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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명지대 파산 위기 원인, 사학 비리를 보는 우리의 시각

by 생각비행 2022. 2. 25.

박지성, 박보검 등의 모교인 명지대학교는 이른바 '인서울' 대학 중 하나로 나름의 입지가 있었습니다. 그런 명지대가 폐교될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원인은 땅장사였죠.

 

출처 - 뉴스토마토

 

2000년대 초 명지대학교, 명지전문대, 명지 초·중·고 등을 소유한 재단 명지학원은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한 실버타운 사업으로 판을 벌렸습니다. 명지 엘펜하임 실버타운은 9호 골프장이 딸린 이른바 상류층을 겨냥한 실버타운으로 대대적인 광고를 하며 투자자를 유치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노령인구 증가 추세를 보면서 돈이 좀 되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이 사업에 돈을 넣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입주할 때가 됐을 때 대대적으로 광고하던 골프장은 흔적조차 없고 셔틀이 없으면 오도 가도 못 하는 입지에 들어선 실버타운의 실체는 모두의 예상과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애초 계획과 동떨어진 결과물을 보고서 경악한 입주투자자들이 투자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명지학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입주자들은 명지학원을 고소합니다. 법원에 가자 대대적으로 광고했던 골프장은 인가계획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명백한 사기 분양에 해당했기 때문에 명지학원은 200억 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명지학원은 법원 판결마저 무시합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걸까요? 법적으로 대학법인은 재산 처분을 독자적으로 할 수 없고 교육부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교육부가 승인하지 않으면 아무리 법원 판결이 났더라도 집행할 수가 없는 겁니다. 명지대는 갖가지 비리에 얽혀 남은 재산이 부족한 상황이라 교육부 입장에서는 승인할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2011년 KBO 전 총재이기도 했던 유영구 명지학원 재단이사장은 사상 최대 사학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7년을 선고받았죠. 사학재단으로서 학교의 발달과 인재 발굴 등 공익 목적으로 사용해야 할 명지학원의 교비 727억 원을 빼돌려 사용하고 173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였습니다. 그런데도 유명구 이사장은 사학비리로 나빠진 형편을 학생들의 등록금을 올려 해결하려 했고, 동문회에 기부를 종용하는 등 말도 안 되는 행태를 벌인 탓에 당시 명지대 출신들의 성토도 줄을 이었죠.

 

출처 - 명대신문

 

확정판결을 받고도 투자금 4억 원을 돌려받지 못한 분양피해자 김 씨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94조에서 채권자가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는 조항과 민법 제77조의 법인이 파산 또는 설립허가의 취소로 해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즉 채권자이자 피해자인 김 씨는 채무자인 명지학원 파산 신청을 할 수 있고 파산이 되면 법인인 명지학원은 해산됩니다. 결과적으로 명지학원이 손을 뻗은 모든 사업과 돈줄인 명지대학교도 폐교 수순을 밟게 되겠죠. 결국 김 씨는 법원에 명지학원 파산 신청을 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신청이기에 법원은 명지학원을 파산시켜야 하지만 명지대학교를 비롯한 명지학원의 수많은 재학생과 직원 들의 생계를 고민하며 재산 처분 허가권자인 교육부에 대책을 주문합니다. 교육부는 2017년 규정까지 바꿔가며 명지학원의 파산을 막고 채권자들의 피해 금액을 돌려줄 방법을 찾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때 명지대는 5년에 걸쳐 138억을 보전하겠다고 계획을 제출합니다. 하지만 그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3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명지학원은 자기회생을 위해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법원이 명지대에 대한 회생절차를 중단하고 파산 선고 준비에 들어갑니다. 명지대는 점점 불리해집니다.

 

출처 - 조선비즈

 

지난 2월 15일 명지대 재단이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입학정원 감축 취소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기 때문입니다. 2017년 교육부에 제출한 138억의 보전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교육부는 매년 입학정원의 5%를 감축하도록 처분했는데요, 이때 명지학원은 교육부가 허가하지 않아 엘펜하임을 매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것이라며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대한 판결이 지난 15일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어 명지대가 패소한 것이죠.

