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과 연계되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던 버닝썬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빅뱅의 승리가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승리는 성매매 알선과 특수폭행 교사 등 9가지 혐의를 받았는데요. 군대로 도망쳐 군사 법원의 재판을 받다가 다음 달 만기 전역을 앞두고 실형을 선고받아 전역이 불가능해졌습니다. 항소할 경우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출처 - JTBC
일단 법정에서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성매매 알선 혐의도 인정됐고 2015년 술집에서 시비가 붙자 조폭을 불러 위협을 가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버닝썬 자금 약 5억을 횡령하고 상습적으로 해외 도박을 한 혐의 등도 모두 인정됐고요. 문제는 9가지 혐의가 모두 인정됐는데도 고작 징역 3년밖에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군 검찰의 구형량도 고작 5년이었습니다. 게다가 군 검찰은 외국환거래법에 근거해 승리에게 몰수 또는 추징을 구형해야 했으나 관련 조처를 하지 않다가 지난 11일 뒤늦게 부랴부랴 군사법원에 추가 구형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멍청한 건지 봐주려다 들킨 건지 모르겠군요. 이대로라면 승리가 항소할 경우 형량은 더욱 줄어들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수순이 될지도 모릅니다. 사회를 뒤흔들었던 버닝썬의 주범 중 하나가 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성범죄에 지나치게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법원의 행태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승리가 징역 3년을 받기 하루 전인 지난 11일에는 여성 종업원에게 2년여간 무려 850여 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강요한 남매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니까요. 이때도 초범인 점과 반성하고 동종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양형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이유로 인한 감형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타인을 짓밟아 돈을 번 자들이 아니라 배고픔 끝에 빵 한 조각을 훔친 사람에게나 적용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출처 - KBS
그 이전에는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항소심 판결도 있었습니다. 항소심에서도 정경심 교수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좀 바뀌었습니다. 1심에서 유죄로 봤던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이 때문에 벌금이 5억에서 5000만 원으로 10분의 1이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징역 4년은 표창장 위조 등 입시비리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받은 형벌입니다. 한동안 논란이 된 숙명여고 교무부장도 같은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았고, 국정농단의 한 축 중 하나였던 최순실-정유라의 이대 입시비리도 징역 3년형이었죠. 한편 대통령이 탄핵되고 엄청난 뇌물을 바친 삼성 이재용의 최종 형량도 2년 6개월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재용은 가석방까지 되었죠. 앞서 살펴본 대로 수많은 여성의 존엄을 짓밟고 횡령, 도박, 조직폭력 등을 동원한 승리도 징역 3년입니다.
출처 -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정경심 재판의 경우 증인이 스스로 위증을 자백했는데도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표창장 위조에 관한 부분도 포렌식 전문가는 부를 생각도 없이 그냥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국민들의 법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들쭉날쭉한 양형을 두고 법조계와 언론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거셉니다. 지난 8월 11일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한 서기호 변호사는 "재판부가 하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잘못 판단한 게 인턴십 확인서에서 세미나가 가장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그 중요한 행사에 조민이 참석한 것으로 친구들이 증언을 바꿔버리니까 그것은, 세미나는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바꿔버렸지 않았습니까? 이 인턴십 확인서에서 5월 1일부터 15일까지 매일같이 뭔가를 해야지 그 기간이 진실이고 그렇지 않으면 허위고 이렇게 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행사인 세미나 참석 여부에 대해서 재판부가 판단을 비껴 가버린 건 굉장히 책임 회피다라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그 세미나 참석 여부 가지고 그동안 언론들이 얼마나 많이 그걸 시비를 걸었습니까? 그거 참석했냐, 안 했냐 가지고 계속 보도를 했어요. 그게 아주 그냥 뭐 대문짝만 하게 보도가 됐고 그게 인턴을 안 했다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고 계속 공격을 하고 아니면 보도를 했었잖아요. 그러면 증언이 바뀌었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 보도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비슷한 형태로.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과연 지금 그렇게 엄청난 지면을 활용해서 보도를 했던 언론사들이 과연 그 부분은 제대로 보도하고 있느냐. 저는 이 부분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언급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경심 교수 항소심 재판을 언급하며 대법원에 상고하여 다투겠다고 밝혔죠.
