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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외신이 보도한 역대급 비호감 대선, 그래도 투표해야 하는 이유

by 생각비행 2022. 2. 17.

야당인 국민의힘과 대선 후보 윤석열의 말이 갈수록 저렴(!)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 전날인 지난 2월 14일 국민의힘 후보 윤석열은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 예산에서 분리해 별도 편성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 가능성을 시사한 사법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사실상 검찰공화국을 천명했습니다. 시민 통제와 선출 권력을 무력화시켜 민주적 통제장치를 우리나라 민주주의에서 지워버리겠다는 이야기였죠. 실로 충격적인 공약인데요, 이보다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이런 무거운 내용을 발표한 공약집에 담긴 '참으로 저렴한 여성혐오 표현'이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38페이지에 이르는 설명 자료 중에서 경찰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11월 인천 층간소음 사건을 언급하며 "위 사건 발생 전에도 경찰관이 '오또케' 하면서 사건 현장에서 범죄를 외면했다는 비난"을 언급했습니다. '오또케'는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성 경찰을 범죄현장에서 도망가는 존재로 낙인찍고, 넓게 보아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여성을 조롱하는 지극히 여성혐오적인 단어입니다. 지난해 GS25 손가락 모양 사태 때도 일부 남성 점주가 "오또케오또케하는 분은 지원하지 마세요"라고 조롱하는 구인 광고를 걸어 큰 논란을 야기한 바 있죠.

 

출처 - MBC

 

작년 12월 경찰 내부에서 '성평등 경찰 혐오를 넘어선 협력으로'라는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서울대 추지형 사회학과 교수는 경찰청 의뢰로 남녀 경찰관을 대상으로 초점집단 면접조사(FGI)를 실시해 "오또케로 상징되는 여경혐오 담론이 여성은 물론 남성 경찰관들의 직무 몰입이나 헌신도를 떨어뜨려 경찰행정서비스 질을 저하시킨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오또케가 여성비하 표현이 아니라며 변명하기 바빴습니다. '오또케'가 여성혐오 표현임은 물론 경찰행정의 질을 낮춘다는 평가까지 나온 마당에, 이런 표현을 아무 생각 없이 대선 후보의 공식 자료에 반영한 것을 보면 국민의힘은 물론 윤석열 후보한테서 젠더 의식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여성혐오와 관련한 국민의힘과 윤석열의 망언은 한둘이 아니죠.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입니다. 윤석열은 성평등 정책 주관 부처인 여성가족부를 없애는 대신 인구감소 문제를 다룰 부처를 만들겠다고 했죠. 성범죄 피해자 중 무고죄로 기소된 비율이 0.78%로 1%도 되지 않는데 성폭력처벌법에 무고죄를 신설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더해 지난해 8월에는 페미니즘이 악용돼 남녀 간 건전한 교제를 막는다고 하더니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이건 무식한 수준이 아니라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봐야겠지요. 혐오를 선동하는 윤석열의 행보에 대해 이른바 이대남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해석이 많이 나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이대남의 피해의식을 자극하는 우익 포퓰리즘으로 표를 얻겠다는 선동인 셈이죠.

 

출처 - 트위터

 

야권 후보의 이런 여성혐오적인 발언은 외신들까지 주목하여 보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4일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CNN 방송에서 한국의 반페미니즘 주장이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출처 - CNN

 

‘한국의 놀라운 반페미니스트 운동’이라는 제목으로 다룬 기사에서 자료 화면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의 사진을 사용하며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남성의 권리를 신장해야 한다는 운동이 나오고 있다. 남성인권신장운동은 온라인에서 부채질되고 윤석열 및 우파 정치인들의 기회주의적인 구애를 받으며 커지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20대 남성의 79%가 자신들을 심각한 성차별의 피해자로 느끼고 있다는 조사에 대해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한국은 2020년 기준 선진국 중 성별 임금 격차가 31.5%로 가장 크고 상장사 여성 임원 비율이 5%밖에 안 되는 나라라면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GS25 손가락 사태처럼 비합리적인 근거들로 남성혐오를 주장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대선 후보와 그 지지자인 이대남들에게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한편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대선과 관련해 "추문과 말다툼, 모욕으로 얼룩진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면서 민주화 이후 35년 역사상 가장 불쾌한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출처 - 워싱턴포스트

 

여기에 더해 지난 13일 영국의 《더타임스》는 한국의 여야 유력 대선 후보와 가족들을 둘러싼 의혹을 전하며 "한국은 'K팝', 오스카상 수상,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전 세계에서 호평받은 문화를 수출한 나라인데 2022년 대선 캠페인에서는 영화 <기생충>보다 더 생생하게 엘리트들의 지저분한 면모를 보여주는 쇼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토론은 없고 부패와 부정, 샤머니즘 등이 선거를 집어삼켰다는 분석을 덧붙여서 말이죠. 조지워싱턴대학교 한국학연구소의 다시 드라우트 교수는 한국의 이번 대통령 선거는 "차악을 뽑는 선거"라고 했습니다. 이번 대선 캠페인은 연령, 성별, 계층 등으로 유권자 분열이 극심한 가운데 차악을 뽑을 수밖에 없는 선거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져 있어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유권자들이 선거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외신조차 한국의 대선을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보도하지만 우리가 저들처럼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일이니까요. 지난해 12월 12일 2030 여성 유권자들이 모인 ‘2022 여성혐오 대선 규탄시위 샤우트아웃(SHOUT OUT)’은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여성혐오 대선 규탄’ 집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반페미니즘, 포퓰리즘 정치를 멈춰라”라고 촉구했습니다.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선글라스를 쓴 2030 여성들이 여야 대선 후보의 반여성주의적 공약을 비판하는 시위를 한 겁니다. 이들은 "오늘, 우리의 존재는, 여성혐오를 이용하는 남성 정치인들에게 나랏일을 맡길 수 없다는 선언이며, 여성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성명입니다. 여성들은 더 이상 혐오를 양산하는 정치권에 대해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20대 여성들은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능동적인 사회변화의 주축이 되어 왔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지평선을 열 핵심적인 열쇠를 여성 유권자들이 쥐고 있음을 새겨주십시오."라고 뜻을 밝혔습니다.

 

출처 - 샤우트아웃 / 여성신문

 

우리는 과거 이명박이 당선된 선거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여파는 아직까지도 우리 삶에 족쇄로 드리워 있고 각종 혐오에 기반한 프레임이 그때 싹을 틔웠죠. 대통령 선거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환멸의 정치에 지지 말고 우리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 생각하고 투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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