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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여가부 폐지하려는 윤석열 정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킬 수 있나?

by 생각비행 2022. 5. 31.

지난 5월 17일 윤석열 정부의 첫 여성가족부 장관이 취임했습니다. 대선 당시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온갖 여성혐오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출범한 정부의 면면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여가부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하지만 김현숙 장관의 취임사를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여가부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부처로 대전환해야 한다"며 "새 시대에 맞게 부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해 구체적 실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으니까요. 이런 장관을 임명한 것부터 여가부 폐지를 향한 윤석열 정부의 포석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김현숙은 인사청문회 내내 여가부 폐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부처를 없애버리겠다는 사람을 앉히는 인사라니, 대체 무슨 정신으로 일하기를 바라는 건지 당최 모르겠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그런데 더 걱정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일본군 '위안부’라는 말을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여가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건강과 생활지원을 하는 주무부처죠. 그렇기 때문에 여가부가 생긴 이후 역대 장관 취임사에는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내용이 당연하다고 할 정도로 들어 있었습니다.

 

출처 - YTN

 

관련 내용이 빠진 적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최근 10년 사이에 여가부 장관 중 일본군 '위안부'를 언급하지 않은 사람은 2013년 취임한 박근혜 정부의 조윤선이 유일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조윤선은 뒤에 문체부 장관을 역임했는데,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구속 수감된 현직 장관이 되기도 했죠. 돌이켜보면 박근혜 정부 때 벌어진 굴욕적인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위한 밑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뒤를 이어 윤석열 정부의 김현숙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듯한 인상을 풍깁니다. 대체 이번 정권은 어떤 친일 행각을 벌이려고 이렇게 밑밥을 까는 건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여가부의 존폐가 걸린 시점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빼놓는다는 건, 추후 여가부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여러 부처에서 나눠 가지게 될 때 사각지대로 내몰려는 생각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TV

 

지난 16일 이용수 할머니는 국내외 언론 앞에서 윤석열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를 촉구하고 주무부처인 여가부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런 일은 할머니들을 다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죠. 지난 1일 김양주 할머니가 별세하시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열한 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적극적으로 여가부를 지원하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집중해야 할 때인데도 윤석열 정부는 그럴 의지가 전혀 없습니다.

 

출처 - JTBC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이 처한 현실은 오히려 날로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의 진실규명을 촉구해온 수요집회가 극우단체의 맞불집회에 밀려 근처 길가나 주유소 앞에서 열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니까요. 코로나 초기 우리나라를 위험에 빠뜨린 극우 기독교 단체의 리더인 전광훈은 극우단체인 자유연대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이들은 수요시위를 방해하기 위한 알박기 시위를 위해 종로경찰서에서 숙식까지 하면서 밤 12시에 맞춰 집회 신고를 따내고 있습니다. 그런 정성과 노력을 왜 일본을 위해 하는지,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긴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반일은 정신병!"이라느니 "나도 커서 위안부 될래!" 같은 표현을 감히 입에 담을 수나 있었겠습니까? 

 

출처 -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

 

2022년 1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상임위원회 결정을 통해 수요시위 방해 집단에 대한 경찰의 적극적 개입을 권고했습니다. '수요시위 보호가 인권의 기본원칙에 부합하며',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상당한 개연성',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 발생의 우려'가 있음을 그 근거로 제시하면서 말이죠.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이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현행법상 같은 장소에 먼저 신고한 집회를 막을 방안이 없다 보니 극우단체의 알박기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이 집회에서 나오는 혐오 발언도 점입가경입니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경찰은 다른 집회를 방해할 목적으로 하는 집회 신고를 남용하는 문제를 두고 관련 법 조항을 개선할 수 있는지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라고 합니다.

 

출처 - KBS

 

전 세계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첨예한 논란의 대상입니다. 작년에 소녀상 해외 설치와 관련해 일본 학자들이 독일 학자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보면 '곡학아세'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끔찍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과거사를 사죄한 독일을 자기네(일본)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내용으로 가득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렇지만 진실을 알리는 좋은 사례도 존재합니다. 지난 10월 25일 《뉴욕타임스》는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고발한 여성운동가 고 김학순 할머니의 부고 기사를 실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가 별세한 지 24년 만에 난 부고 기사였습니다. 과거 제대로 다루지 못한 주목할 만한 인물의 죽음을 재조명하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Overlooked No More)' 시리즈 기사의 일환으로 《뉴욕타임스》는 지면의 절반을 할애해 고 김학순 할머니의 삶을 조명했습니다. 수십 년간 부인해왔던 일본의 수많은 정치가들이 역사를 인정하게 한 20세기의 가장 용감한 인물 중 하나라고 평가했죠.

 

출처 - 연합뉴스

 

지난 11일 정의기억연대와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한일관계 개선을 추진 중인 윤석열을 비판했습니다. 식민지와 전쟁을 찬양하는 일본 정부의 기만적 태도에 윤석열과 주변 인사들은 일언반구조차 없다고 지적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에 앞서 일본 정부의 사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행보를 보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기미는커녕 피해 할머니들을 탄압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최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인 이상민이 친일파 후손 편에서 그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대리인을 맡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죠. 이 사실이 폭로되자 그가 한 변명이라는 게 재판연구관 이상의 법관 출신을 변호사로 이름을 올리는 게 로펌의 관행이라고 했습니다. 대놓고 전관예우를 받은 사실을 해명이랍시고 내놓은 것입니다. 친일파 변론과 전관예우, 이 모든 게 법률인으로서 큰 문제가 되는 일인데도 자각조차 못 하고 있는 인식 수준이 놀랍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과연 윤석열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수요시위를 보호하고, 여성혐오를 비롯한 각종 문제를 막아낼 수 있을까요? 그들이 지나온 길이 너무나 달라 기대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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