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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미중 대결로 치닫나

by 생각비행 2021. 4. 15.

일본 정부가 지난 13일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흘려보내 처분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셉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이런 비판의 입장이 실질적으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라기보다 미중 대결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출처 - MBC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 결정은 여러 해 전부터 논의된 바 있어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일이었죠. 현재 일본 정부는 유능하지도 않거니와 상식 이하의 부도덕한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방류 결정이 나오자마자 미국이 곧바로 일본을 지지했습니다. 이를 볼 때 방사성 오염수 방류 결정은 미일 간 사전에 모종의 협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겠죠.

 

출처 - JTBC

 

미 국무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일본 정부가 특수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선택의 결과를 따져보고 투명하게 결정했다며 국제적 안전 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본다고 발표했습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방사성 오염수를 '처리수(Treated Water)'라는 일본 정부의 용어로 쓰며 일본 정부를 두둔했습니다. 일본 외무상은 일본 정부의 결단이 미국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즉각 환영을 표했습니다. 아마도 이번 주말 열릴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 때문인 듯합니다.

 

출처 - 글로벌타임스

 

반면 중국은 이에 대해 미국도 공범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용인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만약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가 이런 결정을 했다면 미국은 비난하지 않았을 리 없고 서방 여론의 태도도 지금보다 훨씬 험악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한국 등 주변국들과 연계해 소송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오염수 방류 결정과 관련해 미국의 내로남불은 좀 심각한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간 일관되게 중국을 공격하던 수단 중 하나가 환경오염 문제였는데, 이번 일본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을 통과했으니 괜찮다며 손바닥 뒤집기라도 하듯 입장을 바꿨으니까요. 중국을 견제하고 동맹인 일본을 감싸려는 바이든 정부와 미국의 절대적 영향을 받는 IAEA가 핵발전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이익이 일치한 결과라는 분석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난 2012년 독일 헬름홀츠 지구해양연구소가 분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오염수 방출 시나리오에 의하면 태평양에 접한 미국 서부지역은 오염수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출처 - MBC

 

일본은 알프스라는 장비를 거치면 삼중수소만 남는 '처리수'가 되고 바닷물로 이걸 희석하면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애초 다른 방사성 위험물질에 대해서는 충분히 밝히지도 않았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오염수는 정상 처리된 상태가 아닙니다.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며 생긴 오염수이기 때문에 60가지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뒤섞여 있습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외부 검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만, 도쿄전력이 자체 조사한 자료만 봐도 스트론튬은 기준치의 1만 4400배, 세슘은 9배, 요오드는 6배 등이 나왔다고 하죠. 세슘은 삼중수소의 722배, 스트론튬은 무려 1556배가 넘는 방사능을 내뿜는 물질입니다. 그런데도 일본은 삼중수소 얘기만 할 뿐 훨씬 더 위험한 방사성 물질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염수를 방류했다가 세계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데, 과연 그때 가서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까요?

 

출처 - KBS

 

일본 내 일본 어업 종사자들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들고일어났습니다. 후쿠시마 현지에선 지난 10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며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어민 중 누구 한 명 납득하는 사람이 없는데 스가 총리 말 한마디에 방류를 결정하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고 말입니다. 시민단체들도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일본 정부의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주변국은 물론 국민도 반대하는 결정을 단지 미국만 보고 했다는 겁니다.

 

출처 - SBS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4일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동시에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일본의 핵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과 관련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와 함께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잠정 조치'란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최종 판단을 내릴 때까지 방류를 미루라는 일종의 가처분 신청을 의미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한국일보

 

바다는 한국의 것도 일본의 것도 아닙니다. 미국의 것도 중국의 것도 아니죠. 지구라는 거대한 환경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프랑스에서 존경받는 천체물리학자인 위베르 리브스라는 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프랑스 물리학회상과 아인슈타인상을 받았습니다. 2016년에는 환경부 장관에 의해 프랑스생명다양성기구의 명예회장으로 임명되었죠. 그런 분이 저 먼 우주 천체에서 눈을 돌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책을 여러 권 집필했습니다. 《생물의 다양성》은 그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매일 바라보는 아름다운 자연은 생물의 다양성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수중과 지상, 도처에 있는 식물, 동물을 포함해 모든 생명체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고 있기에 풍요로운 생태계가 유지됩니다. 일찍이 레이철 카슨은 《침묵의 봄》이라는 책에서 유독성 화학물질이 어떻게 생태계를 파괴했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었습니다. 인간이 뿌린 농약이 생태계에 확산하여 동식물에 축적되어 연쇄작용을 일으킨 결과, 봄이 왔지만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끔찍한 현실을 '침묵의 봄'으로 표현했습니다.

 

출처 - 《생물의 다양성》, 생각비행

 

위베르 리브스는 우리가 생물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축적된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며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집 앞을 흐르는 시냇물, 각종 나무로 울창한 고원, 드넓게 펼쳐진 들판, 광활한 바다, 이 모든 자연이 생명의 다양성이 춤추는 현장이요, 우리 삶의 터전입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은 저마다의 역할로 지구를 풍요롭게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류의 미래가 곧 생물의 다양성과 직결되어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를 위해, 우리와 관계 맺고 있는 수많은 생물을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환경오염을 일으킬 핵발전소 방사성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세계 각국의 환경단체와 시민단체가 비판의 목소리를 낼 때입니다. 정부도 외교적인 방법과 국제 소송을 잘 진행하여 정당한 목소리로 국민의 입장을 대변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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