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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노란봉투법 거부하는 추악한 세력은?

by 생각비행 2022. 10. 14.

지난 10월 13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서 "헌법에서 노동권도 중요하지만 재산권도 중요하다", "소유권을 침해하게 되면 공산주의가 된다"라고 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을 비판하면서 한 말이라고 하죠. 최근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포퓰리즘' 운운하며 득달같이 달려들어 반대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포퓰리즘' 운운하는 사안이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죠.

 

출처 - 한겨레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통칭입니다. 기원은 2014년 쌍용차 쟁의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쌍용차 사측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했고, 법원은 이를 일부 인정해 노조 구성원이 47억 원을 회사에 배상하라고 판결합니다. 어이없는 판결에 분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배상액을 모금했는데 무려 5만여 명에 달하는 사람이 15억 원에 달하는 돈을 기부했습니다. 당시 기부금을 노란봉투에 넣어 기부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노란봉투법'이라는 용어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4만7천원으로 시작된 노란봉투법, 민주당은 기억하나 [유레카]>라는 기사를 보시면 이런 사실을 명확하게 아실 수 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조 파괴 행위인 회사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을 막을 수단이 노란봉투법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쌍용차 사태 이후 13년이 지났지만 회사에 의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선고가 미뤄지면 손해배상액의 이자가 원금을 넘어가기도 합니다. 쌍용차 사태 당시 한 노동자가 지연이자를 합친 손해배상액 124억 원을 청구당했는데 압박감과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2018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습니다. 회사는 노동자가 결코 만져볼 일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배 소송으로 노동자와 노조를 겁박하고 괴롭힙니다. 노조 파괴 행위를 사법 권력을 이용해 태연하게 하고 있는 셈입니다.

 

출처 - MBC

 

51일 동안 파업했던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를 상대로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실을 잘 알고 계시겠지요. 하청 노동자의 월급은 200만 원이 될까 말까 합니다. 숨만 쉬고 거의 2000년이란 세월을 불로장생하면서 얻은 월급을 고스란히 갖다 바쳐야 충당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사측이 이 돈을 모두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소송했을 리 만무합니다. 손배 소송과 이에 따른 가압류로 노조원들의 삶을 망가뜨려 노조를 파괴하겠다는 속셈이니까요. 애초 노조가 파업까지 해가며 요구했던 조건은 임금의 4.5% 인상이었습니다. 조선업계 사정이 어렵다며 회사 측이 2016년부터 삭감한 임금 30%를 돌려달라는 요구는 이번에도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출처 - MBC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절차를 지킨 합법적인 파업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대우조선해양 측은 하청 노동자들이 하청 사업장이 아니라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을 점거하여 파업했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유최안 씨는 자신을 1세제곱미터밖에 안 되는 철골구조물 안에 가둔 채 31일 동안 농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협상이 타결되자마자 회사 측이 손해배상 청구서를 들이밀었다며 마음이 무겁다고 했습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대우조선해양뿐 아니라 하이트진로 등 다른 노동 쟁의 현장에서도 손배 소송을 통한 노조 파괴 행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 때문에 손배 소송을 통한 노조 파괴의 방식에 대해 한 시민단체가 200건 가까운 판결을 분석하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2010년 상신브레이크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는데요, 노조 파괴로 악명 높은 창조컨설팅 자문을 받은 사측은 노조 간부들을 해고하고 이들에게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합니다. 이때는 법원에서 단 500만 원의 배상액을 판결했습니다. 회사가 불법적으로 노조 와해를 시도했고 경제적 손실을 본 것도 없다고 봤습니다. 다만 정식적 위자료라는 10억 원의 0.5%인 500만 원만 인정했습니다. 

 

출처 - MBC

 

하지만 이 판결이 확정되는 4년 동안 노조 간부들은 4억 1000만 원에 달하는 개인 재산을 가압류당했다고 합니다. 4년 동안 은행 금융 거래도 못 하고 통장에 있는 돈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바람에 사회적인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배상액이 500만 원일 뿐이라 하더라도 말이죠. 1989년부터 최근까지 197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분석한 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손배소 가운데 10건만 노조가 대상이었을 뿐 95%인 187건은 조합원 개인이 대상이었습니다. 이를 보면 사측이 노조 요인들을 상대로 경제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노조를 파괴하려는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우리나라 법원은 합법적 파업이라 할지라도 불법행위가 있다면 그만큼 배상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노동조합에 참여하고 노동권을 행사하는 행위 하나하나가 전부 다 범죄행위라고 법적으로 낙인찍는 효과를 초래합니다. 이 때문에 UN 및 국제노동기구는 여러 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에 자제와 조사를 권고했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자체가 금지되어 있고, 영국의 경우 배상의 상한액이 정해져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돈을 빌미로 소송에 의한 노조 파괴 행위를 막기 위한 조처입니다.

 

출처 - 문화연대

 

노란봉투법은 UN 등의 권고와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노동법을 개정해,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일어난 손해에 대해 노조나 노동자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을 명시하려 합니다. 특히 쟁의행위가 노동조합에 의해 계획되고 실행된 것이라면 노조원 개인에게 손해배상, 가압류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법에 규정된 정당한 노동쟁의 활동을 사측이 소송이라는 방법으로 입막음할 수 없게 하려는 취지죠.

 

출처 - MBC

 

이런 노란봉투법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때문에 험난한 여정을 밟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협상 타결 직전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 수뇌부에 경찰특공대 투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대테러 특공대를 투입해 노조를 강경진압하라는 지시를 한 셈인데, 다행히 경찰 실무진의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경찰특공대는 테러나 폭발물, 총기 사용 범죄에 투입되는 전문부대입니다. 자칫하면 용산 참사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었습니다.

 

출처 - MBC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으로 현재 고용노동부 장관인 이정식은 2017년 한국노총 시절 '본인은 물론 가족, 친척, 친구까지 파멸하게 만드는 사측의 손배가압류는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고위직 인사가 되고 나니 그때 일은 까맣게 잊었나 봅니다. 지난 8월 3일 국회 환경노동위 회의에서 그는 이 발언 자체를 기억하지 못했고, 손배소는 당사자 간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노동조합법 위반 등으로 문제가 제기됐으니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윤석열 정부와 같은 입장임을 드러냈습니다.

 

출처 - 채널A

 

대우조선파업 손배소 당시 대통령실 역시 법대로 원칙대로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노사협상 타결 직후에 나온 얘기이다 보니 여태까지 그랬던 대로 사측은 손배소로 노조를 털어도 된다는 사인을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쓸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내세우는 핑계는 노란봉투법이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는 헌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라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 정부, 국민의힘이 생각하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에 회사는 들어가지만 노조원은 들어가지 않나 봅니다. 

 

출처 - 알티케이뉴스

 

정당한 노동쟁의 활동에 소송으로 재갈을 씌우려는 사측의 행패를 근절하기 위해 이번에는 노란봉투법이 꼭 국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지지율이 바닥인 데다 외교 참사를 낳고 MBC를 겁박하는 윤석열 대통령 역시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쓰면 어떤 후폭풍이 닥칠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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