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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제20대 대선 결과를 보는 우리의 자세

by 생각비행 2022. 3. 11.

제20대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후보 윤석열이 당선됐습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첫 검사 출신 대통령이며 헌정 사상 가장 적은 표 차이로 간신히 당선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출처 - 네이버

 

개표 결과 이재명은 47.83%, 윤석열은 48.56%를 득표했습니다. 1%도 안 되는 단 0.73% 포인트로 대한민국의 명운이 갈렸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서방의 결집과 대규모 제재,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등 세계적인 정세 변동으로 인해 격동이 예고되는 이때 우리는 잘 선택했을까요? 그 답은 5년 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윤석열 당선인의 과거와 그가 속한 당인 국민의힘의 발자취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름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뉴스1

 

윤석열의 과거를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는 트럼프가 집권했던 미국과 마찬가지로 혐오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성, 외국인, 노동자, 시민단체, 언론 등을 향한 혐오 정서에 편승해 국민을 갈라치기해서 대통령 당선인이 됐으니까요.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선거 기간 내내 내뱉은 말과 행동만 봐도 그렇습니다. 색깔론에서 혐오로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방법만 바꿨을 뿐이니까요.

 

출처 - 조국 페이스북 / 머니투데이

 

여성가족부 폐지로 대변되는 여성 공약으로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젊은 남녀를 갈라치기했습니다. 성범죄 무고죄 강화를 내세우고 채용에 있어서 성차별 같은 건 없다며 현실을 왜곡하는 TV광고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외신과 인터뷰를 하면서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오해라며 취소하는 일도 있었죠. 정권을 잡는 데 필요해서 써먹었을 뿐 속칭 '이대남'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소립니다. 표가 된다 싶으면 페미니스트 선언도 했던 사람이니까요. 공교롭게도 선거일이었던 지난 3월 9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출처 - 윤석열 페이스북 / 오마이뉴스

 

윤석열은 이주노동자들이 건강보험에 숟가락만 얹고 있다며 외국인 혐오 정서에 편승하며 부추겼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현재 외국인 대상 건강보험이 흑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도, 그는 막무가내 식으로 불공정과 허탈감을 해소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했죠. 

 

출처 - 윤석열 페이스북 / 이투데이

 

또한 윤석열은 노동조합을 '미래 약탈 세력'이라는 말로 폄훼하고 시민단체를 '권력을 지지하는 부패 카르텔'이라고 규정해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했습니다. 급기야 언론노조를 향해 강성노조의 전위대, 못된 짓의 첨병 중의 첨병이라고 욕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사람이 좋아하는 건 뭔가 싶을 정도로 윤석열은 모든 것을 혐오하기 바빴고 또 그런 마음을 숨길 생각이 아예 없었습니다.

 

출처 - JTBC

 

윤석열은 지난 10일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되자마자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겠다."라고 경제 정책 기조를 밝혔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앞으로 5년간 모든 것을 민영화, 즉 사유화하겠다는 선언이죠. 우리가 코로나19 내내 누리면서도 공기와 같아 중요성을 미처 느끼지 못한 건강보험도 윤석열은 그냥 두지 않을 겁니다. 건강보험 민영화는 국민의힘의 비원이기도 하니까요. 언론들은 윤석열이 의료민영화 공약을 내세운 적이 없다고 나발을 불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 '민영화' 정책이 '나 민영화요~ 내지는 이제부터 민영화합니다 땅땅땅!' 하고 시작하지 않습니다. "효율적인 시장의료의 시작, 건강보험 다변화, 당연지정제보다 더 나은 제도로 정비..." 이런 식으로 포장해 최대한 소리 소문 없이 시작할 테니까요.

