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드라마 촬영 도중 동물학대로 동물이 죽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제작 현장에서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낙마 장면을 찍는 과정에서 드라마 제작진은 별다른 안전 장구 없이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고 달리는 도중 강제로 넘어뜨렸습니다.
출처 - 더팩트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월 20일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동물학대를 규탄한다는 글과 함께 촬영 현장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장면은 <태종 이방원> 7화에 나온 장면으로 주인공 이성계(김영철 분)가 말을 타고 가던 중 낙마하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동물보호단체와 시청자들은 동물학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CG가 없던 시절처럼 말의 발목을 낚싯줄로 휘감아 채는 구시대적 방법으로 연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그 의구심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동물자유연대
낙마 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말은 머리부터 땅에 처박혔습니다. 쓰러진 말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타고 있던 스턴트맨 역시 바닥에 부닥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별도의 안전장치 없이 일반적인 보호장구만 착용한 스턴트맨은 잠깐 정신을 잃었고 다치기까지 해서 촬영이 중단됐다고 합니다. 확인 결과 이 장면에 동원된 말은 일주일 후에 죽었다고 합니다.
출처 - KBS
수신료를 올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공영방송 KBS의 대표 드라마 촬영 현장이 이토록 전근대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시청자가 많았습니다. 공영방송이 동물을 활용해 촬영할 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이 촬영하고 있다는 데 분개하는 분도 많았죠. 드라마 관계자들은 불필요한 촬영신인데 굳이 저렇게 찍은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스턴트맨이 말에서 떨어지는 모습만 보여주거나 편집을 통해 사람이 떨어지는 것처럼 연출하는 등 안전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칫 말과 사람 둘 다 죽을지도 모를 위험천만한 촬영 방법을 강행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무술감독은 낙마는 스턴트맨 입장에서도 가장 위험한 촬영신이라며 최근에는 CG로 대체하는 등 지양하는 분위기인데 공영방송인 KBS가 왜 무리한 촬영을 강행했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와 같은 관행이 드라마 업계에 비일비재하다는 폭로도 불거졌습니다. 스턴트 촬영에 동원된 말이 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제작사와 방송사가 촬영을 진행하다 말이 죽거나 부상할 경우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내세워 말 임대 업체와 계약해왔다는 겁니다. 촬영 현장에 동원된 말들은 대개 노쇠한 말이거나 경제적 가치가 낮은 말이어서 함부로 굴렸다고 하는데요, 이건 명백한 갑질 계약일 뿐만 아니라 생명을 경시하는 가혹한 처사입니다.
출처 - KBS
문제가 불거지자 KBS 측은 낙마 장면을 촬영한 말이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넣은 사과문을 올렸지만 시청자의 분노를 피해 갈 길은 없었습니다. KBS가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식으로 안이하기 짝이 없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말 그대로 이해하자면 이번에 안 들켰다면 앞으로 계속 이렇게 찍었을 거라는 얘기 아닌가요?
지금까지 해오던 촬영 방식은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한 동물보호법을 위반하는 명백한 동물 학대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많은 영상물 크레디트에 "등장한 동물들은 어떤 해도 입지 않았습니다"라는 문구를 괜히 넣는 게 아닙니다.
출처 - SBS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공영방송 촬영 현장에서 동물을 대우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사람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죠.
출처 - 제주의소리
지난 2월 9일 국회에서 위성곤 국회의원실, 동물자유연대, 생명환경권행동제주비건 공동 주최로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최근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과정에서의 퇴역 경주마 사건은 사회적 무관심과 방치 생명경시 풍조가 빚어낸 참사"라며 학대에 가까운 경주마 관리, 2∼3년 단기간 집중적인 혹사, 퇴역 후 방치 등 말의 전생에 걸쳐 마지막 한 방울까지 이윤 창출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동물을 이용해 벌어들인 수익은 동물에게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며 고충을 토로하기에 앞서 마사회가 담당 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출처 - humanehollywood.org
이제는 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협조를 얻어 적용하길 바랍니다. 그래야 사람에 대해 그 이상의 안전을 보장해내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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