 항의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시민.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하는 주체적인 시민이 늘어날 때 민주주의적 가치가 충만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겠지요. 

녹색당에서도 한 분이 발언했습니다. 지난 4.11 총선에서 얻은 지지율은 미미했지만 녹색당 활동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탈핵 논의를 전국적인 사회 이슈로 제기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한편 다양한 활동으로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재창당을 위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정치판과 다른 새로운 정치를 보고 싶은 분은 녹색당의 활동을 지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용산참사로 숨진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 22분이 세상을 떠난 것은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외침이었다... 두물머리도 마찬가지다. 이 정부는 농사짓고 살고 싶다는 외침을 눈과 귀로 막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또한 "힘없는 우리들이 똘똘 뭉쳐 싸워나가자... 두물머리는 꼭 승리할 거라 믿는다"는 발언으로 참가자들의 환호성을 자아냈습니다.

이후로도 발언이 이어졌고 집회 막바지에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지키기 위한 선언문을 낭독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이 땅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이 땅을 이용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해 좋은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해야 합니다. 자전거 도로를 내는 것이 나은지, 수십 년간 이어온 유기농 농사를 계속 이어가는 게 나은지. 우리의 제안은 생태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며 함께 농사짓자는 대안 모델입니다. 정부는 국민이 대화를 요구하는데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십시오. 합리적 대화로 평화롭게 풀어갈 수 있는데, 행정대집행 카드를 들고 나오는 것은 공권력의 남용이며, 명백한 반칙입니다. 레저 말고 삶을, 발전 말고 밭전을, 공사 말고 농사짓자! "
_두물머리 유기농지를 지키기 위한 선언문 중에서

마지막 순서는 제주 강정마을에서 온 '신짜꽃밴'의 무대였습니다. 빗방울이 굵어졌지만 많은 시민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두물머리는 우리의 공유지이고, 우리의 강입니다. 먹는 것은 우리 삶의 공통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모두 밥을 먹습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관광/레저입니까? 유기농업입니까?
시멘트입니까? 흙입니까?
동일성입니까? 다양성입니까?
조경입니까? 들판입니까?
물탱크입니까? 강입니까?
강제철거입니까? 대화입니까?


두물머리를 돕는 방법


두물머리 관련 소식은 [토건삽질스 혼내주는 4대강역전만루홈런] 누리집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riverun.org)

두물머리를 돕는 방법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출처: riverun.org)

도시에서는 도시농업에 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데, 정작 두물머리에서는 도시를 위해 농사꾼이 쫓겨납니다. 두물머리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해결을 요구합니다. 정부와 국토부는 행정대집행으로 공권력을 투입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두물머리를 공원이 아닌 유기농지로 보존해야 합니다. 더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여주셔야 두물머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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