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 아시아계 항한 증오범죄 위험수위 넘었다

지난 3월 16일 미국에서 발생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은 큰 충격을 남겼습니다. 20대 백인 남성이 오후 식료품점에 들어가 총을 난사했는데 아시아계 미국인 6명과 경찰 등 총 10명이 총에 맞고 숨졌습니다. 사망한 아시아계 미국인 6명 중 4명이 한국계 여성이라 우리나라에서도 총격 사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경찰은 중무장한 총격범과 몇 시간의 대치 끝에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를 체포했습니다. 용의자는 다리에 총을 맞아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데 경찰은 용의자에게 10건의 1급 살인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라고 하죠.

 

출처 - BBC

 

코로나19 이후로 급증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어서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과반이 아시아계라는 데에서도 상황의 심각성이 드러납니다. 경찰은 처음에 인종적인 동기로 총기 난사를 했는지 판단을 유보하고 있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이 사망했을 때도 곧잘 개인의 일탈이지 인종적인 문제가 아니라며 회피한 적이 많아서인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경찰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미국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에 의하면 미국 내 16개 주요 도시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 범죄가 149% 증가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전체적인 혐오 범죄가 7% 정도 감소했던 것을 생각하면 콕 찍어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와 공격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뉴욕의 경우 1년 새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833%까지 치솟았다고 하죠.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미국 내 반지성주의와 만나 퍼뜨린 가짜뉴스로 인해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가 터져 나온 것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한국계를 포함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각지에서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대한 반대 시위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이 시위에서도 아시아계 여성이 어린 자녀가 보는 앞에서 증오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뉴욕 유니언 스퀘어에서 열린 아시아계 미국인 집회에 증오 범죄를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 중이었던 그 여성은 갑자기 다가온 한 남성에게 팻말을 찢겼습니다. 팻말을 찢어 쓰레기통에 넣은 남성은 여성이 항의하자 얼굴을 수차례 가격하고 도주했습니다. 이튿날 체포된 남성은 흑인이었습니다. 인종차별을 당해온 사람들로서 연대할 만도 하건만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운동에 동참한 아시아인들에게 돌아온 현실은 더욱 안타까운 지경입니다. 이밖에도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는 백인, 흑인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어 미국 내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깊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죠.

 

출처 -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우려하고 있음을 인지했다고 했으며,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미국 부통령이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에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하며 이번 사건이 모두를 얼마나 놀라게 하고 분노케 했는지를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발표했습니다.

 

출처 - 뉴스1/AP

 

이번 사건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의회가 총기 규제 강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지난 23일 백악관 연설에서 공격용 무기 및 대용량 탄창 금지를 위한 입법을 촉구하고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 조회를 확대,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하지만 그간 무장할 권리를 규정한 수정 헌법 제2조를 근거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수주의자들은 이런 요구에 반대해왔습니다. 이미 수백 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미국 사회는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콜로라도주는 1999년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2012년 다크나이트 라이즈 영화관 총기 난사 사건 등으로 숱한 피해가 발생한 곳인데, 이번에 또 이런 사건이 일어난 셈입니다. 집계에 따르면 이번 애틀랜타 총격 사건은 올해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7번째 총기 난사 사건이라고 합니다. 2021년은 아직 4분의 1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혐오 범죄에 대한 처벌과 총기 규제,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지 못하면 미국 내에서 이런 사건은 반복해서 일어날 것입니다. 길어지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사람들이 많이 지쳐 있고,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의식이 고조되고 있으며, 마트에서 의약품은 못 사더라도 총은 쉽게 살 수 있는 기형적인 사회구조가 맞물려,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는 쉽게 수그러들 상황이 아닙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부터 시험대에 섰습니다. 과연 트럼프 재임 기간에 미국 사회 곳곳에서 튀어나왔던 혐오와 차별의 벽을 바이든 정부가 넘어설 수 있을까요? 이번 총격 사건으로 숨진 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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