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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메타버스 NFT 광풍, 과연 괜찮은가?

by 생각비행 2022. 3. 3.

게임 업체, 정부기관은 물론 대선 후보들까지 앞다퉈 내세우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메타버스'와 'NFT'입니다. 메타버스는 '어떤 것을 초월한, 더 높은'이란 뜻을 가진 단어 '메타'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를 합성한 말로, 지금의 현실을 디지털 세계까지 확장하여 현실을 초월하는 세계를 만들겠다는 웅대한 의미가 내포된 신조어입니다. 간단히 말해 현실에서 하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을 디지털 세계에서 현실과 다름없이 할 수 있게 구현하겠다는 얘깁니다. 

 

출처 - 온라인청년센터

 

또 다른 용어인 'NFT'의 정의와 개념에 관해서는 이미 소개한 바 있습니다. 예전 기사를 한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NFT – 새로운 예술인가, 투기의 대상인가?https://ideas0419.com/1186

출처 – 조선비즈

 

경제적 측면으로 볼 때 메타버스의 기세는 대단합니다. 지난 1월 18일 MS는 액티비전블리자드라는 게임 업체를 무려 687억 달러(82조 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같은 게임 제작사로 잘 알려진 기업이죠. 인수 가격이 워낙 천문학적인 숫자라 감이 안 오실 테니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지난 2012년 미국의 현대 신화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 루카스필름을 디즈니가 인수한 가격이 4조 원 남짓이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 영화계의 흥행 공식을 바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마블 인수 가격 역시 약 5조 원이었습니다. 이 정도 금액만 해도 어마어마한 수준인데, MS는 그 20배에 달하는 금액을 주고 게임회사 하나를 인수한 셈입니다. 게다가 이 거래는 빅딜의 흔한 거래 방식인 주식 교환 같은 방식이 아니라 현금 인수 방식이어서 사람들이 더 놀랐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MS가 이런 엄청난 빅딜을 한 이유는 팬데믹 기간 중 게임 회사의 가치가 폭등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메타버스 사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이었습니다.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빅딜 직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게임은 가장 역동적이면서 흥미로운 플랫폼"이라며 MS의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5분 동안 열린 이 콘퍼런스콜에서 경영진이 메타버스를 언급한 횟수가 무려 10번을 넘었습니다. 이미 인기 있는 IP이며 잘 짜인 세계관을 가졌고 자신의 아바타로 경제활동까지 하는 게임의 속성이 사람들을 쉽게 메타버스 세계로 몰입하도록 하는 관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MS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빅테크 기업들 또한 메타버스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아예 사명을 '메타'로 바꿨죠. 메타는 대표적인 VR 기업인 오큘러스를 인수해 페이스북 계정만으로 로그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가장 대표적인 메타버스 기업으로 알려진 로블록스에는 현실의 각종 명품 기업이 입점해 있는 상태입니다. 로블록스 세계 안에서 투자와 컨텐츠를 생산해내는 사람만 해도 이미 수백만 명 수준이라고 하지요.

 

출처 - 로블록스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이렇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보니 우리나라 게임 회사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기업들도 메타버스와 그 안에서 쓰일 NFT 아이템과 독자적 암호화폐를 내놓고 있습니다. 돈이 될 것 같다고 판단하고는 광풍에 올라타려는 거겠죠.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메타버스가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더 나은 세상으로 연결해줄 만한 특징이 있는 기술이냐는 겁니다. 메타버스 광풍과 함께 제기된 여러 비판적인 관점을 보면 좀 회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출처 - LINDEN LAB/세컨드 라이프

 

우선 메타버스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실체는 예전부터 존재하던 낡은 개념에 가깝습니다. '세컨드 라이프'라는 가상현실 플랫폼이 2003년 론칭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죠. 그러니까 사실상 메타버스는 20년이 넘은 낡은 개념인 셈이죠. 도토리라는 가상화폐로 경제활동을 하고 자신의 아바타를 꾸미고 사람들과 교류하던 싸이월드도 따지고 보면 메타버스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 온라인 쇼핑, SNS 등 이미 우리가 하고 있는 활동을 그저 새로운 형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적인 지적도 가능합니다.

 

출처 - YTN

 

코로나19라는 초유의 팬데믹 사태로 인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VR, AR 등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이 이전보다 획기적으로 발전하여 현실에 좀 더 가깝게 즐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메타버스 광풍이 불고 있다고 보시면 무방할 듯합니다. 그런데 무거운 헤드셋을 써야 하는 VR 기술 등은 사람들이 현실의 대부분을 디지털로 치환할 필요를 느끼게 하기까지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사실 네이버의 제페토를 비롯하여 메타버스라고 우기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이런 최소한의 장비마저 이용하지 않습니다. 20년 전 세컨드 라이프를 재탕하고는 메타버스라고 우기고 있는 셈이랄까요? 예전에 우리에게 충격을 안겼던 '스마트폰 혁명'처럼 그 이전과 확연히 구분되는 기술과 폼팩터의 등장 없이는 메타버스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메타버스와 관련해 학계와 산업계에서 명확히 도출된 정의가 없는 상태이다 보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불리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4차 산업혁명, AI, VR, AR, 유비쿼터스 등등 아무데나 갖다 붙이다가 어느 순간 흐지부지 되어버린 마케팅 용어들과 다를 바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의 메타버스 광풍의 큰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면 과연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관심을 계속 기울일까요? 2021년 주가를 바짝 올려 부자가 된 메타버스 기업 경영진이 휴가를 간 건 자기네 서비스 속 가상 휴가지가 아니라 진짜 지중해, 카리브해 같은 휴양지였다는 점에서 메타버스의 미래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요?

