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은 여성 살인의 전조, 스토킹 처벌법 개정 논의 시작하라!

지난 24일 스토킹 처벌법이 22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스토킹을 해도 10만 원 이하의 벌금 정도에 그쳤죠. 경범죄 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 정도밖에는 적용할 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마저도 과거에는 '오죽 좋아하면 그랬겠느냐'면서 피해자를 매정한 사람으로 몰고 가기 일쑤였습니다. 스토킹으로 사람이 실제로 죽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는데도 말입니다.

 

출처 - JTBC

 

헤어지자는 말에 분을 참지 못하고 여성을 스토킹하다가 죽인 전 남자친구가 있는가 하면, 스토킹을 당한 여성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가 훈방된 바로 다음 날 해당 여성을 살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22년간 숱한 사람들이 스토킹으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피해자나 그 가족들은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어 신고조차 제대로 못 했습니다. 해봤자 지금까지는 10만 원 이하 벌금형이나 최대 29일까지 붙잡아두는 구류 등만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여성계의 수많은 비판과 입법 요구에도 국회는 무려 22년을 스토킹과 애정 표현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입법을 미뤄왔습니다.

 

출처 - 한겨레

 

이번에 법사위는 스토킹에 대해 '상대방이나 가족에게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 전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 영상 등을 도달케 해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 등'으로 정의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통과된 스토킹 처벌법은 이런 행위를 지속적으로 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했고,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형량을 가중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 경찰이 100m 이내 접근금지 등 긴급조치를 일단 내린 뒤 지방법원 판사의 사후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법원은 스토킹 행위자에 대해 서면 경고,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구치소 유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잠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 법을 논의하기 시작한 지 22년이 지나고서야 스토킹이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범죄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게 된 것입니다.

 

출처 - JTBC

 

22년 만에 스토킹 처벌법이 통과되긴 했지만 여성계는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법이 통과된 날 <22년만의 스토킹처벌법 제정, 기꺼이 환영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정부 및 입법부가 여전히 스토킹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한국여성의전화

 

스토킹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켰는지입니다. 이를 지속하면 스토킹 범죄가 됩니다. 그런데 여성계는 이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지적합니다. 피해자가 얼마나 거부하고 거절했는지를 입증해내야 하고,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낀 이유가 뭔지와 관련해 논란이 많을 거라는 얘깁니다. 최근 벌어진 스토킹 범죄들을 보면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피해자는 충분히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법원이 잠정조치를 할 수 있게 되어 있긴 하지만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명령이 빠진 점도 미비한 부분으로 지적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피해자가 처벌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가해자의 추가적인 협박에 의해 처벌 의사를 철회하거나 보복에 대한 우려로 취하한다면 오히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100m 접근금지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남성이 여성을 스토킹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인데, 성별에 따른 달리기 속도를 생각하면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이 전무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피해자들은 스토킹에 시달려 생계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지원 대책은 이번 법안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던 여성가족부는 관련 연구조차 마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성계는 정부 및 입법부가 스토킹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출처 - KBS

 

여성의전화는 논평에서 "이번 법률안이 언뜻 동거인과 가족을 피해자의 범주에 포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스토킹 '행위'의 대상으로만 규정할 뿐 실질적인 보호조치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고작 이런 누더기 스토킹 처벌법을 얻기 위해 22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KBS

 

2019년 5월 22일 KBS는 <여성 살인 사건 30%에는 ‘스토킹’ 있었다…판결문 381건 분석>이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KBS 사회부 이슈팀이 2018년 전국 1심 법원에서 선고가 내려진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 381건을 분석하여 보도한 내용입니다. (전체 기사는 링크를 참조하세요.) 기사 내용을 보면 사건 유형은 살인 131건, 살인미수 241건, 살인 예비 8건, 살인교사 1건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 중 범행 전 스토킹 또는 스토킹 의심 현상이 나타난 비중은 무려 30%였다고 합니다.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 159건 가운데 48건(확실 34건· 의심 14건)이 이에 해당했으니까요.

 

출처 - KBS

순전히 남성이 스토킹 피해자인 경우는 전체 381건 가운데 2건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스토킹 현상이 포착된 56건을 대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석했더니 스토킹 가해자는 전 남자친구가 24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혼 소송 중인 경우를 포함해 현 남편이 10건, 현 남자친구 8건, 전 남편이 3건 순이었습니다. 

 

출처 - KBS

 

KBS 사회부 이슈팀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주된 범죄 양태는 거의 유사했다고 합니다.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1)이별 통보를 받고 2)이를 거부한 뒤 3)스토킹을 하다 4)살인이나 살인 미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더욱 최근의 통계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의전화가 2020년 상담통계를 바탕으로 만든 자료를 보면 스토킹의 89.2%가 아는 사이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전 애인 36.5%, 전 배우자 13.5%, 직장관계자 12.3%, 그 외 26.9%였습니다. 여성 살인 사건 30%에 '스토킹'이 있다는 사실과 이 대부분이 아는 사이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여성폭력의 특성상 피해자의 입을 막는 반의사불벌 조항의 존속,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의 부재,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제도 등이 미비한 현재 법률안으로는 피해자 보호와 인권 보장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22면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스토킹 처벌법은 정부와 입법부가 얼마나 여성폭력에 대해 협소한 인식을 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바로미터입니다. 여성계의 요구대로 엄중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인권을 보장하는 제대로 된 스토킹 처벌법을 만들기 위해 즉시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아울러 스토킹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댓글(2)

  • 2021.03.26 21:24 신고

    SS501 허영생도 한때 중증 조현병 환자이자 스토커였던 사람의 피해자였죠. 그 사람은 자기 어머니까지 죽였는데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형도 제대로 살지 않고 출소해서 또다시 스토커짓 하더군요. 아무리 연예인이고 돈 많이 버는 아이돌이라도 스토킹 피해자가 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입니다. 좋은 소식이네요. 허영생이 이 소식을 알게되면 좋아할듯 합니다.

    • 2021.03.29 08:08 신고

      아이돌이라도 스토킹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스토킹은 뒤틀린 욕망에서 발현되는 범죄임을 인식하고 제대로 된 스토킹 처벌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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