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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사진으로 보는 '으랏차차 MBC' 공연 참관기

by 생각비행 2012. 2. 20.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으랏차차 MBC' 공연에 참석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MBC 노종조합은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주장하며 지난달 30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번에 열린 '으랏차차 MBC'는 총파업 돌입 19일째를 맞은 MBC노동조합을 응원하는 버라이어티 콘서트였는데요, 이 공연은 지난 8일 예약 개시 2시간만에 2400석 모든 자리가 예약될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화려한 게스트와 2000명이 넘는 관객이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이명박 정부와 전횡을 일삼는 김재철 MBC 사장을 한목소리로 비판했습니다. 그 뜨거웠던 현장의 모습을 사진을 중심으로 전하겠습니다.

7시에 도착한 현장은 벌써 북적였습니다. 파업에 참여한 MBC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관객을 맞았습니다. MBC를 국민의 품으로 꼭 되돌리겠다는 약속을 들으며 장충체육관으로 들어갔습니다. 무대가 잘 보이는 좋은 자리는 이미 만석이었습니다. 약간 좌측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공연 시작 전 모습

카피머신의 무대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최고"라는 카피머신의 얘기처럼 첫 무대부터 객석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다음 무대는 국민 MC 김제동이 이어받았습니다. '촌철살인' '언중유골'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그의 입담은 재치 있고 풍자로 가득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김재철 사장의 전횡은 그 앞에서 낱낱이 발가벗겨졌습니다. 이날 김제동은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조화로운 방송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각자의 생각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사회를 맡은 뒤로 방송사에서 외면받은 소셜테이너로서 그간 언론·방송에 대한 심정을 토로하는 진심이 담긴 이야기에 공연장은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로 변했습니다. 

다음 무대는 이한철의 노래 공연이었습니다. 광고음악으로 많은 히트곡을 남긴 그는 1994년 대학가요제 대상으로 데뷔한 실력파 가수입니다. 2007년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노래상, 최우수 팝 싱글상을 받기도 했지요. 그런데 저는 가수 이한철을 공연보다는 다큐멘터리에서 더 자주 만났습니다. 음악이나 쇼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환경·생태 관련 다큐에 직접 만든 노래를 부르며 대중의 참여를 촉구하는 모습을 보면 사회 참여가 그의 삶의 일부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날 공연에서도 이한철은 언제 어디서든 힘을 보태겠다면서 히트곡 <슈퍼스타>를 힘차게 불렀습니다. 관객도 목이 터져라 함께 응원했습니다. “MBC, 잘될 거야~ 너에게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이어진 무대는 최승호 전 <PD수첩> PD와 박성호 기자회장의 대담이었습니다. 열과 성을 다해서 만들던 프로그램에서 잘리고 난 소회를 나누면서 파업에 나서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얘기했지만, MBC 외부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박성호 기자는 "우리 힘으로 언론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나섰다”고 강조했고, 최승호 PD는 “50여 명이 넘는 시사교양 PD 중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경위서를 안 쓴 이가 별로 없다. 현 정부는 4대강의 보를 막듯이 언로를 막았다”고 현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 <4대강 수심 6m의 비밀> <검사와 스폰서> 등 우리 사회를 뒤흔든 주요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을 제작한 최승호 PD는 4대강 관련 방송을 제작하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MBC가 정부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설명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방송 전에 청와대 국토해양부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했지요. 엄연한 사전 검열로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행위였습니다. 법원은 방송해도 좋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이번에는 사측에서 불방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방송을 요구하는 수많은 시민의 촛불시위에 힘입어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15퍼센트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2월 김재철 사장의 연임이 결정되고 난 이후 <PD수첩> 제작 PD들은 모두 현장을 떠나야 했습니다. 최승호 PD도 외주관리부서로 발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짧은 대담이었지만 최승호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이명박 정부하에서 <PD수첩>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왔는지를 모두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포털 사이트 야후가 시행한 여론조사에 2만 3000명 이상의 네티즌이 참여해 77.4퍼센트에 달하는 1만 7846명이 "사측의 <PD수첩> 탄압에 반발은 당연"하다며 MBC 노조와 PD들의 반발에 적극 공감을 표시한 바 있습니다. 

