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1일 누리호 발사로 대한민국은 우주개발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KSLV-II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인 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제작한 3단 발사체였죠. 엔진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여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출처 - 뉴시스
최종 목표였던 위성 모사체 궤도 안착은 비록 실패했지만 1.5톤 위성 모사체를 700km 이상 저궤도까지 견인하며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갖춘 발사체를 쏘아 올렸으니 사실상 성공에 버금가는 뜻깊은 일입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세계 7대 우주강국의 꿈을 이루기 위한 초석을 놓았습니다. 지금까지 발사체를 만들어 쏘아 올릴 수 있는 독자 역량을 보유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9개국뿐입니다. 1톤급 이상 실용위성을 싣고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 미국, EU, 중국, 일본, 인도까지 6개국에 불과하죠. 발사체를 쏘아 올릴 수 있는 9개국 가운데 이스라엘, 이란, 북한은 300kg 이상을 쏘아 올리지 못합니다.
출처 - KBS
발사체 기술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라서 국력이 강한 나라라고 하더라도 시행착오를 거쳐 현 상태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기술 개발 속도가 매우 빠른 편입니다. 1950년대부터 이뤄진 전 세계 로켓 발사 역사에서 첫 시도에 성공할 확률은 3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러시아 기술을 빌린 나로호도 3차 시도에 성공한 전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누리호 발사는 전 공정을 국내 기술로 완성했음은 물론 첫 발사부터 성공과 진배없는 성과를 거두었으니 참으로 비약적으로 기술 진보를 이뤄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외신들은 한국이 자체 개발 로켓인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는 소식을 긴급 타전했습니다. AFP는 한국이 기술 선도국으로 성장했지만 우주비행 분야에선 뒤쳐졌는데 이번 성과로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 인도, 북한에 이어 위성 발사 기술을 갖춘 국가가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BBC 역시 누리호 발사 직후 속보를 내어 한국이 우주로 로켓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린 7번째 국가가 됐다고 소개하면서 최종 위성 안착에는 실패하여 절반의 성공이었다는 점을 아쉬워했습니다.
출처 - KBS
누리호는 약 12년간 2조 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갔는데요, 국내 300여 기업과 800여 명이 부품 37만 개를 조립해 만든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개발 비용이 2조 원이나 들었다니 엄청난 액수로 보입니다만, 일본의 경우 발사체 한 대당 투입인력이 3000명 수준이고, 미국과 러시아의 경우 2만 명 규모입니다. 인력이 많이 들어가니 예산 또한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준이 아닙니다.
출처 - 조선일보
세계 주요국의 우주개발 예산을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적은 예산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10월 22일 발간한 <세계경제 포커스 - 우주 탐사 및 개발의 국제협력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예산은 7억 2200만 달러이고, GDP 대비 비중은 0.04%라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를 보면 누리호 개발은 좋게 평가하자면 굉장히 효율적이지만 나쁘게 평가한다면 숱한 사람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시간과 열정을 갈아넣은 결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완벽한 성공을 위해 제대로 된 지원과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 HelloDD.com
출처 - 머니투데이
출처 - HelloDD.com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1일 누리호 발사를 본 뒤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진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에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해 보완하면 내년 5월에 있을 두 번째 발사에서는 완벽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아울러 다음 달(11월)부터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이 과기정통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되어 민관의 역량을 결집해 세계적 우주기업이 탄생하도록 정책적,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출처 - 연합뉴스
내년 5월 예정된 2차 발사 때는 1.3톤의 더미와 200kg의 성능 검증 위성을 탑재합니다. 그 이후에는 누리호의 성능 향상과 상용화 모색을 위해 2027년까지 네 차례 추가 발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1차 반복발사에서 누리호에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실립니다. 2024년에 2차 발사를 할 예정이며, 이때에는 차세대 검증위성 3호와 초소형위성 1호를 탑재하게 됩니다. 2026년(3차)부터는 검증위성 대신 실전 배치형 위성만 탑재합니다. 그러니까 바로 이때부터 본격적인 K-위성시대가 열리는 셈입니다. 3차 반복발사에는 초소형위성 2~6호 등 5기가 동승 발사됩니다. 반복발사의 마지막인 4차 발사 때는 초소형위성 7~11호 등 5기가 함께 탑재됩니다.
출처 - 뉴스핌
출처 - 한국일보
대한민국이 본격적인 위성 시대로 들어서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위성항법체계(KPS) 구축에도 힘이 실릴 예정입니다. 지난 10월 20일 정부는 15차 유엔 국제위성항법위원회(ICG)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발사체인 누리호를 활용해 원할 때 위성을 지구 궤도상으로 쏘아 올릴 수 있게 되면 위성을 활용한 통신 등 다양한 신산업이 열리게 되겠죠. 2030년에는 누리호로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린다는 구상까지 하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미국 주도로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가해 내년 8월 달 궤도선을 발사할 예정이라고 하죠. 한국형발사체(누리호)는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기대를 안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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