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1일부터 서울 시내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있는 모든 도로에서 차량 주정차가 전면 금지됐습니다. 지난 5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도로변에 황색 실선이 없더라도 어린이 보호구역에선 모든 주정차 차량이 단속 대상입니다.
출처 - MBC
개정 전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라도 별도로 주정차 금지 장소로 지정돼 있지 않으면 합법적으로 주정차를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난 21일 이후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는 기본적으로 주정차 금지이며 시·도 경찰청장이 안전표지로 허용하는 구역에서만 정해진 시간에 한해 어린이 승하차를 위한 주정차만 가능합니다. 먼 거리를 통학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아이들을 배려한 조치입니다. 어린이 통학차량 안심 승하차 존은 서울 전체 1741개 어린이보호구역 중 201곳에서만 먼저 운영되기 때문에 학부모와 보호자는 해당 학교 안내문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출처 - 경찰청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정차 위반은 일반 도로보다 과태료가 세 배가량 높아졌습니다. 승용차에는 12만 원, 승합차에는 13만 원이 부과되죠. 기존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운전면허 정지 또는 취소 처분을 받은 운전자만 의무적으로 특별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했지만 앞으로는 벌점만 받아도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서울시는 경찰과 함께 집중 단속을 벌여 위반 차량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즉시 견인할 방침입니다. 서울시는 24시간 무인 단속 카메라를 확대 설치하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모든 노상주차장도 점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출처 - 시사IN
경찰은 지난 5월부터 시행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처벌 강화와 더불어 주정차 중인 차량으로 인해 운전자 시야가 가려져 발생하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인데도 주정차 차량에 가려 갑자기 튀어나오는 어린이를 욕하며 '민식이 놀이' 운운했던 개념 없는 정치인과 운전자들은 이제 핑계 댈 여지가 없습니다. 지난 6월 일부 초등학교에서 가정에 민식이법 놀이 방지 관련 공문을 보내는 일이 있었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자신의 SNS에 "스쿨존 내 어린이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본래 입법 취지와 다른 문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주장은 근거 없는 민식이법 흠집 내기에 불과합니다.
출처 - 시사IN
서울시 경찰청에 따르면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난 1년간 서울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망 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반 사고 건수도 2019년 114건에서 2020년 62건으로 45% 감소했습니다. 반면 전국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율은 2019년 6%에서 2020년 21%로 급등했습니다. 보호구역 내 교통신호기도 2019년 81%에서 2020년 89%로 상당수 늘었고요. 그동안 과속단속카메라, 과속방지턱, 안전펜스 등 시설물 설치는 어린이 보호구역의 의무사항이 아니었고 예산도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명칭이 생긴 지 25년 만에,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긴 하지만, 민식이법이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합니다.
출처 - 시사IN
당연한 변화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미 시작된 정책과 법령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살펴야 하는 것도 과제겠지만, '민식이법 때문에 억울하게 당했다'는 운전자의 마인드를 변화시키기 위해 면허 취득 단계부터 지속적인 교육도 필요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보행자 우선원칙'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 될 수 있게 말이죠. 여기서 잠깐 민식이법 때문에 운전자들이 터무니없이 당하는 사례가 정말로 빈번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형사법의 신동향》
지난 3월 31일 대검찰청이 발행하는 《형사법의 신동향》 통권 제70호에 <특가법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에 관한 판결 분석과 교통조사 실무대응 - 신설시행 1년간 선고된 하급심 판결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이 실렸습니다. 《시사IN》 통권 734호 '스쿨존 너머' 특집기사에서 이 논문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25일부터 1년 동안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13에 규정된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 가중처벌(이른바 '민식이법')이 적용된 하급심 판결 25건을 분석한 결과 14건이 집행유예형, 10건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단 한 건이었습니다. 무면허 상태의 H 씨(40)가 의무보험도 가입돼 있지 않은 차량을 시속 40㎞로 운전하다가 횡단보도 위에서 7세 어린이를 다치게 한 뒤 동승자와 짜고 운전 사실을 은폐하려 시도한 사건이었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무면허, 과속, 운전자 바꿔치기 범죄를 저지른 운전자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이것이 운전자들이 그토록 공포에 떨던 민식이법 형량의 최대치입니다. 그러니 이제 교통사고를 당했거나 당할 뻔한 길 위의 아이들을 '초라니', '시한폭탄', '자폭맨', '도로 위의 흉기' 등으로 부르며 민식이법을 공격하는 행위는 그만둬야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오히려 어른이 할 역할은 불법 주정차가 많은 지역에 공용주차타워나 공영주차장을 설립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만큼은 그 무엇보다도 어린이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시민 모두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아이들의 보행 안전에 사회적 계층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 스쿨존 너머
《시사IN》은 '스쿨존 너머'라는 인터넷 특별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3세 이하 아동 인구 수와 매해 사고 건수를 분석하여 매해 '1만 명당 사고 발생 건수'를 구한 뒤 10년 치 평균값을 낸 자료가 소개되어 있는데요, 아이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에 따라 보행 안전에 계층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서울특별시 사례만 소개했습니다만, '스쿨존 너머' 사이트에서 여러분이 사시는 곳의 상황은 어떠한지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출처 - 시사IN
동생을 잡고 길을 건너던 아이가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늦추지 않은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그 아이는 반사적으로 동생을 밀쳐 살렸습니다. 그때 세상을 떠난 아이가 김민식, 7살이었습니다. 고 김민식 군의 죽음 없이 우리가 아이들의 보행 안전에 대해 깨달았으면 좋았으련만, 뒤늦게나마 인식과 제도가 개선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민식이법'을 비판하거나 아이들에 대한 혐오를 전개할 때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의 등굣길이 더 안전해지도록 모두가 힘을 모을 때입니다. 통학로 개선은 개인의 힘만으로 바꿀 수 없고 학교, 학부모, 경찰, 지자체 등 여러 주체가 협력하고 연대해야 가능합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전면 금지는 그 시작입니다. 불편함을 호소하기에 앞서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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