이어진 무대는  방송인 김미화와 남편이 함께하는 재즈밴드 공연이었습니다. 2011년 4월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다가 사실상 강제 하차한 김미화는 윤도현이 DJ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자신의 트위터에 "어허... MBC.. 창의성까지 없네.. 나한테도 이 프로 대신 저 프로로 가라하더니 윤도현도 새 진행자 정해 놓고 이 프로 대신 저 프로로 가라했네"라며 "무림에 고수들께선 제 칼에 직접 피를 묻히지 않겠단 말씀??"이라는 소신 발언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지요. 이날도 "MBC에 잘려도 신 나게 재즈로 째지게 살고 있다"고 심정을 고백해 관객의 환호를 받았습니다.  

MBC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무대에 선 소설가 공지영은 학창 시절 시위 현장에서 끝까지 저항한 동료보다 뒤에서 지켜보던 자신을 백골단이 더 때렸던 과거를 털어놓으면서 저항할 수 있을 때 끝까지 굳세게 투쟁하라며 응원했습니다.

이어진 무대는 MBC 노조 노래패 ‘노래사랑’의 공연이었습니다. <마지막 승부>를 개사한 <마지막 파업>과 <GIVE ME GIVE ME>를 개사한 <GIVE ME R등급>을 불러 관객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최근 MBC 인사평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는데요, 개인 평가는 S-T-O-R, 이렇게 4단계로 이뤄집니다. 가장 낮은 R등급은 '다년간 다른 구성원에 비해 낮은 업무 성과를 창출하거나, 해당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충족시키지 못해 기여도가 낮고 조직 발전을 저해하는 인력인 저성과자에게 주는 등급을 말합니다. R등급을 1회 받으면 재교육 되상이 되며, 3회 이상 받게 되면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어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군요. 

예전 보도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MBC 내부에서 평가대상자의 상위 5퍼센트 정도가 S, 15퍼센트 정도는 T등급을 받았으며, 나머지 80퍼센트는 대개 O등급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김재철 사장이 취임하며 R등급이 강제적으로 할당되었죠. MBC노조 관계자 중 한 사람은 "김 사장 취임 후 첫해에는 2%, 다음에는 5%, 올해는 2.5%로 R등급이 각 국마다 강제 할당됐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 8월에는 취재 중 사고로 질환을 앓고 있는 기자에 대해 사실상 징계조치인 인사평가 기준 'R' 등급을 매겨 논란이 불거진 일도 있습니다. 이때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강제적으로 평가마다 R 등급을 매겨 퇴출자를 가려내는 현 제도가 불공정하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기자는 2002년 3월 용산역에서 취재 도중 열차에 치이는 중상을 입어 수차례에 걸친 수술로 목숨은 건졌으나 현장 기자로 근무하기는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이 때문에 회사는 피해 기자를 보도국에서 내근토록 조치해왔는데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R등급을 약자를 퇴출하는 방편으로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MBC에는 파업 때만 등장하는 SPB(Strike Project Band)라는 노조 밴드가 있다고 합니다. 이명박 정권하에서 연이은 파업 때문에 SPB의 실력이 좋아져 버렸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아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했지만, 사실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입니까.

이날 SPB는 2년 전 김재철 사장 반대 파업을 벌이다 해고당한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에게 바치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방송의 공공성을 외치다 해고된 9명의 언론인의 모습이 노래 중에 화면으로 보여 관객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다음은 MBC 출연거부를 표명했던 성공회대 김창남 교수의 무대였습니다. 20세기 대중음악의 진정한 거장 김민기에게 헌정한 공연에서 그는 <금관의 예수>를 불렀다고 합니다. 1999년의 일입니다. 그런데 원래 이 노래는 1972년에 작곡되었고, 1973년 원주 카톨릭회관에서 초연된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에 등장하는 노래입니다. 

1970~1980년대 엄혹한 시절을 보내고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절을 거쳤으나 2009년 1월 20일, 용산4구역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다쳤습니다. 이른바 용산 참사로 더 잘 알려진 이 사고로 우리 사회에 가난한 자에 대한 부당한 시선과 박해받는 의로운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외침에 귀를 막는 현실이 여전히 존재함이 드러났습니다.

김창남 교수가 읊조리듯 부르는 <금관의 예수>를 들으며 이명박 정권하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얼마나 퇴보했는지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2012년을 점령하라"는 고 김근태 고문의 유언을 생각했습니다.