출처 - 연합뉴스
전문가와 국민들은 일관성 없는 양형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짬짜미로 나라를 흔드는 법조 카르텔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같은 12일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항소심 공판에서도 무죄를 받았습니다. 아무리 혐의가 드러난들 판사가 판사를 처벌하지 않고 봐주는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입니다. 검찰은 어떻습니까? 기소권을 쥐고 흔들며 선별적 정의를 휘두르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11월 해외출장 부당 특혜 의혹이 제기된 국회의원 23명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됐으나 2년이나 시간을 끌며 항고와 재항고마저 기각하다 검찰은 2021년 7월 28일에야 기각 통보를 했습니다. 국회의원 비리에 대한 수사를 자기 입맛에 안 맞는다며 거부한 겁니다. 이젠 고발 사건에서 더 이상 다퉈볼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혐의가 명백해도 검찰이 수사를 거부해버리면 범죄가 아닌 게 되어버리는 셈입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이런 검찰의 불기소 방망이는 주로 권력층 범죄에서 등장합니다. 하나고등학교 편입학 입시 때 딸 관련 부정 청탁 의혹을 받아온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에 대해 검찰은 지난 7월 26일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습니다. 고발 이후 2년 동안 시간을 끌다 공소시효 만료를 코앞에 두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동아일보 사장 딸에게 불공정 입시 혜택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 하나고 관계자들도 모두 불기소 처분이었습니다. 수사 결과 입시 평가위원이 아닌 제3의 인물이 평가표를 대필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입시부정에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려 재판에 가보지도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같은 입시 부정 관련 사안인데 누군가는 표창장 위조 의혹으로 징역 4년을 받고 누군가는 아예 재판조차 열리지 않는 이런 고무줄 같은 잣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결국 정치, 경제, 언론 권력과 법조 카르텔이 상부상조하며 그들의 권력을 공고히 지키고 있다는 소립니다.
출처 - 뉴스타파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이자 전 검찰총장인 윤석열과 관련된 '변호사 소개 의혹'의 당사자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2012년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금품을 제공한 언론인 16명의 명단을 경찰에 제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세무서장으로 재직할 당시 다수의 언론인과 골프를 치며 골프비를 제삼자에게 대납시킨 사실도 시인했습니다. 경찰과 검찰, 언론인들에게 뇌물성 금품과 선물을 뿌렸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바도 있죠. 윤우진 사건은 사실상 검찰, 경찰, 언론의 복합 비리 사건입니다. 여기에는 검찰이 경찰 수사를 방해한 의혹도 포함되어 있죠.
출처 - 뉴스타파
또한 《뉴스타파》 보도에 의하면 인천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Y 씨는 윤우진 전 서장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2020년 11월 검찰에 내고 진술조서도 작성했습니다. 처음엔 수사 의욕이 있던 검찰이 검사가 얽힌 얘기가 나오자 안면몰수를 합니다. 자신이 윤우진 전 서장에게 강제로 불려 다니며 전현직 검사들에게 식사비와 골프비를 대납하는 스폰서 노릇을 강요받았다는 거죠. 검찰은 3~4달을 아무 이유 없이 흘려보내고 이 사이에 윤우진 본인이 Y 씨에게 직접 접근해 1억 원이 넘는 수표를 건네며 회유했다고 합니다. 이는 영상으로도 찍혀있죠. 이렇게까지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도 검찰의 윤우진 수사는 10개월 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위의 수많은 사건들처럼 2년 동안 세월아 네월아 하다가 또 불기소처분을 할 생각인가 봅니다. 많은 국민의 염원을 담은 공수처가 출발했지만 눈에 띄는 검경 개혁은 요원해보입니다. 사법개혁 역시 지지부진합니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재판과 공평한 조세 제도는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두 축 중 하나인 재판이 과연 공정한가요? '법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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