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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제주 4.3 73주년 추념식, 달라진 역사인식을 돌아보며

by 생각비행 2021. 4. 8.

보수 야권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21대 총선까지 네 차례 참패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압승했습니다. 서울과 부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됐죠. 특히 오세훈 후보는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에서 승리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주당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왜 참패했는지,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는 숙제로 남았습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의 연이은 실패와 더불어 LH 직원들의 땅투기 등의 주요 이슈로 이반된 민심을 어떻게 다시 끌어올지가 관건입니다. 4월 들어 재보궐선거로 말 많았던 시간을 뒤로하고 오늘은 4월 초 있었던 주요한 변화 한 가지를 차분히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출처 - BBS NEWS

 

지난 4월 3일 해방 직후 3만여 명의 제주도민이 희생된 제주 4.3 사건 73주년 추념식이 열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 세 번째로 추념식에 참석해 올해 2월 국회에서 개정 통과된 4.3 특별법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특별법이 4.3이라는 역사의 집을 짓는 설계도라며 후속 조치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출처 - MBC

 

73주년을 맞는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는 사상 최초로 가해 측 책임자라 할 수 있는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참석해 4.3 영령들 앞에 고개를 숙여 의미를 더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군과 경찰의 진정성 있는 사죄의 마음을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들께서 포용과 화합의 마음으로 받아주시기 바란다"며 "국가가 국가폭력의 역사를 더욱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겠다는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출처 - 제주의소리

 

박근혜 정권까지 국방부는 제주 4.3은 군경이 투입돼 무장봉기를 진압한 사건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경찰도 제주경찰사 등을 통해 제주 4.3을 폄훼, 왜곡해왔습니다. 하지만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자 2019년 처음으로 국방부 차관과 경찰청장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유감을 표명했고, 이번 73주년 추념식에 군경 최고 책임자들이 공식적으로 참석해 고개를 숙여 사과했습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참석해 올해는 군경과 사법당국의 최고 책임자 모두가 참석해 고개를 숙이는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주 4.3 사건으로 국가에 의해 민간인이 부당하게 학살됐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회복 과정에도 힘이 실릴 듯합니다. 이 기본적인 명예회복의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73년이란 긴 세월이 필요했다는 사실이 뼈아픕니다.

 

출처 - 제주의소리

 

지난 3월 16일 제주 4.3 사건 72년 만에 당시 생존수형인과 불법 군사재판으로 행방불명이 된 사람들에 대한 재심 결과 335명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제주지방법원은 국방경비법 및 내란실행 등의 혐의로 1949년 군사재판을 받아 육지 형무소에서 행방불명된 고 김순원 할아버지 등 333명과 생존 수형인 2명 등 총 335명에 대한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무죄를 판결한 재판장은 "오늘 무죄 선고로 마음의 평안을 되찾기를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사건마다 유족 한 명씩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도 했습니다.

 

출처 - 제주의소리

 

그보다 앞선 지난 1월 21일 고 오형률 씨 등 10명에 대한 재심에서도 무죄가 나온 바 있습니다. 당시 억울한 군사재판에 연루되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게 된 분들과 연좌제에 시달린 후손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게 되었죠. 최근 잇따른 무죄 선고에 따라 4.3 유족들의 형사보상 청구 소송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주 4.3 특별법 개정안 통과로 앞으로는 유족이 개별 재심을 청구하지 않아도 나머지 2000여 명의 희생자에 대해서는 검찰의 직권 재심 청구 등으로 남은 피고인에 대한 재심 절차가 차례차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오는 6월부터 특별법이 시행되면 희생자 1만 4000여 명에게 위자료가 지원됩니다.

 

출처 - 경향신문

 

4.3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73년에 걸친 한을 다 풀어내기에는 부족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4.3을 두고 빨갱이 운운하며 악의적인 왜곡을 일삼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유족들은 5.18에 대한 역사 왜곡이 역사왜곡특별법으로 처벌되는 것처럼 4.3 관련 왜곡 역시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제주 4.3 사건은 반란이나 폭거가 아니라 국가 공권력에 의해 민간인이 부당하게 희생된 사건이자 이에 대해 시민들이 정당하게 저항한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73년이 지난 오늘날은 물론 훗날 민주 시민을 위한 전범이 되도록 제주 4.3을 역사 속에 올바른 모습으로 아로새겨야 할 때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성난 민심으로 재보궐선거에서 승기를 잡은 국민의힘이 이런 도도한 변화의 물결을 거스른다면 또다시 심판당할 것임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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