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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지원 정책을 대하는 우리의 시각

by 생각비행 2022. 9. 14.

지난달 21일 광주의 한 대학교 건물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신입생의 화장식과 장례미사가 열렸습니다. 그는 보육원 출신으로 홀로서기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에 친모가 참석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장례 절차를 위해 가족, 친척을 수소문하다가 연락이 닿았다고 하죠.

 

출처 - SBS

 

어린 시절 가정 문제로 경기도 한 보육원에 맡겨진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광주의 보호시설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대학에 합격한 올해 초 보육원을 나와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그는 보육원을 퇴소할 때 받은 지원금 700만 원 대부분이 소진되어 금전적인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육원 관계자에게 성인이 됐고 복지관을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두렵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하죠. 그가 떠난 방에는 소주와 함께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라는 글이 적힌 쪽지가 나와 안타까움이 더 컸습니다.

 

출처 - JTBC

 

우리나라에는 해마다 2500명이 넘는 청년이 보육원 같은 복지시설에서 나와 사회의 출발선에 섭니다. 하지만 정착 지원금은 500만 원 남짓으로 적고 사회 적응을 도와줄 사람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무용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퇴소자는 꿈보다 당장의 생계가 걱정이었다고 하죠. 손쉽게 택할 수 있는 취업처는 공장이었고 지원금 500만 원은 단칸방 보증금으로 내면 끝이었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사실 정착금 500만 원을 본인이 다 쓸 수 있기만 해도 그나마 다행입니다. 10년 넘게 연락도 없던 부모가 득달 같이 찾아와 그 돈을 주면 같이 살 수 있다고 꼬드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착금을 챙기고 나면 다시 연락을 끊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심한 경우 보육원장이 여태까지 먹여주고 재워준 은혜를 갚으라며 기부를 요구하며 정착금을 뺏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자립준비청년이 몸이 아프기라도 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집니다. 뇌전증 진단을 받은 퇴소자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설에서 중도 퇴소를 했다고 합니다. 나라에서 행정입원을 시키는데 그렇게 되면 보육 시설에서는 조기 퇴소가 됩니다. 이렇게 중간에 나오게 되면 정착 지원금마저 받지 못합니다. 기초수급생활자로 살 수밖에 없는 상태로 사회에 내던져진 셈이라 도와줄 사람도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어렵게 돈을 벌더라도 사기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퇴소한 청년들은 생활고도 걱정이지만 사회 적응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점이 가장 막막하다고 합니다.

 

출처 - 세계일보

 

몸이 아프지 않더라도 보육원의 불합리, 폭력 문제 등으로 중도에 뛰쳐나오면 사회의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기 십상입니다. 부모도, 보육원 선생님도 찾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숙식을 제공한다면서 손을 뻗는 유흥업소로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보호대상아동이 시설을 조기퇴소하면 가출로 분류되는데, 시설 원장이 신고하지 않으면 아무도 찾지 않고 돕지 않기 때문에 그 아이는 사실상 사회에서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보호종료아동은 아동복지법에 근거해 지원하지만 보호중단아동은 지원할 법적 근거나 관련 지침이 없기 때문에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셈입니다. 

 

출처 - 아름다운재단

 

정부가 자립을 돕는 전담요원을 두고 있긴 해도 전국적으로 300명뿐입니다. 퇴소자가 해마다 2500명씩 나오는데 말입니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 정착 지원금을 800만 원으로 올리고 지원 전담 인력을 120명 더 뽑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합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믿고 의지하면서 삶의 중요한 결정을 상의할 수 있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출처 - 동아일보

 

지난 6월 22일부터 아동복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아동의 보호기간이 만 18세에서 만 24세로 연장됐습니다. 보호대상아동이 시설에 머물며 자립을 준비할 시간을 늘려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이긴 합니다. 하지만 보호기간을 늘린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출처 - 서울신문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자립지원 : https://www.ncrc.or.kr/ncrc/cm/cntnts/cntntsView.do?mi=1034&cntntsId=1083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누리집에 들어가 보면 아동자립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호대상아동이 퇴소할 때 겪는 어려움을 대비해 자립 준비를 돕고 안정적인 사회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살펴보다 보니 마지막에 자립준비 프로그램 8대 영역이 눈에 띄었습니다.

1 일상생활기술 : https://www.ncrc.or.kr/upload/ncrc/01_ilsang.pdf

2 지역사회자원활용기술 : https://www.ncrc.or.kr/upload/ncrc/8/02_jiyeok.pdf

3 자기보호기술 : https://www.ncrc.or.kr/upload/ncrc/03_jagi.pdf

4 사회적기술 : https://www.ncrc.or.kr/upload/ncrc/04_sahoi.pdf

5 돈관리기술 : https://www.ncrc.or.kr/upload/ncrc/05_don.pdf

6 진로탐색기술 : https://www.ncrc.or.kr/upload/ncrc/06_jinlo.pdf

7 직장생활기술 : https://www.ncrc.or.kr/upload/ncrc/07_jikjang_a.pdf

8 다시 집 떠나기 : https://www.ncrc.or.kr/upload/ncrc/08_dasijip_a.pdf

 

이렇게 총 여덟 가지 영역에 걸쳐 사전 교육을 합니다. 일상생활기술 관련 PDF를 보면 냉장고에 남은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반찬을 생각해보자는 항목처럼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보호아동만이 아니라 자취를 준비하거나 곧 사회에 진출할 모든 아이들이 살펴보면 좋을 것 같은 내용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당황스러운 면도 많습니다. 어른이지만 이 8대 영역을 잘 알고 잘 실천하며 사는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모, 친척, 친구, 지인들과의 관계에서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으며 성인이 된 사람조차 이럴진대 사회에 내던져지다시피 하는 보호아동들이 제대로 된 도움 없이 위 8대 영역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현재 보호아동들이 얼마나 치열하고 힘들게 세상을 살고 있는지 짚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잘 융화할 수 있도록 자립 관련 교육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뿐 아니라 자립할 의지를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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