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 78년 만에 고국에서 잠들다

이번 광복절에 뜻깊은 일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봉오동 전투를 대승으로 이끈 항일무장 독립운동가인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대한민국으로 봉환된 일입니다. 구 소련의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정책으로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한 뒤 병원 경비, 극장 수위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홍범도 장군은 1943년에 별세하셨는데요, 그 후 78년 만에 고국 땅에서 영면하실 수 있게 된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홍범도 장군은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의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이 때문에 사망 8주기인 1951년 10월 25일 고려인 인사들과 전우들이 홍범도 장군 분묘수리위원회를 조직하여 성금을 모아 분묘 주변에 철벽을 쌓고 철로 된 비를 세웠다고 합니다. 고려인들은 홍범도 장군을 사후에도 계속 기려왔기에 아무리 고국일지언정 유해를 떠나보내기를 망설였습니다. 애초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을 위한 노력을 먼저 시작한 건 북한이었습니다. 홍범도 장군이 북한 출생인 만큼 북한으로 모셔야 한다는 것이었죠. 1993~1994년쯤 유해를 봉환하겠다며 카자흐스탄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고려인 사회가 북측으로 유해 봉환을 거부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그 직후 우리나라는 1994년 묘소를 조사하고 카자흐스탄 정부 측과 유해 봉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습니다. 1996년부터는 우리나라 국가보훈처와 기업들이 홍범도 장군 묘역 정비사업 지원에 나섰고 2017년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 관계자들과 면담하며 유해 봉환을 논의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2019년 중앙아시아 순방 당시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을 추진했고, 카자흐스탄 정부는 자국 대통령의 방한과 함께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보내겠다고 협의를 마쳤습니다.

 

출처 -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삼일절에 이 소식을 최초로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방한이 미뤄졌습니다. 결국 1년여 지난 이번 광복절에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죠. 홍범도 장군이 돌아가신 지 78년 만이며, 우리 정부가 유해 봉환을 시도한 지 30년 만에 이룬 결실입니다.

 

출처 - MBC

 

독립한 조국으로 돌아오는 독립투사를 위해 정부는 최고의 예우를 보였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봉환하는 비행기를 호위하기 위해 공군은 F35A, F15K 등 공군의 모든 전투기 기종을 투입했습니다.

 

출처 - MBC

 

광복절에 카자흐스탄에서 봉환된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지난 18일 오전 10시 30분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3묘역에 안장됐습니다. 3200여 명의 동료 애국지사가 잠든 곳입니다. 안장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여야 대표, 국가보훈처장,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각군의 참모총장, 해군 잠수함인 홍범도함의 함장, 광복회장 등 많은 사람이 참석했습니다.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의 안장식은 '독립군'들의 노래가 울려 퍼지며 국가원수급 최고 예우인 21발의 조포를 발사하는 가운데 치러졌습니다.

 

출처 - 뉴스포인트

 

홍범도 장군은 1922년 일제강점기 식민지 대표 자격으로 모스크바 회의에 참석하면서 자신의 직업을 의병으로, 참가 목적을 조국의 독립이라고 적은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이었습니다. 홍범도 장군에게 최고 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서훈되었습니다. 하관식에서는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카자흐스탄 현지 홍범도 장군 묘역의 흙을 대한민국의 흙과 함께 허토했습니다. 헌화 역시 카자흐스탄의 추모화인 카네이션과 대한민국에서 추모의 뜻을 표하는 국화가 함께 사용되었습니다. 이런 예식에는 대한민국의 독립투사이자 카자흐스탄 고려인 사회의 정신적 지주였던 홍범도 장군을 기리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8월 17일 독립기념관에 홍범도 장군의 미공개 영상 자료가 기증되었습니다. 1922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공산당 국제대회인 원동민족혁명단체대표회 개막식을 촬영한 자료인데요, 190센티미터에 달하는 늠름한 홍범도 장군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귀한 영상입니다. 홍범도 장군은 우리 측 참가자 52명 중 고려군대 대표로 최진동 장군 등 7명과 함께 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김규식, 여운형, 현순, 김원경, 권애라 등의 독립운동가들이 아시아 식민지 대표들과 독립투쟁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이 대회에 참석했다고 하죠.

 

출처 - YTN

 

이번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을 계기로 세계 각지의 애국지사 유해 봉환과 이를 중심으로 퍼져 있는 고려인, 조선인, 한국인 사회에 대한 지원을 고려할 때입니다.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10만 명 정도입니다. 130개의 소수민족이 있는 이곳에서 고려인은 9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합니다. 박노자 교수의 지적대로 홍범도 장군 부대원들의 후손이 포함된 재한 고려인들에게 간이 귀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요.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으로 영구 귀국을 원하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체류권만 부여하고 있는 실정이죠.

 

출처 - 연합뉴스

 

홍범도 장군을 포함해 광복 이후 지금까지 144분 독립운동가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고난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밝히고 독립유공자를 제대로 예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분들도 많고, 평가를 받았더라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애국지사의 유해가 많습니다. 이번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을 계기로 더 많은 애국지사들이 고국에서 영면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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