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문섭의 한 칸의 사색 9》 검정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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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고무신

고무신에 얽힌 추억이 있습니까?
어릴 적 제게 고무신은
고기를 잡아서 넣어두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고무신을 벗고 흰색 운동화를 신어보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어느샌가 운동화를 신고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때까지도 고무신을 고집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할아버지 주무시는 사랑방 앞에만 검정 고무신이 있었습니다.
핏기 없는 할아버지 얼굴처럼
고무신은 운동화에 밀려 마루 밑 깊숙이 감춰졌지요.
한때는 활기찼지만 연로한 탓에 움직이시기가 벅찬 할아버지처럼
고무신은 보잘것없는 신발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때 잘나가고 소중한 우리의 청춘이
마루 밑으로 내던져진 초라한 고무신처럼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꽃이 화려하면 질 때를 준비해야 하는 마음이 이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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