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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버스기사 유죄 vs 검사 무죄, 오석준 후보자 과연 대법관 자격 있나?

by 생각비행 2022. 9. 21.

윤석열 정부의 첫 대법관 후보인 오석준 후보자 임명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에서 오석준 후보자가 대법관의 자격이 있는지와 관련해 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오석준 후보자는 서울행정법원 재판장이던 2011년 12월 고속버스기사 A씨에게 내려진 회사 측의 해고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잔돈 400원을 두 차례에 걸쳐 총 800원을 챙긴 고속버스기사에 대해 당시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횡령액이 소액이란 점을 고려해 부당해고로 판단했으나 오석준은 노사합의서에 운전원의 수입금 착복은 금액을 불문하고 해임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버스회사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이 판결로 17년을 근속한 버스기사는 10년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막노동 현장을 전전해야 했고 5명의 가족이 생계에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고 하죠. 원칙상 소액이라도 횡령은 횡령입니다. 오석준 후보자의 판결이 빡빡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원리원칙을 소신으로 재판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입장은 존중할 만합니다.

 

출처 - YTN

 

그런데 문제는 같은 사안에 대해 그가 정반대의 판결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2년 뒤인 2013년 2월 오석준은 변호사로부터 85만 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검사의 면직에 대해 '가혹하다'며 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검사가 상대 변호사에게 접대를 받은 것은 공정 수사와 재판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니 엄벌해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더구나 그 검사는 성매매 의혹까지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오석준은 그가 검사직을 잃지 않도록 배려해줬습니다. 800원을 횡령했다며 버스기사에게 엄혹한 잣대를 들이댔다면 85만 원의 접대를 받은 감사에 대해서는 훨씬 가혹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 MBN

 

이를 보면 오석준은 원리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기보다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을 내리는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동종업계에 속한 이에게는 관대하게 대하면서 대들 깜냥이 안 되는 약자에게는 법봉을 가혹하게 휘두르는 판사가 대법관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질문하게 되는군요. 이런 사람이 대법관이 된다면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모를 일입니다. 오석준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1년 학교 후배입니다.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오석준은 서울고법 부장판사였습니다. 대학 다닐 때 윤석열과 식사하게 되면 술을 나누곤 했다며 이후 만남에서도 종종 술을 같이 마시러 다녔다고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인정했죠. 그 이후로 특출 난 친분은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출처 - 이데일리

 

하지만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진을 공개하자 윤석열과의 친분이 아직도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윤석열 자택인 서초동 아크리비스타 인근 술집 사진이었습니다. 취임 초기 저녁 식사비용으로 450만 원을 결제했다는 제보가 나와 논란이 된 곳으로 업무추진비 사적목적 사용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된 건이기도 합니다.

 

출처 - 서울의소리 / 김의겸TV

 

사진을 들이대고 추궁하자 오석준 후보는 아는 가게라며 판사 하면서 가끔 간 곳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윤석열과 그 술집에서 여러 번 자리를 같이 한 것도 추궁당하자 결국엔 인정했습니다. 대법관이라면 대통령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 중책입니다. 그런데 그는 윤석열의 술친구라서 대법관 후보가 되었다는 의혹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와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은 중요한 자리를 어떻게 술친구들로만 채우느냐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졌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편 오석준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와 법원장 추천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습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일선 판사들이 법원장을 직접 추천하는 제도로 사법농단 이후 민주적 절차를 보강하기 위해 추진된 제도입니다. 오석준은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 "해당 제도는 소속 법원에 장기간 또는 종신 근무하는 형태에서 가능한 것"이라며 "지금처럼 한 법원에서 2~3년 일하는데 그 구성원이 법원장을 뽑는 것은 곤란한 측면이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계속 유지되면 장차 재판 지연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제도 유지·확대 시행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결과·성과를 분석해야 하고, 판사들의 의견도 종합적으로 수렴해 보완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YTN

 

인사청문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임명 강행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것처럼 말이죠.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 열두 번째, 열세 번째 고위직 인사였는데요, 두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비리와 자리에 맞지 않는 행적 등으로 큰 비판을 받았죠. 매번 부적격자를 들이밀고는 국회가 국정을 방해한다는 핑계를 대는 윤석열 정부의 뻔뻔함은 이제 지겹습니다. 이대로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임명도 강행할까요? 사회적 약자들에게 한층 더 가혹한 나날이 펼쳐질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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