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쇼' 논란, 무엇을 남겼나?

<강남스타일>이란 노래로 월드 클래스 가수가 된 싸이가 신곡을 내고 몇 년 만에 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여름마다 개최해 사람들을 밤새도록 놀게 해준다는 그의 공연이 뜻밖의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물 때문이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싸이의 콘서트는 '흠뻑쇼'라는 이름에 걸맞게 콘서트 내내 물을 뿌리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한여름에 열리는 이벤트인 만큼 회당 300톤의 식수를 사용한다고 싸이가 직접 밝히기도 했죠. 이번에도 예전 콘셉트 그대로 돌아왔지만 얼마 전까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농가의 상황과 맞물려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했습니다. SNS에서는 소양강 상류가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가문 이때 콘서트에 쓸 물을 농가를 위해 쓰는 편이 낫지 않냐는 의견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그건 지나친 엄숙주의이며 300톤으로는 가뭄 해소에 의미 있는 양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 난립하며 논쟁이 잇따랐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농가를 중심으로 지난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는 50년 만의 가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요, 실제로 올해 봄 강수량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6월 6일까지를 기준으로 하면 전국 누적 강수량은 전국 평균 193.6mm에 불과했습니다. 예년의 55% 수준입니다. 지역에 따라 모내기도 제대로 못 할 정도라는 하소연이 넘쳤습니다.

 

출처 – KBS

 

특히 호남과 영남 지방의 가뭄은 심각했습니다. 농사도 농사지만 섬 지역 주민들은 식수난까지 겪어야 했죠. 완도 등 일부 섬 지역에서는 3월부터 제한급수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상생활을 유지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제한급수로 인해 집집마다 사비를 들여 생수를 사서 먹어야 하는 실정이었죠.

 

출처 - 서울경제

 

극심한 가뭄의 영향인지 안 그래도 심한 도농 격차 문제가 흠뻑쇼를 중심에 두고 사회적 논란으로 불거지고 말았습니다. 가뭄의 피해 당사자인 농민과 해당 지역 거주자들은 지하수까지 말라버릴 정도로 심한 가뭄 가운데 놀자고 물 300톤을 쓰는 건 어이가 없다거나 마을 전체에 물이 안 나와서 수자원공사에서 생수를 지원받는 동안 서울에서는 식수를 뿌려대는구나 싶다는 등 서러움을 표출했습니다. 반면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펑펑 나오고 말라비틀어진 땅을 볼 일 없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거주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즐길 문화 이벤트가 생겼는데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될 만큼도 아닌 정도의 물을 쓰는 행사에 대해 지나친 잣대를 들이댄다며 뭐가 문제냐는 입장이었습니다.

 

출처 - 스타투데이

 

"가뭄으로 산불까지 났는데 좋아 보이진 않는다", "물 뿌리는 거 대신 다른 기획이 필요하다"라는 주장과 "그런 논리라면 전국 수영장이랑 목욕탕도 문을 닫아야 한다", "연예인한테만 그러지 말고 집에서 물 아껴 써라"라는 주장의 대립, 과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걸까요?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우리 사회 내에서 가뭄이란 현상을 두고 도시와 농가의 감수성 격차가 이만큼이나 난다는 것 자체가 '격차사회'의 징후는 아닌지 걱정스러운 때입니다.

 

출처 - TBS

 

우리는 이번 논란을 해프닝으로 넘길 게 아니라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기후정의의 관점을 배우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요? 과거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부국이 된 나라들이 기후위기 해결을 얘기하면서도 자원 소비에 여념이 없는 반면 빈국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은 적으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TBS 

 

