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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우주 개발 정책 신뢰성을 고민할 때

by 생각비행 2023. 5. 26.

누리호가 3차 발사부터 위성 분리까지 모든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실용 위성을 자체 개발 발사체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명실상부한 우주 개발 국가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자체 제작한 위성을 자체 제작한 발사체에 탑재해 우주 궤도로 올린 나라는 현재까지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밖에 없습니다.

 

출처 - YTN

 

지난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오후 6시 24분 발사된 누리호는 300톤의 추력으로 상공을 비행하다 123초 후 1단 분리, 230초 후에 페어링 분리, 267초 후에 2단 분리까지 정상적으로 마치고 약 18분의 비행을 종료했습니다. 생각비행은 우주산업을 향한 대한민국의 행보와 관련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누리호 발사를 보는 우리의 시각 : https://ideas0419.com/1236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달 탐사를 보는 우리의 시각
: 
https://ideas0419.com/1342 

다누리 달 궤도 진입 성공... 그러나 혼란스러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사정
: 
https://ideas0419.com/1350 

 

누리호 3차 발사는 애초 지난 24일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사대 설비 문제로 한 차례 불발되었습니다. 누리호 자체 문제가 아닌 만큼 다음 날인 25일 발사할 수 있다고 봤는데, 다행스럽게 예정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번 3차 발사에서 누리호는 실용위성을 8기를 쏘아올리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차세대 소형 위성 2호를 포함한 7기가 목표 궤도인 550km에 무사히 안착했습니다. 다만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도요샛 4기 중 1기는 신호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 1기도 사출된 것으로 보이지만 카메라의 사각지대에 있어 정확히 확인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추적은 되고 있어 빠른 시간 안에 확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최종 확인은 데이터가 워낙 방대한 양이라 전체 분석이 끝나려면 다음 주 초는 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출처 - 동아사이언스

 

우주항공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발사의 실용 위성 사출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발사 전 위성 사출 예상 시간과 실제 사출 시간의 차이가 10초도 나지 않았고, 당초 계획처럼 약 20초 간격으로 위성이 분리됐기 때문입니다. 계획대로 실현되었다는 얘기입니다. 항우연은 위성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0.2도씩 기울여 사출하고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중앙에 두고 양 옆에 큐브 위성 7기를 나눠서 배치했습니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방식으로 사출 간격이 짧은 만큼 위성의 동선을 고려한 배치였다고 합니다.

 

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8기나 되는 실용 위성을 목표 지점까지 올려 무사히 사출한 뒤 궤도에 안착시킨 것도 큰 위업입니다만, 첫 발사체 개발 이후 연속으로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발사체의 신뢰성을 높인 것은 아주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주 개발의 최전선을 달리는 미국도 1957년 첫 발사체를 개발하고 3차 발사에 처음 성공한 이후 수차례 실패를 거듭하다 8차에 가서야 두 번째 성공을 거뒀을 정도니 말입니다. 중국 역시 첫 발사체 개발 후 연속으로 발사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첫 개발한 발사체를 연달아 세 차례 발사에 성공시킨 것은 미국, 러시아, 중국도 해내지 못한 진기록입니다.

 

출처 - 한겨레

 

자체 우주 발사체는 한 국가가 가진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반복 발사를 통해 데이터 수집과 최적화, 안정화를 계속해 신뢰성을 높이는 일이 아주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누리호는 2027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추가 발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신뢰도를 검증하고, 누리호 성능을 개량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2032년까지 달 착륙선을 보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그런데 3차 발사 전에 있었던 정권 교체, 우주청 신설 문제, 항우연을 둘러싼 갈등 등 과학기술 이외의 영역에서 불협화음이 컸던 것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3차 발사 이전에 복귀해 다행이긴 했지만 누리호의 개발 주역인 고정환 본부장 등 실무진이 일제히 사퇴를 선언하는 일이 있었죠. 항우연이 조직 개편이란 이름으로 인력 감축이 대대적으로 이뤄진 일도 이슈가 됐고요. 한국형 발사체의 신뢰성만큼 정치와 외부의 알력에 흔들리지 않는 우주 개발 정책의 신뢰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출처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제 6월 한국형 발사체 사업은 종료되고 이를 이어 받아 민간 복합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를 제공하게 됩니다. 미국의 스페이스X를 모델로 삼아 운용은 항우연에서 관여하지만 기체 제작은 한화 쪽에서 하게 되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찬반 의견이 분분합니다. 국가적으로 집약한 기술을 하나의 민간 기업에 이양해도 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부터, 민간 기업이 어느 정도 책임을 질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부지기수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에서 발사된 위성 1849기 중 민간 기업이 제작한 위성은 1713기로, 그 비중은 92.6%에 이릅니다. 우주 위성 시장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겁니다.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우주 산업에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습니다. 첫걸음이 2032년 달 착륙까지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자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고 민관이 협력하여 인재를 양성하는 토대를 다질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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