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보는 우리의 시각

신당역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의 범인 전주환이 법정에서 한 말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법원은 신당역 살인 사건의 피의자 전주환에게 불법촬영혐의 등에 대해 징역 9년과 80시간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했습니다. 살인에 대해서는 아직 재판이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살인 이전 범죄인 피해자에 대한 불법촬영과 스토킹 혐의 등에 대한 판결일 뿐입니다.

 

출처 - SBS

 

그런데 전주환은 1심 재판에서 선고 기일을 최대한 미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재판부가 이유를 묻자 전주환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보복살해 사건과 병합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지금 국민의 시선과 언론의 보도가 집중된 것이 시간이 지나며 누그러지길 원하는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대중의 관심이 줄면 형량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이야기인데요, 정말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욕망이 아닌가요? 재판부는 당연히 요청을 거절했고 살인과 별도 선고를 하는 게 일리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불법촬영과 스토킹 혐의 이후에 벌어진 살인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보복살인 혐의로 보강 수사 중이며 수사가 끝나면 별도 사건으로 추가 기소한다는 계획입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시피 전주환은 서울교통공사 역무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불광역 화장실 등에서 불법 촬영을 했고 그가 이번에 살해한 동료인 역무원 A 씨를 불법 촬영했죠.

 

출처 - KtN / 연합뉴스TV

 

문제는 전주환이 3년여에 걸쳐 A 씨에게 불법 촬영물을 보내고 350여 차례나 문자를 보냈다는 사실입니다. 참다못한 A 씨가 고소하자 온갖 방법으로 찾아가 합의를 종용해 스토킹 혐의로 추가 고소당했습니다. 이에 대해 앙심을 품은 전주환은 신당역에 근무하던 A 씨를 찾아가 살해했습니다. 어렵게 취직한 공기업인데 너 때문에 해고되게 생겼다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출처 - YTN

 

끔찍한 살인 사건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어설픔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에 대해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는데요, 이에 대해 전국여성연대와 진보당 등은 19일 발생한 신당역 살인 사건은 성폭력이 집약된 여성혐오 범죄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가부 장관의 이번 발언은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를 위해 사건의 본질을 가리려는 의도로 봤습니다.

 

출처 - 일요신문

 

김현숙은 애초 여가부를 해체하기 위해 여가부 장관이 되었다는 사람인데, 윤석열 정부에서 과연 뭘 기대할 수 있겠나 싶기도 합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었지만 피해자 보호를 위해 아직 부족하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생각비행도 이와 관련된 문제를 다룬 바 있습니다.

스토킹은 여성 살인의 전조, 스토킹 처벌법 개정 논의 시작하라! : https://ideas0419.com/1164

신당역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신고, 고소 등 필요한 조치를 다 취했으나 범행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 신변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따릅니다. 피해자가 스토킹 혐의로 전주환을 두 차례나 고소했지만 번번이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으니까요.

 

출처 - 뉴스1

 

현행 스토킹처벌법에 피해자 보호에 대한 조항이 있긴 합니다만 가해자가 이를 위반해도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제재가 전부이며 긴급응급조치 기간은 1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번 피해자의 경우 지난 10월 첫 고소 당시 경찰이 1개월간 신변보호 선조치를 했지만 한 달이 지나 기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더 강력한 잠정조치도 있으나 이 또한 최대 6개월을 넘을 수 없습니다. 스토킹이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행 스토킹처벌법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벌법 자체에 동의/반대 여부를 떠나 여성단체 등의 요구가 조금 더 반영되었더라면 지금보다 완성도가 높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최유연 소장은 법률 제정 당시부터 문제라고 지적한 스토킹 범죄의 범위가 협소한 것과 피해자의 범위를 직접적 피해로 한정해 주변인 등을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원치 않을 시 처벌할 수 없게 한 반의사불벌죄의 부작용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신당역 살인 사건의 경우도 반의사불벌 조항이 없었다면 피해자의 고소 이후 전주환이 그토록 집요하게 합의를 종용했겠냐는 겁니다. 피해자의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 협박이나 회유 등 온갖 수단이 동원되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편 스토킹 범죄의 특성상 접근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면 가해자의 스토킹 욕구가 한층 증폭되는 측면도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처벌 형량뿐 아니라 심리 치료를 통해 가해자의 스토킹 성향을 끊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요. 스토킹 범죄자의 경우 범행을 저지르려는 마음을 먹고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범죄로 이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이를 징역 등의 수단으로 막으려고 해도 실질적인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출처 – BBC코리아

 

피해자 보호 방법도 보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스토킹 피해 발생 시 책임을 경찰, 검찰만이 아니라 지자체 행정기관이나 지방조직 등이 같이 대응할 수 있게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아동이 학대나 폭력을 피해 달아나거나 혹은 길을 잃었을 때 편의점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출처 - 베이비뉴스

 

이번에도 한 여성이 법의 한계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스토킹도 사랑의 한 방식이라고 보던 낡은 관념은 사라진 시대가 되었지만, 스토킹 범죄를 막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습니다.

댓글(0)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