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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IAEA 의장국 선출된 한국, 국내 핵 시설 관리부터 제대로 해야

by 생각비행 2021. 10. 4.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간 보고 있는 일본에서 최근 더 큰 방사선량이 측정되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일본 정부가 스스로 한 검사에서 말입니다.

 

출처 - SBS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조사팀이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2호기 옥상을 통해 방사선량 측정기와 카메라가 장착된 로봇을 투입해 방사선량을 조사했습니다. 핵발전소 옥상에 진입하기 전부터 고선량임을 알리는 경보기가 울려 퍼졌습니다. 핵발전소 격납 용기 상단은 노심에서 나오는 방사성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지름 12m, 두께 60cm짜리 철근 콘크리트 뚜껑을 세 장이나 겹친 상태인데도 그렇다고 하죠. 가장 바깥쪽 뚜껑 하나에 7cm 깊이 구멍을 내고 측정한 결과 시간당 1.25Sv라는 방사선량이 확인됐습니다. 일본 당국은 애초 뚜껑 가장 안쪽 방사선량이 시간당 10Sv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10Sv만 해도 한 시간 머물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방사선량입니다. 그런데 가장 겉 부분에서 시간당 1.2Sv가 측정됐으니 안쪽 방사선량은 시간당 수십Sv에 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 조사로 드러난 사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상태가 생각보다 손대기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뚜껑 한 장만 해도 150톤이나 되고 사람이 접근하기조차 어려워 앞으로 30년으로 잡고 있는 폐로 계획 전체를 재검토해야 할 판입니다.

 

출처 - JTBC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문제와 방사선 문제만 조심하면 될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전국에 있는 핵발전소 관리 실태가 정말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JTBC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모든 원전에서 콘크리트 속에 있어야 할 철근이 밖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하죠. 더구나 핵발전소 콘크리트 벽 속에 수백 개의 구멍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지난해까지 가동하던 핵발전소인데도 그렇습니다.

 

출처 - JTBC

 

전국 25기 모든 핵발전소에서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한 기당 적게는 2곳, 많게는 299곳에서 철근이 노출돼 있었습니다. 꽉 채워져 있어야 할 콘크리트 벽에 공극이 있는 문제도 심각했습니다. 16기 핵발전소에서 341개의 구멍이 발견된 겁니다. 핵발전소를 짓는 동안 감리 과정에서도, 가동을 앞둔 준공 검사에서도, 이후 정기점검에서도 이런 부실을 없었던 것처럼 넘겼습니다. 시공사는 물론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 각종 검사를 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전 안전을 책임지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중 제 역할을 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출처 - JTBC

 

지난 2017년 한빛핵발전소 부실시공 논란 직후 부랴부랴 조사해 최근 들어서야 전국 모든 핵발전소에 부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자담보 책임기간뿐 아니라 손해배상 기간이 이미 지났다는 겁니다. 준공 이후 하자담보 책임 기간이 5년, 민법상 손해배상 기간이 10년인데, 놀랍게도 이 기준이 아파트나 핵발전소나 똑같다고 하죠. 크나큰 위험을 안고 있는 핵발전소 건물이 일반 주택과 같은 기준이어도 괜찮다고 보십니까? 결국 부실시공된 철근을 덮고 콘크리트 구멍을 메우는 데 지난해 1985억, 올해 2131억 원의 세금이 들어갔습니다. 부실시공으로 아낀 돈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원전 마피아들끼리 해먹은 게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이 과학기술은 신뢰해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은 못 믿겠다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죠.

 

출처 - IAEA

 

지난 9월 27일 우리나라는 IAEA 만장일치로 차기 IAEA 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세계 핵 문제를 다루는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 의장국이 된 것은 1957년 회원국 가입 이래 64년 만에 처음입니다. 매년 순번에 따라 8개의 지역별 그룹이 해당 연도에 자신의 그룹에서 한 국가를 추천하면 IAEA 이사회가 선출하는 방식인데요, 173개의 회원국에 8년에 한 번씩 기회가 돌아오는 셈입니다. 우리나라가 속한 극동그룹에서는 지난 일곱 번 중 여섯 번의 기회를 일본이 독점했습니다. 그중에 한 번 베트남이 의장국이 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본이 의장국 지위를 독점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한 꼼수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우리나라의 IAEA 분담금 기여 수준은 세계 11위에 해당합니다. 의무 분담금 외에도 매년 기술 협력 기금으로 약 200만 달러(약 23억 5500만 원)를 내고 있다고 하죠. 또한 핵방사성 테러 방지를 위한 핵 안보기금에 지난 20년간 1000만 달러 이상을 기여했습니다. 올해 신규로 출범한 'IAEA 코로나19 대응 사업'에도 100만 달러를 기여할 예정입니다. 이런 기여도를 보면 우리나라가 IAEA 이사회 의장국이 된 건 뒤늦은 감이 있습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35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북한과 이란 핵 문제 등 핵 검증을 비롯한 실질 사안을 논의, 심의할 뿐만 아니라 핵안보, 기술 응용 등 IAEA의 실질 사안을 논의하고 심의하는 의사결정기관입니다. 그동안 의장국이 되지 못했다가 이 시점에 우리나라가 IAEA 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된 의미를 생각해볼 때입니다. 이제 우리는 북핵 문제나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등 심각한 현안을 다뤄야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갈등의 요소가 다분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의장국이 된 데에는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죠. 미국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인정한 바 있죠. 그러니 자기네 책임을 뒤로 미룬 채 이제 한국이 IAEA 의장국으로서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라는 꼼수를 부린 게 아닐까요? 또한 미국 입장에서 핵확산금지조약 준수에 대한 의무를 한국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의도도 컸을 것입니다. 비핵화 없이 대북 제재를 풀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데 한국을 이용하겠다는 것이죠. 

 

출처 - 충청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탈핵과 에너지 전환 공약을 강조하고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정책은 후퇴했고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 보면 진전된 것은 거의 없습니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관점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기후 정책은 낙제점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습니다. 에너지 민영화, 자유화 정책 기조로부터 방향 전환이 없었다는 점에서 에너지 산업의 구조를 그대로 두고 지엽적인 대응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한 것입니다. 여기에 가짜뉴스를 쏟아낸 언론도 한몫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으로 전기료가 올랐다는 가짜뉴스를 끝없이 재생산했기 때문이죠.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해도 모자랄 판에 언론은 장기적인 산업용 전기요금 문제, 재생에너지 전력 단가, 친환경 등의 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채 '전기요금 폭등'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국민을 끊임없이 위협할 뿐이었습니다.

 

출처 - 아이엠피터

 

한국이 IAEA 이사회 의장국이 된 시점에 묻고 싶습니다. 국내 핵 시설의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태, 그러니까 집 안에 있는 바가지가 질질 새는 채로 중차대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요? 원전 마피아에 대한 제대로 된 감시와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때입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에너지 관련 책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번 논의를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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