 

출처 - 디지털투데이

 

우리나라에서도 가상 부동산 메타버스 플랫폼이라는 세컨서울, 독도버스 등이 등장해 서울을 수만 개의 타일로 나눠 NFT로 발행했는데 24시간 만에 완판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번 돈으로 경영진은 세컨서울의 가상 부동산을 살까요, 아니면 진짜 강남 빌딩을 살까요? 메타버스의 미래가 확실하다면 웃돈을 주고라도 본인들부터 가상 부동산을 살 텐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메타버스가 현실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영진조차 메타버스에서 번 돈으로 누구보다 현실 생활을 충실하게 하는 모습을 보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출처 - 머니투데이

 

아무리 그래도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이 돈을 쏟아붓고 있으니 아무튼 메타버스가 돈이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런데 메타버스와 NFT의 허상을 폭로하는 듯한 사건들은 이미 벌어지고 있습니다. 회사명을 메타로 변경하면서까지 메타버스에 전력했던 구 페이스북은 지난 2월 3일 주가가 26% 폭락하며 하루새 시총이 278조 원 증발했습니다. 미 증시사상 최악의 폭락이라고 하죠. 눈에 보이는 이뉴는 2021년 4분기 실적 부진이었다고 하지만 진짜 원인은 틱톡 급부상으로 인한 이용자 정체와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메타의 증강현실 사업부인 리얼리티랩스는 연간 순손실이 102억 달러(12조 원)로 전년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광고 실적 역시 부진합니다. 메타가 자신의 메타버스를 위해 개발을 추진 중이었던 가상화폐 디엠(Diem)도 좌초 위기에 처해 투자자들에게 출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자산 매각을 고려 중이라고 하죠.

 

출처 - 이투데이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대선 후보들은 AI 후보를 내세우고 메타버스를 띄우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얼토당토않게 메타버스를 주워섬기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말까지 서울시의 자체 메타버스인 메타버스 서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메타버스 서울에서 하는 게 대체 뭘까요? 가상 보신각 타종, 가상시장실, 서울캠퍼스타운 등 서울시의 기업지원시설과 서비스 등을 메타버스 안에서 구현하겠다는 겁니다. 민원번호인 120 역시 메타버스120센터를 설치한다고 하고, 이전에 민원실을 찾아 처리할 수 있었던 민원, 상담을 메타버스에서 하겠다고 합니다.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우리나라는 각종 세금과 민원, 증명서 발급 등을 이미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다 처리할 수 있죠. 전자정부는 이미 가동 중이죠. 이미 다 하고 있는 걸 메타버스라는 포장지만 씌워 눈 먼 세금을 꽂아주려고 하는 꼴을 보자니 한숨부터 나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체 메타버스를 구축하겠다면서 예산으로 39억 원을 쓰겠답니다. 메타버스 서울이 우리 삶을 얼마나 더 좋게 만들어줄지 당최 모르겠습니다.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조차 수십 조 단위의 돈을 쏟아붓고서 메타버스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을 겨우 손에 넣었다고 하는 판국인데 겨우 39억 원으로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출처 - 매일경제

 

언론에서 대서특필하는 NFT도 우려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월 13일 언론은 국내에서 캣슬이란 명칭으로 운영된 NFT 프로젝트 운영자들이 투자금을 먹튀한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캣슬은 세계 최대 규모의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시에서 한때 세계 2위에 오르고 클레이튼 NFT 마켓에선 6위까지 기록하며 완판되었던 프로젝트입니다. 프리세일 당시 최고 5만 원까지 거래됐던 캣슬 NFT 가격은 현재 4000원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솔라이프, TBK 등 NFT 먹튀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만도 한두 건이 아니죠.

 

출처 - 매일경제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생각해봅시다. 스타크래프트를 하다가 특정 맵의 땅을 샀습니다. NFT로 그 지역은 당신 땅이라는 증서도 받았다고 해보죠. 가격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여 기분이 좋았는데 어느 날 경영진이 먹튀하는 바람에 게임 회사가 망해버렸습니다. 그럼 당신 손에 뭐가 남습니까? 회사가 망하는 예는 너무 극단적이라고요? 그렇다면 평범한 게임회사처럼 후속작이 나왔다고 해보죠. 스타크래프트 2가 나왔다고 당신이 1에서 산 땅의 권리를 그대로 인정해줄까요? 그럴 리 없죠. 별도로 다시 한번 팔겠죠. 더 화려한 그래픽으로 만든 땅이라는 프리미엄을 붙여서 더 비싸게 말입니다. 사람들은 화려한 그래픽 기술을 동원해 만든 새 땅에 끌리지 당신의 예전 게임의 땅에 관심을 보일까요? 더군다나 NFT는 온전히 당신 것도 아닙니다.

 

출처 - 이투데이

현재 법률상 발행한 업체의 재량이고 회사 청산 시 채권자들이 NFT로 발행한 모든 것들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됩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NFT는 땅문서도 소유권 증명서도 아닙니다. NFT를 발행 중인 업체들의 약관을 봐도 이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말 좋게 생각해서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혁신적인 신기술과 각종 환경이 결합되어 메타버스의 신세계가 펼쳐질 날이 올 수도 있을 겁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앞으로 끝없이 돈을 쏟아부으면 뭔가 일어날지 모를 일이죠. 하지만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 볼 때 대다수 메타버스와 NFT는 암호화폐와 같은 폰지사기에 불과합니다. 초창기에 투자한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수익을 내기도 늦었습니다. 그래도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차라리 강원랜드에 가서 도박을 하는 편이 나을 겁니다. 같은 투기 도박판이라도 강원랜드에 가면 만질 수 있는 칩이라도 있고 낮은 승률이지만 돈을 벌 가능성은 있으니까요. 메타버스와 NFT의 허상을 잘 파악하여 어려운 시기에 더 어려운 일을 겪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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