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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시찰, 누구를 위해?

by 생각비행 2023. 5. 30.

지난 5월 19일 국민의힘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인간에게 아무런 해가 없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해외 전문가를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방사능 공포 괴담과 후쿠시마'를 주제로 강연한 이는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로 세계적인 핵 전문가라고 합니다.

 

출처 - YTN

 

그는 "일본에서 내수용으로 사용할 만큼 안전하냐"는 취지의 기자 질문에 대해 "다른 물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굳이 일본에 둘 필요가 없다. 오히려 더 빨리 방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기가막혀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으로 정화된 오염수 10리터를 마셔도 안전하다고 강조했으면서 내수용으로 쓰면 안 되느냐는 질문에는 왜 딴소리를 하는 걸까요? 그렇게 깨끗한 정화수라면 한국이나 중국 같은 인근 국가와 바다를 공유하는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왜 굳이 바다로 방류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죠. 그리고 대체 왜 국민의힘은 일본 정부가 해야 할 해명을 나서서 대신해주고 있는 걸까요? 국민의힘이 강조하는 국익은 대체 왜 일본을 위하는 것밖에 없는지 당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출처 - YTN

 

지난 21일 한국에서 일본 후쿠시마로 원전 오염수 현장시찰단이 떠났습니다. 하지만 애초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시찰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전 브리핑에서 직접 시료 채취 불가, 시찰단원 명단 공개 불가, 민간 전문가 동행 불가, 동행 취재 불가 등의 어처구니없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죠. 아니, 그럼 대체 무얼 하려고 시찰단이 가려 했던 걸까요? 단순 관광을 한다 해도 저것보단 짜임새 있을 것 같은데요.

 

출처 - YTN

 

유국희 시찰단장은 시료채취와 관련해 "이미 갖고 있다"며 "하나는 오염수와 관련된 시료가 있을 수 있고, 또 하나는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 있는 시료"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시료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유 단장은 "시료는 최근 것이 있지는 않다"면서 "작년에 국내로 들어와서 도입을 하고 분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출처 - 전북일보

 

직접 시료 채취 요청을 하긴 했느냐는 질문에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시료 채취 부분은 이미 확보해 분석하고 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하고 국제사회가 공조를 통해서 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별도로 하겠다는 부분은 신뢰성 문제라든지 국제 관계에서 고려할 부분이 있어 시료 채취 부분은 이번 회담 때 추가로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답변을 하는 상황이었는데 굳이 무얼 하러 시찰을 한 걸까요?

 

출처 - YTN

 

정부와 다른 견해를 가진 민간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동행 불가 조건에 대해 "최종적인 의사결정이나 그 과정을 판단하는 해당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해온 작업을 현장에 가서 확인하는 데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까지 확대해석을 않으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면서 "믿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믿을 만한 말이 하나라도 있어야 믿든지 말든지 선택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출처 - YTN

 

이렇게 준비 과정이 깔끔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작된 한국시찰단 활동에 대해 일본 각료들이 내놓은 발언이 기막힙니다. 일본 참의원의 결산위원회에서 자민당의 와다 마사무네의원이 한국시찰단을 받아들인 이유가 뭐냐고 질의하자 니시무라 경제산업성 장관이 이번 시찰은 안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지 실제 검증이 이뤄지는 건 아니라고 답변했습니다. 유국희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장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현장 점검에 대해 "시찰을 통해 안정성 평가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듯하다"며 "2021년 8월부터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토해 오면서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시찰 항목으로 잡았고, 보고자 했던 설비들은 다 봤다"고 말했던데, 한국시찰단은 그저 보여주기 쇼라는 뉘앙스의 일본 각료 발언을 놓고 보면 도대체 무슨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시찰단이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시찰단은 결과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뭘 보고 왔고 무엇을 봤는지 그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나왔다는 건지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오염수는 정말 깨끗하게 정화된 거라 바다에 버려도 되는걸까요? 결론은 언제 나올까요?

 

출처 - SBS

 

아시다시피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는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원자로에 주입되는 냉각수, 지하수 등을 가리킵니다. 고농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이 그 실체입니다. 이 물이 그대로 바다에 흘러 들어간다면 바닷속 생물뿐 아니라 바닷물 자체가 오염되겠죠.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날로 늘어나는 오염수 양을 감당하지 못해 애가 탄 일본 정부를 한국 정부가 도와주는 꼴입니다.

 

출처 - KBS

 

지난 5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정상회의에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가 제공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됐습니다. 한 나라의 정상이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정상회의에 올라오는 음식 재료에도 의미가 있는 것이죠.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둘러싸고 논란이 생겼는데 정작 각국 정상들이 먹었는지 어쨌는지는 후속 보도가 없습니다. 복숭아 주스, 토속주, 양갱 등 후쿠시마산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윤석열 대통령이 맛있게 먹었을까요?

 

출처 - 민중의소리


환경운동연합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85.4%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10.8%, '모름 또는 기타'는 3.9%에 불과했습니다. 1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80% 이상으로 조사됐습니다. 진보 성향의 응답자 중에서는 90.4%가, 보수 성향의 응답자 중에서도 80.0%가 반대한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이런 결과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려 할까요? 

출처 - 굿모닝충청

 

지난 29일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달고 부산에 입항했습니다. 한일 관계가 나빴던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1월 한국은 해군이 주최한 국제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를 초청하며 욱일기 대신 일본 국기와 태극기만 게양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일본은 이에 반발해 관함식에 불참했지요. 그러고는 2019년 일본은 자국에서 개최한 국제관함식에 한국 해군을 초청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일본 함정은 당당하게 욱일기를 달고 부산에 입항했으니 대체 무엇이 바뀐 것일까요?

 

출처 - 제주환경운동연합 / 한국일보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정말 마실 수 있나요?" 하고 묻는 포스터가 제주 시내에 부착됐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CCTV를 동원해 이 포스터를 부착한 사람을 찾아내겠다고 합니다. 신고도 되지 않은 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에 기고한 <핵오염수 받는 윤 대통령 포스터 '심기 보호' 표적수사는 위헌이다>란 기사에서 "권위주의의 상징이었던, 대통령 심기 보호를 위한 표적수사가 제주도에서 다시 이뤄지고 있다. 민주주의 발전이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쯤 되면 다시 질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생각하는 국민은 대체 누구인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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