'국가별 누적 탄소배출량을 나타낸 지도'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국 지도'를 대비하여 살펴보면 우리가 왜 기후정의에 대한 시각을 갖추어야 하는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지구적인 불평등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지구적인 관점에서 시선을 돌려 우리나라 내부의 문제만 들여다봐도 구조적인 불평등이 극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소양강댐은 올 초부터 지속해서 방류량이 줄었으나 팔당댐의 방류량은 일정했습니다. 수도권의 저수량은 상시로 2500만 명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일정하게 공급하는 반면 상류 지역인 소양강 댐 지역 주민은 소외됐다는 게 환경운동가들의 지적입니다. 한편 우리나라 기후에 잘 맞지도 않는 골프장이 지방 곳곳에 들어찬 것도 문제죠. 싸이 콘서트에 사용되는 300톤의 식수가 논란이 되자 일부 누리꾼은 골프장은 한 곳에서만 하루에 1000톤이 넘는 물을 펑펑 쓴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으니까요. 아래 도표는 여주시에 있는 골프장의 1일 물 사용량을 정리한 것입니다.

 

출처 - 디스패치

 

이런 골프장 같은 대형 사용처는 물 사용량이 아닌 관로 크기로 수도료가 정해집니다. 이 때문에 물을 펑펑 써도 관로 크기가 작다면 실제 사용량보다 훨씬 적은 요금을 내는 셈입니다. 가정은 쓴 만큼 수도세를 받아가면서 물을 대량으로 낭비할 수 있는 곳에는 혈세까지 풀어가며 퍼주고 있는 꼴입니다. 골프장을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계층만 이용한다는 특성을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는 물 사용까지도 빈익빈 부익부인 셈이죠.

 

출처 - 연합뉴스

 

안 그래도 가물었는데 지난봄부터 산불 피해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5월이면 산불이 잦아들어야 할 시기인데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죠. 피해 면적이 넓은 대형 산불도 유독 자주 발생했습니다. 울진, 삼척, 합천, 밀양 등등 초대형 산불이 줄줄이 발생했는데 이쪽 지역은 가뭄 피해가 극심한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거창은 5월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고 밀양, 합천, 울진 이쪽도 2~3mm 정도로 딱 하루 비가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출처 - JTBC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어촌에 기름값 폭등이라는 짐이 더해졌습니다. 가물어 물도 없는데 기름값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으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제정세가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인의 밥상에 필수적인 마늘은 생산량이 30% 정도 줄 듯하고, 다 키웠어도 물값, 기름값에 수지가 맞지 않아 사람을 써서 수확하느니 그냥 썩게 내버려두는 농가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출처 - YTN

 

지난 6월 14일부터 사흘간 전국에 15mm 정도의 비가 내려 급한 불은 껐습니다. 하지만 손해를 볼 데로 본 작물들을 돌이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장마가 시작돼 6월 말이면 가뭄이 해갈되긴 하겠지만, 기후위기로 기상 상황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앞으로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시사IN》은 한국리서치와 손잡고 대규모 여론조사를 기획했습니다. 인구비례에 맞춰 4154명에게 조사 요청을 보냈고, 이 가운데 1251명이 참여했는데 그중 251명은 중도 포기하여 최종적으로 1000명이 설문에 응답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를 지난 1월 <2022 대한민국 기후위기 보고서를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출처 - 시사IN

 

설문 결과 '기후위기가 나의 일처럼 가깝게 느껴진다'라는 답변은 64.5%로 과반을 훨씬 넘었습니다. 그런데 기후위기가 '정부의 최우선 정책이(라야 한)다'라는 질문에 대해 43.3%가 동의했습니다. '나의 일'과 '최우선 정책' 사이에 20%포인트 넘는 간극이 존재합니다. 그 간극을 줄이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특이할 만한 사실로 기후위기가 '인간 활동 탓'이라는 응답이 86.7%로 조사됐습니다.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이 자본주의라는 진술에도 61%가 동의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 대다수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은 우리가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게 불가능하듯, 예전 같은 자원 소비는 이제 지속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먹고 입고 소비하는 모든 것이 어디에서 오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생태적 소비 습관을 갖춰야 할 때입니다. 작은 실천이 자원 관리와 기후위기에 대한 실질적인 대비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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