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밤 강릉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솟았습니다. 큰 산불을 겪은 강원도인지라 혹시 또 산불이 났나 하며 사람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집 밖으로 뛰어나왔습니다. 사고 직후 강릉 제18전투비행단 근방에 사는 시민이 찍은 영상이 SNS에 올라왔는데 화재보다는 폭발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출처 - FXXX 유튜브
소방당국에 비행장에서 폭탄 소리가 난다, 비행기가 추락한 것 같다는 신고가 10여 건 넘게 접수됐습니다. 강릉 시민들은 화재인지 폭발인지 모를 불안감으로 떨어야 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북한 미사일 도발이다 아니다, 전쟁이 났다 안 났다로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태의 전말은 참으로 뜻밖이었습니다. 미사일 사고는 미사일 사고인데, 북한이 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미사일이 강릉에서 터졌기 때문입니다. 확인 결과 북한 도발 대응 훈련 중인 우리 군이 쏜 현무-2 탄도미사일이 강릉 지역에 낙탄되면서 발생한 폭발이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탄두가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추진제가 유출되며 큰 폭발음을 내며 화재를 일으킨 것이었죠.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군은 미사일 낙탄 사고의 원인에 대해 아직은 초기 평가 상황이라 명확하지는 않지만 특정 장치의 결함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무기 제작상 일부 결함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발사 전 점검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국방과학연구소 본부가 생산업체에서 정밀하게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국정감사에서 훈련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가 지적을 받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드린다며 사과했습니다.
출처 - YTN
이번 사고는 단순한 사건이 아닙니다. 미사일 낙탄이 발생했다고 넘어갈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고 자체도 큰 문제이고 특히 한미연합작전 중 일어난 사고였기에 자칫하면 큰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한편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훈련 도중 까딱하면 우리 미사일이 자국민에게 큰 해를 끼칠 수 있었던 아찔한 사건이었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제 때 보고와 대처가 원활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미사일 폭발음은 3~4km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정도로 엄청났습니다. 군 비행장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전쟁이 난 줄 알고 밤새 불안에 떨어야 했죠. 그런데 군은 아무런 공지도 하지 않았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폭발 때문에 강릉시청과 119 등 온갖 곳에 전화를 돌려봤지만 어느 곳 하나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가 7시간이나 지난 지난 5일 오전 7시가 돼서야 낙탄 사실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언론에는 7시간 동안 엠바고를 걸어놓고 시에는 일언반구 설명하지 않은 탓에 코로나 동안 숱하게 받아 지겨웠던 재난 문자조차 발송되지 않았죠.
출처 - YTN
출처 - 연합뉴스
국정감사에서는 군이 언제나처럼 사건을 은폐하고 숨기려 하다가 안 되니까 뒤늦게 인정한 것 아니냐 하며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현무-2 낙탄 후 에이태큼스 발사를 단행한 점을 보아 뒷번 발사로 낙탄 사고를 덮어서 은폐하려고 아니냐고 추궁했습니다. 우리 군이 운용 중인 에이태큼스는 1986년 미국이 개발한 전술탄도미사일입니다. 227㎜ M270 다연장로켓(MLRS)이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에서 쏠 수 있다고 하죠. 클러스터탄과 고폭탄 등을 탑재한 채 최대 300㎞ 떨어진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전술장비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한편 사고가 났는데 왜 강릉시나 주변에 신속히 알리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도 군이 훈련 중이라며 돌려보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김영배 의원은 낙탄 보고, 지시 경위를 추궁했습니다. 합참은 작전본부장 차원에서 사고 관련 국가안보실 보고가 이뤄졌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지시 사항 여부에 대해 합참 측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한미연합작전 도중 민가 바로 옆에서 벌어진 큰 사고가 났습니다. 강릉 주변엔 화력발전소도 있습니다. 낙탄 사고가 비화하여 어떤 재앙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인데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요? 대통령이 지시를 하지 않았다면 안보 공백이 발생한 것이고, 지시를 내렸다면 군 지휘 계통이 마비되었다는 소리 아닐까요? 어느 쪽이든 정부와 군은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박근혜처럼 윤석열도 잃어버린 7시간으로 주목받고 싶었나 봅니다. 참, 베일에 싸인 김건희의 7시간 통화도 있군요.
출처 - MBC
대통령부터 국민의힘까지 군면제자가 득실대는 상황이니 안보 불안은 예견된 일이긴 했습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군 1급 기밀을 군사기밀 인가 승인 없이 무단으로 열람한 사실이 국회에서 폭로된 일도 있었죠. 지난 5월 국방부는 구두로 승인해서 문제 될 게 없다고 변명했지만 승인 명부에 김태효 차장의 이름이 올라간 건 구두승인을 받았다는 시점으로부터 두 달이 지난 7월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군사기밀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자가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있고, 군은 사건을 덮고 어떻게든 끼워 맞추며 변명하기 바쁜 상황입니다. 이번 현무 미사일 낙탄 사건과도 쏙 빼닮았네요.
출처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도발에 맞서 안보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고 하죠. 대통령실은 오후 5시 35분부터 6시까지 25분간 기시다 총리와 통화하면서 한일 정상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심각하고 중대한 도발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북한에 엄정 대응하기 위한 양국간 협력에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 군의 미사일로 자국민에게 화를 자초할 뻔한 상황에서 일본 총리와 전화한 사실을 홍보하기 바쁜 대통령과 정부를 보니 기가 막힙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본 언론에 의하면 일본 총리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지소미아 복원을 요청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지소미아 연장 불가는 일본이 부당하게 우리나라에 대해 무역 보복을 했기 때문에 내린 조치였습니다.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나 조치를 받지도 않은 채 윤석열은 지소미아까지 알아서 갖다 바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최근 일본 자위대를 독도 근해 합동훈련에 참가시키려 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는 자위대를 일본의 정식 군대로 인정하는 꼴이 되는 일인데 왜 독도 주변에 우리가 나서서 일본 자위대를 불러들여야 하는지 반발의 목소리가 거센 상황입니다. 외교와 안보는 보수라던 윤석열의 이야기를 과연 누가 믿을지 모르겠습니다. 현무 낙탄 사고 당시 윤 대통령의 7시간이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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