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엊그제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선진화 자료에서 전문공항운영사와 전략적인 제휴 등을 포함해 정부 지분 49퍼센트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워 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겠다고 했습니다. 임기를 고작 6개월 남긴 정부가 정권 말기에 알짜배기 국제공항의 지분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오늘은 인천국제공항을 둘러싼 그동안의 여러 정황을 살펴보고 도둑적으로 완벽한 이명박 정권의 속내를 살펴보려 합니다.
인천국제공항 매각이 어처구니없는 이유
2009년 8월 공공기관 9곳이 연내 매각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기획재정부는 2008년 확정된 24개 공공기관 민영화 계획 가운데 9개 기관을 2009년에 매각하고 8개 기관은 2010년 이후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2010년 매각 계획에 포함된 공기업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공기업 운영을 위하여 매년 20조 원의 국민 세금이 지원"되고 있다며 공기업의 국가재정 부담을 강조하며 공기업 민영화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과연 인천국제공항이 시민의 혈세를 낭비할 정도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공항이어서 매각을 하려 했던 것일까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아래 도표를 보시죠.
출처: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반대투쟁 사이트
그런데 2008년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를 보면 "2007년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 책임경영과 경영관리 비효율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전년도 보다 평균점수가 하락"했다고 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러한 이유를 근거로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를 추진한 것인데요, 과연 인천국제공항이 여느 공기업과 같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었을까요?
주요공항 효율성 종합비교(출처: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반대투쟁 사이트)
인천국제공항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공항으로 평가받았으며, 위 도표는 민영화된 대표적인 공항인 영국 히드로공항, 덴마크 코펜하겐공항 등과 비교해도 인천국제공항이 가장 높은 효율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런 뛰어난 평가를 무시한 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공항의 민영화 필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2008년 이수원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은 "(국제공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며 "인천공항이 서비스 평가 1위라고 하지만 아직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한 발전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공항 민영화를 추진한 외국에서 서비스나 효율성 등이 확실히 개선된 예를 찾을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민영공항인 영국 히드로공항의 경우, 영국 당국은 BBA라는 회사에서 소유하고 있는 런던 3개 공항 서비스 수준이 불량하다고 판단하고 개선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합니다(영국 《헤럴드 트리뷴》). 또한 영국 공항대란의 원인이 성급한 공항 민영화에 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조셉 스티글리츠 미 콜롬비아대 교수).
호주 시드니공항의 상황은 어떨까요? 맥쿼리라는 회사에서 인수한 시드니 공항의 주차료는 미국 뉴욕 J.F.K 공항의 두 배이고, 런던 히드로공항보다도 비쌉니다. 예전에 무료로 서비스하던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시켜 연간 200만 호주달러를 절약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지요(호주 《데일리 텔레그래프》). 공항을 이용하는 시민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죠. 그리스의 아테네공항의 상황도 썩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아테네공항은 민영화 이후 시설 사용료를 자그마치 500퍼센트나 인상해 항공사와 이용객들의 부담이 급증하면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제프 풀 IATA 비용담당 이사).
이런 사례를 볼 때 공항 민영화가 이룬 비용절감과 수익상승 이면에는 시민과 항공사의 엄청난 부담과 불편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천국제공항을 민영화하려는 이유는?
인천국제공항의 매각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 사이에 경영효율과 국부유출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매각과 관련하여 벌인 설문조사에서 반대의견 65.6퍼센트(2011년 8월 13~14일, 한길리서치)로 많은 국민이 인천국제공항 매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인천국제공항 매각과 연관하여 국민적 여론이 분열되고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자 정부와 한나라당은 다른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2011년 8월 1일 한나라당 홍준표 전 대표는 "인천공항공사를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인천공항공사를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는 것은 그 자체로 서민 정책인데다 특혜 매각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국부 유출도 방지할 수 있다"며 "지분의 49%를 포항제철과 같이 블록세일(대량매매)을 통해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시도에 대해 많은 국민이 '민영화를 추진하는 꼼수'라며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에 따르면 1988~1989년 국민주를 공모했던 포스코의 경우, 5년이 지나자 원지분자인 사람은 11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포스코 지분의 49퍼센트가 외국인 지분으로 되어 있다고 하니 국민주 방식의 허구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셈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뻔히 아는 '꼼수'를 쓰면서까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인천국제공항을 매각하려고 했던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군단(출처: 경향신문)
또한 이재선 의원에 따르면 송경순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위원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의 감독이사이고, 새로 부임한 이채웅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사위 진동희 씨는 2년 전까지 맥쿼리 은행에 근무했다고 합니다. 송경순 위원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단' 단장인 현오석 고려대 겸임교수와 함께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위원으로 같이 활동했습니다. 현오석 교수는 맥쿼리가 적극 투자하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관할하는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위원이며 맥쿼리인프라 펀드의 감독이사로 있는 조대연 씨와 고교 동창으로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이런 관계를 보면 앞서 언급한 'SOC 마피아'를 연상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러한 커넥션이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인천국제공항의 매각을 들면서 '외국 전문공항운영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시 2008년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호주 맥쿼리공항'을 직접 언급하여 인천국제공항의 지분을 맥쿼리에 팔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었죠.