 

출처 - EBS

 

파산 위기에 내몰린 명지학원은 다음 달 회생절차 재신청을 예고했습니다. 법적 절차 때문에 당장 파산, 폐교 절차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불안함은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명지대가 폐교한다면 학생들은 인근 대학으로 편입학을 해야 하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엘펜하임 실버타운 문제가 아니더라도 교육부에서 확인하고 명지학원이 인정한 부채 총액만 2400억 원에 달합니다. 명지대 부지와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하더라도 마련할 수 없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명지대를 제3자가 인수할 가능성도 낮죠. 부채 규모가 워낙 크고 학령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시점에 부채를 떠안고 학교법인을 인수할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까요.

 

출처 - 연합뉴스

 

이 모든 것이 사학비리로 귀결됩니다. 재단 이사장과 학교 법인의 미숙하고 방만한 경영의 참사를 등록금 열심히 내고 공부하던 학생들이 떠안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최소한의 사학법 개정조차 받아들이지 않은 사학 재단의 말로가 학생과 교직원의 눈물이라면 너무한 것 아닐까요? 

 

출처 - 좋은교사운동

 

그나마 지난해 8월 개정된 사학법과 시행령이 지난 2월 1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앞으로 사립 초·중·고에서 직원을 신규채용할 때는 공개전형을 해야 합니다. 채용 시 반드시 필기시험을 포함해야 하고 이를 시·도 교육감에게 위탁해야 합니다. 여태껏 시험 방법부터 채용까지 아무런 감시도 받지 않아 사학재단 학교에서 직원 채용과 관련된 비리와 갑질이 얼마나 판을 쳤는지 잘 아실 겁니다. 개정된 사학법과 시행령으로 임시이사가 파견된 사립학교 법인이 정상화 관련 소송을 진행할 때 국가가 소송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습니다. 이제 교직원 인사 등 이사회 운영과 관련한 분쟁이나 임원 등이 회계부정 또는 횡령한 금액을 회수하기 위한 소송 등에 대해서 국가가 비용을 지원합니다. 사학 법인의 기본재산 관련 소송 시 소송 절차가 개시된 때와 완결된 때 관할청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 조항도 신설됐습니다. 사학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어도 관할청이 해당 사실을 알 수 없어 제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적절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자문기구에 불과했던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기구로 격상됐습니다. 학교운영위는 학교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와 소통에 기초해 학교 교육을 하자는 취지로 설치된 기구입니다. 재단 마음대로 전횡을 일삼지 못하게 교육에 민주주의 원리를 도입한 것이죠.

 

출처 - 서울신문

 

이를 두고 사학 재단은 사학의 인사권을 박탈했다느니, 사학의 자율성을 훼손한 위헌적 처사라느니, 하며 지금도 성토하기 바쁩니다. 하지만 명지학원 사태로 명확히 드러났듯이 수십 년간 사학은 내부의 문제를 스스로 풀지 못했죠. 사립 중·고 교원의 임금이 거의 세금으로 지급되고 있고, 사립 역시 공립처럼 막대한 세금을 받아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심한 경우 이번 명지대처럼 법인전입금이 0%인 사학이 수두룩합니다. 사립대학 법인전입금 비율은 운영수입이 다양하게 구성된 정도를 말하는데, 0%라는 말은 사학재단인 명지학원에서 명지대학교로 들어가는 돈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야말로 국민의 세금과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으로만 버티고 있다는 거죠. 이렇게 운영하면서 재단이 학교의 주인인 양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 아닐까요?

 

출처 - KBS

 

파산 위기에 처한 명지대 사태를 보며 국민은 사학재단의 비리와 방만한 운영에 다시 한번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사람을 키우고 미래에 이바지한다는 교육에 몸담은 재단이라면 무엇이 학생을 위하는 길인지 진심으로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더 강력한 사학법 개정을 통해 사학 비리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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