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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범죄 의사가 면허를 유지하는 현실, 이대로 괜찮은가?

by 생각비행 2021. 3. 17.

지난 2월 26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계류됐습니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강력 범죄를 저질러 처벌의 대상이 되더라도 의사 면허에 직접적 제약이 없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며 법사위까지 온 것이었죠. 당시만 해도 민주당은 개정안을 3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3월 1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할 법안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제외되어 3월 내 통과는 결국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오는 4월에 있을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 같은 중대 사안의 영향으로 민주당이 입장을 유보한 것으로 보여 여야 모두 국민의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오늘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문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변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심지어 아파트 동대표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면허와 자격이 박탈됩니다. 국회의원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이 박탈되죠. 그런데 의사 면허증은 살인을 저지르 건 성범죄를 일으키 건 아무런 제약 없이 거의 자동으로 재교부되고 있습니다. 지난 6년간 취소된 의료인의 면허 재교부율이 93%에 이릅니다. 특히 2015, 2016, 2018년에는 100%였습니다. 살인으로 징역 20년 확정판결을 받았는데도 말입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 의사의 본분이긴 하지만 온갖 전문직 가운데 의사 면허만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보이는 건 이상한 일이죠.

 

출처 - MBC

 

지난달 의료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계류된 건 국민의힘이 반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금고 이상의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실형, 집행유예, 선고유예를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최대 5년간 취소하고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애초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인데 국민의힘은 약속을 뒤엎고 힘 있는 의사들 편을 들기 바빴습니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90%에 달하는데도 말입니다. 국민의힘은 의사들 심기는 세밀히 살피면서 국민의 심기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국민을 개·돼지로 생각하는 당다운 모습입니다.

 

출처 - KBS

 

그런데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은 국민의힘보다 더 가관이었습니다. 자신들이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의사 총파업 등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보이콧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으니까요.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국민의 감정에 이들은 불을 제대로 질렀습니다. 사실 의료인들의 범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출처 - JTBC

 

지난 2015~2019년 전문직 성범죄 통계를 보면 놀랍게도 종교인을 누르고 의사가 1위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협은 성범죄로 의료 면허를 박탈하는 것을 두고 자기네가 차별을 받는 양 열을 냅니다.

 

출처 - JTBC

 

한편 뇌물을 받고 제약사가 원하는 약을 처방해서 법적 처벌을 받아도 의사는 아무런 문제 없이 의사로 행세하고 다닙니다. 4년 전 56억 규모의 제약사 리베이트 사건이 터진 뒤 JTBC가 취재한 결과 당시 연루된 500명이 넘는 의사 중 면허가 취소되긴커녕 정지된 의사조차 없었다고 하죠. 당시 제약사 대표는 징역형을, 의사 274명은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개정 전 의료법으로도 재교부는 할 수 있을지언정 일단 면허 정지가 이뤄져야 하는 건에 해당합니다. 의료업계에 이런 수십, 수백억대의 리베이트 범죄가 반복되고 있는데, 의사들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현실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여기에 더해 최근 문제가 불거진 유튜버들의 성형 등 병원 뒷광고까지 생각하면 의사들과 연관된 문제가 셀 수 없을 지경입니다.

 

출처 - JTBC

 

상황이 이런데도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는 다루지도 못했습니다. 자격 없는 자에 의한 대리 수술 등이 여러 번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되었고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지만 의사들은 수술실 CCTV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인권 침해, 녹화본의 해킹 우려 같은 알량한 핑계를 대면서 말입니다. CCTV의 경우 의료사고를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소송에서 자기네에게 불리하게 될 상황을 우려해 극렬히 반대하는 겁니다.

 

출처 - 전자신문

출처 - 아시아경제

 

수술실 CCTV 의무화에 대해 국민의 뜻은 분명합니다. 다른 전문직과 똑같이 형평에 맞는 규칙을 지키길 바랄 뿐이죠. 의사들도 이 원칙을 지키려 한다면 반대할 명분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협박까지 일삼아 가며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을 보면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의료 면허를 지키고자 하는 그들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수술실과 신생아 분만실 등에 대한 CCTV 의무화도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서 상식적인 처치를 했다면 CCTV는 오히려 의사들의 입장에서도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줄 열쇠가 될 텐데 말입니다. 그냥 평범하게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된다'는 선택지가 머릿속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여야 의원들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민의 절대다수가 바라는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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