 

출처 - 청년의사

 

대선 전 시민단체인 보건의료단체연합에서 대선 후보들의 보건의료공약을 평가했을 때 윤석열은 최하위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모든 대선 후보가 언급한 공공병원 확충에 대한 약속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되레 시장의료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시장의료'가 곧 이름만 바꾼 민영화의 시작임을 알아야 합니다. 윤석열은 민간병원의 병상을 늘리고 민간병원에 더 많은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공공의료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국민 모두가 확인했듯이 민간병원으로는 재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습니다. 경남에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초창기에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이 있었다면 대응하는 데 그렇게 애를 먹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진주의료원을 홍준표가 도지사일 때 폐원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출처 - 국민뉴스

 

미국 사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트럼프가 취임해서 '오바마 케어'를 박살 내는 일부터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봅시다. 별생각 없이 트럼프를 찍은 서민들이 어느 날 내 의료보험 케어가 어디 갔냐고 하소연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숱한 외신들이 제20대 대선에 주목하고 윤석열 당선 소식을 빠르게 타전했습니다. 미국 블룸버그는 윤 후보가 승리하게 되면 청와대에 '매파'가 복귀하는 셈이라며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조 바이든 정부의 동맹 중심 공급망 정책 등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윤석열이 국회에서 격렬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선거 캠페인 중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를 이용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를 선택한 대부분의 대중은 그를 '선호해서' 뽑은 게 아니라 그나마 '덜 싫어해서 뽑았다'라고 꼬집어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BBC

 

영국 BBC는 윤석열이 트럼프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하며 과제로 치솟는 집값, 청년층의 취업난, 성평등을 꼽았습니다. 특히 선진국에서 여성 인권이 가장 낮은 나라인 한국의 저출산 원인을 페미니즘에 돌렸다며 여가부 폐지 공약 등으로 앞으로 많은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죠. 일본 언론은 어떨까요? 윤석열 당선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한일 관계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반색하고 있으니까요. 일본 편에 굴욕적이기 짝이 없는 위안부 합의를 해줬던 박근혜 정부 당시의 당이 다시 돌아오게 됐으니 일본 입장에서는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선거로 확인할 수 있었던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면은 무엇일까요? 윤석열, 이준석, 그리고 국민의힘이 내뱉던 혐오의 정치에 대한 저항 의지를 젊은 여성층에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선거 국면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이른바 '세대 포위론'은 세대별 득표율을 볼 때 그렇게 성공적이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전원책 변호사를 비롯한 보수 논객들도 이준석이 대선에 젠더 문제를 개입시킨 것은 잘못된 판단이며 선거에 미친 영향은 리스크에 비해 미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이대남들이 결집할 때 정치를 잘 모르는 여성이 결집하지 않아야 가능한 것이 세대 포위론이었으나 오히려 깨어 있는 젊은 남성들과 젊은 여성들이 혐오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결집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젊은 여성들에게 비호감도가 높았던 이재명을 찍어줄 정도로 이들은 윤석열과 국민의힘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컸습니다. 애초 6~1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날 것이라던 전문가의 예측과 달리 개표 결과 1% 포인트 차도 나지 않은 이유는 대한민국에 혐오에 저항하는 세력이 그만큼 존재한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결과를 민주당과 이재명에 대한 호감으로만 파악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그들은 번번이 불거진 성추행 사건을 다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잘못된 판단을 하는 순간 표를 주었던 저항 세력의 결집을 다시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출처 - 페이스북

 

전문가들은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으면 트럼프와 아베의 한국 버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선거 캠페인 자체가 특정 정당을 넘어 한국 정치 전체의 실패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정치 초짜에 관종일 뿐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요. 우리는 트럼프가 초강대국이던 미국을 어떻게 단시간에 망가뜨렸는지 지켜봤습니다. 이제 우리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혐오 정치에 맛 들인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때마다 혐오를 키워 국민들을 갈라치기하려 들 것입니다. 혐오를 껴안은 보수는 그 자체가 국가적인 불행임을 인식할 때입니다. 이번 선거로 드러난 연대와 저항의 불씨를 소중히 안고서 앞으로 어떻게 버틸지 생각해볼 때입니다. 이제 곧 지방선거가 돌아옵니다. 석패했지만 저항 세력의 결집을 어떻게 살려나갈지 고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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