국민의 혈세 빨아먹는 맥쿼리
맥쿼리라는 회사가 이렇게 도마 위에 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맥쿼리는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설립된 회사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 금융그룹입니다. 2000년 한국에 진출한 맥쿼리는 10년 만에 증권, 자산운용, 금융자문, 선물, 부동산 등 13개 분야의 사업을 운영할 정도로 급성장합니다.
맥쿼리코리아의 매출은 맥쿼리그룹 아시아 지역 총매출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맥쿼리는 특히 '인프라 투자'의 귀재로 알려졌는데요, SOC 분야에 이른바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해 투자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전 세계 25개국에 110개 이상의 인프라 자산을 운영하고 있는 맥쿼리가 미국 다음으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사실에서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맥쿼리는 고속도로, 터널, 항만, 대교를 비롯해 전력, 도시가스, 방송 등 전국 17곳에 투자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수익을 낼까요? 맥쿼리는 한국의 '민자사업'의 허점, 즉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 Minimum Revenue Guarantee)'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 유치를 위하여 실시협약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 운영수입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정부 또는 주무관청에서 수익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주는 방식입니다.
1997년 우리 사회에 외환위기가 닥치자 민간투자사업 추진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프라 건설을 위한 투자자 유치를 목적으로 정부 또는 주무관청은 사업추진 위험의 일정 부분을 분담하기로 하여 1998년 민간투자법 개정에 따라 명문화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민간사업자는 교통량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거나 일부러 예상 이용객 수를 부풀리는 편법을 행하기도 합니다. 통행료가 비싸게 책정될수록 정부가 보장해주어야 하는 금액은 늘어납니다. 즉 통행료가 비싸고 차가 적게 다닐수록 수입은 확실히 보장되는 반면 관리비는 싸게 먹혀 투자자로서는 큰 수익이 발생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왼쪽 도표는 주요 민자고속도로에 얼마나 많은 혈세가 들어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잔여 MRG 기간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민간자본이 그야말로 눈먼 돈을 먹고 있는 셈이네요.
이런 여러 정황을 볼 때 맥쿼리는 정부 고위 관료들과 커넥션을 갖고 있고, 이를 통해 황금알을 낳은 거위 격인 인천국제공항을 인수하려 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맥쿼리가 인천국제공항을 인수한다면 호주 맥쿼리공항과 비슷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죠.
지난 4월 15일 메트로 9호선은 기본요금을 50퍼센트 올리겠다는 공고를 내걸었습니다. 이에 깜짝 놀란 서울시는 공개 사과 요구와 함께 과태료 1000만 원을 부과했지만, 메트로9호선은 예정대로 6월 16일부터 인상된 요금을 받겠다고 맞받아쳤습니다.
메트로 9호선은 공공성이 매우 강한 지하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소운영수입보장 규정에 따라 개통 이후 469억 원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왔습니다. 당연히 지자체인 서울시 측은 메드로 9호선을 감독 대상으로 간주했으며 서울 시민 또한 9호선을 공기업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소유 구조상 메트로 9호선은 민간기업으로 정부 지분은 단 한 푼도 들어가 있지 않다고 하는군요.
메트로 9호선을 둘러싼 수수께끼의 이면에는 채권자인 맥쿼리인프라, 신한은행과 같은 금융계 주주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간 주주들은 엄청난 이자수익을 챙겨왔던 것이죠. 후순위 대출이라는 최첨단 금융기법까지 동원하여 메트로 9호선을 황금알을 낳는 기업으로 만든 곳도 바로 맥쿼리였습니다.
민영화에 반대하는 시민(출처: 오마이뉴스)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과연 필요한가?
서두에 밝힌 것처럼 인천국제공항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편성한 2012년 세입예산 4,314억원을 지난해 11월 8일에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예산심의에서 여야 합의로 삭감 처리함으로써 인천국제공항 지분 매각 움직임은 거센 역풍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며칠 후에 말을 바꿨습니다. 민영화 예산 삭감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에 영향을 미치자 생각을 바꾼 것이죠.
정부 또한 인천국제공항 매각과 관련해 고삐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이 삭감된 것이지 민영화 법안이 폐기된 것이 아니"라며 민영화법이 폐기되기 전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논의선상에 오르지 않았을 뿐,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문제는 진행형인 문제였던 것이죠.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천국제공항 지분을 매각하여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서 공기업의 민영화가 옳은 일인지 의문이 듭니다. 미국의 유명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공항 톱 10 리스트에 오른 인천국제공항을 민영화하는 일이 과연 옳은 걸까요? 세계 상위 10개 공항 중 5곳이 정부가 100퍼센트 지분을 소유한 공항이라는 사실을 본다면 이런 의구심은 더욱 증폭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반대하신다면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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