다음 무대는 '맨발의 디바' 이은미의 열정적인 공연이었습니다. 노래 한 곡을 소화하고는 역시 맨발이 편하다며 신발을 벗고서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폭발적인 가창력에 모두가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퇴장한 이은미에게 열광적인 "앙코르"를 요구하는 관객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답답하고 응어리진 마음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음 무대는 <나는 꼼수다> 3인방의 지지 발언이었습니다. <시사IN> 주진우 기자는 "MBC가 절대로 져서는 안 될 싸움에 나섰다"며 "MBC가 다시 언론의 자유로, 정의의 편으로 서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쳐 싸우기 시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다음 무대는 국립오페라합창단원의 공연이었습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은 2002년 예술문화의 저변 확대와 전문성을 넓히려는 목적으로 창단되었습니다. 40명이 넘는 단원 규모에 불과 1년 예산이 3억 원에 불과한 악조건 속에서도 이들은 양질의 공연을 펼치며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죠. 그런데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에 의해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으로 발탁된 이소영 단장은 오페라단 직제에 없다는 것과 경영합리화라는 명목으로 국립오페라합창단을 해단했습니다. 

사실 2011년 5월 21일 감사원의 발표로 이소영 단장의 경력이 허위라는 사실이 드러나 자격이 없는 예술감독이 저지른 국립오페라합창단 해단의 근거 없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바 있습니다. 또한 오페라합창단원들은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진행된 사회적기업 '나라합창단'에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3년 계약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계약 2년째인 작년 4월 고용노동부가 예산지원에 난감해 하자 문화부가 1년 추가 고용보장을 약속한 확약서에 "3년간 한시적 예산투자에 이의제기를 않으며, 단체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조항이 담겨 있어서 문제가 되었죠. 이때 국립오페라합창단원은 "19명만 재계약을 하고, 11명의 단원은 정규직을 보장해준다는 당초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며 재계약을 하지 않고 길거리 투쟁에 나섰습니다.

구두통보로 해고된 이후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국립오페라합창단 노동조합원들은 '으랏차차 MBC' 공연에서 MBC 노조의 파업 정당성을 지지하면서 "투쟁 시작 당시 32명이었던 단원이 4년이 지난 지금은 6명만 남아 힘겹게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해 열화와 같은 성원과 격려의 갈채를 받았습니다.  

'으랏차차 MBC' 공연 포스터를 그린 만화작가 강풀이 다음 무대를 소개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강풀은 2002년 여중생 장갑차 압사 사건에 대한 여론을 만화로 대변한 바 있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사건에 '탄핵 반대 릴레이 카툰'을 주도하면서 정치적 사안에 과감히 참여해왔습니다. 2006년 4월부터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만화 <26년>을 연재하기도 했지요.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자못 궁금합니다.

강풀의 소개를 받아 이어진 무대는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의 노래 공연이었습니다. 델리 스파이스는 대한민국의 모던록 밴드로 1995년 PC 통신 하이텔 '메탈동'의 소모임인 '모소모'(모던록 감상 모임)를 중심으로 결성되었다고 하는군요. 1997년 데뷔 앨범 '델리 스파이스'에 담긴 대표곡 <챠우챠우>는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EBS 지식채널ⓔ에서 방영한 <동아일보 해직기자> 편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어 큰 감동을 남겼죠.



이명박 정권하에서 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기원하며 MBC가 국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공연에서 이 노래를 다시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MBC, MB氏한테 쫄지 마!"

'으랏차차 MBC' 공연을 기획한 탁현민은 국내 대표적인 트위터리안 이외수를 아이폰으로 연결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외수는 "정봉주 나와라" "MBC 힘내라!'는 메시지를 준비해서 관객의 환호를 받았습니다.


이어서 MBC노조 노래패 '노래사랑'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최근 인터넷에 공개된 <MBC 프리덤>이라는 노래를 율동과 함께 선보였는데요, 관객의 호응을 유도해 흥겨운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무대는 강산에의 노래 공연이었습니다.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라는 노래를 부르는 시간은 이명박 정부하에서 훼손된 언론과 방송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 위정자를 뽑아 2012년을 점령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겠다는 MBC 노조원들의 약속을 믿습니다. 끝까지 투쟁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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