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갇힌 지 보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낮 기온이 35도를 넘어가는 것도 예삿일이 되었죠. 아직 8월 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2018년에 맞먹는 역대급 폭염이 올여름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합니다. 캐나다의 한 마을은 49.6도라는 살인적인 기온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폭염으로 인해 화재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현재 뜨거운 공기가 반구 형태를 이루어 지표면을 달구는 이른바 열돔 현상으로 찜통더위를 겪고 있습니다.
출처 - KBS
여름이면 익숙했던 장마대신 갑작스럽게 쏟아지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쨍쨍해지는 국지성 폭우가 빈발하는 상황입니다. 예전과는 다른 이상함을 느끼는 날이 많아집니다. 최근 중국 정저우시에는 거의 1년 치에 해당하는 624mm의 비가 하루 만에 내려 20만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했습니다. 한편 유럽에서 발생한 폭우로 서부 독일에서는 177명, 벨기에에서는 37명이 홍수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처럼 나라와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전 세계가 기후 재난을 겪고 있습니다.
출처 - Columbia Riverkeeper
살인적인 폭염을 기록한 캐나다와 미국 사이를 흐르는 컬럼비아강 지류에서는 연어들이 뜨거워진 물속에서 몸이 익은 채로 헤엄치는 모습이 공개되어 충격을 안기기도 했죠. 이 영상은 미국 환경보호단체인 '컬럼비아 리버키퍼'가 지난 7월 27일 공개한 것입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강의 수온이 21도를 넘어가자 연어들의 몸에 흰 곰팡이가 피기도 하고 살이 익어 붉게 물든 상처를 가진 채 헤엄을 치는 연어들도 포착되었습니다. 미국 수질오염방지법에 따르면 컬럼비아강의 수온은 20도를 넘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태평양에서 회귀하는 연어들에게 치명적인 온도이기 때문이죠. 사람으로 따지자면 체온보다도 높은 38도의 뙤약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위에서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은 고통을 연어들이 겪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폭염으로 해양동물이 10억 마리 이상 폐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출처 - KBS
우리나라도 폭염으로 많은 피해를 보았습니다. 폭염을 못 견디고 닭 22만 마리, 돼지 5000여 마리가 폐사했습니다. 채소가 말라 죽은 탓에 가격이 폭등해 시금치 가격은 작년의 두 배 수준입니다. 열돔 폭염으로 인해 올여름 현재까지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최근 3년 사이에 가장 많은 수라고 하죠.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앞으로 닥칠 더 큰 기후 재난을 막기 위해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입니다.
출처 - 이데일리
하지만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각계에서 여전히 나몰라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영국 왕실은 기후대응법을 면제해달라고 몰래 로비를 했다가 들통났습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올해 초 기후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 에너지 법안 제정을 추진했습니다. 별도 화석연료 보일러를 대신하여 주택이나 기업체가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이나 당국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영국 왕실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많은 토지를 소유한 여왕이 이 법안에 의해 토지가 수용될 수 있다고 여겨 여왕 동의권을 발동했습니다. 녹색 에너지 법과 관련해 여왕은 법안 적용에 예외로 두기로 하는 수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킨 겁니다. 법 위에 왕실이 군림하면서 입헌군주제라는 의미가 퇴색하기도 했고, 현실적으로 여왕 소유의 토지가 가장 많은 상황인데 이를 예외로 둔다면 사실상 녹색 에너지 법 자체의 효력이 크게 반감되고 말 것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먼 나라 이야기라고 영국 왕실을 욕하고 끝날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26일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을 지구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세계적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로 인정된다면서 세계자연유산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유명한 갯벌 중 하나인 새만금이 빠졌습니다. 어느 갯벌보다 넓고 생태계 보전을 위해 지정이 시급한 곳인데 왜 빠진 걸까요?
출처 - 오마이뉴스
군산시가 2023년 세계 청소년 잼버리 대회를 이곳 새만금에서 개최하겠다며 갯벌을 밀어버리고 야영장을 만드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종식이 언제 될지, 종식된다고 한들 바로 세계적인 이동이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강행한 것처럼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새만금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환경을 파괴한 곳에서 잼버리 대회를 연다면 다음 세대에 기후 재난을 맞이할 청소년들에게 부끄럽지 않을까요? 다른 한쪽에서는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사업을 하겠다면서 갯벌을 밀어버리고 있습니다. 이런 이율배반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출처 - 새만금개발공사
새만금은 방조제에 갇혀 썩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수질개선을 하겠다며 4조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개선이 되지 않고 있죠. 그런데 군산시는 제대로 열릴지 알 수 없는 국제 대회를 위해 유독성 제강슬래그를 13만 톤 넘게 들이붓고 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기후 재난을 재촉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출처 - MBN
코로나19로 인해 플라스틱 생활쓰레기 양이 급증하자 일상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정부 기관의 무신경함 때문에 그런 노력이 무의미해지는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요즘 환경을 생각해 비싸지만 생분해되는 친환경 컵을 쓰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환경을 생각해 다소 비싼 가격이어도 이런 양식 있는 매장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반 플라스틱 컵보다 세 배나 비싼 친환경 컵을 쓰면 수거업체가 이를 수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매립하면 180일 안에 썩는 옥수수 전분 컵의 경우 환경부 지침은 재활용품으로 내놓지 말라는 것입니다. 재활용품으로 내놓지 말라고 하니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릴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수거업체는 가져가질 않습니다. 수거업체 입장에서는 재활용을 해야 하는 플라스틱 컵인지 친환경 컵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워 소각장에 가져갔다가 영업 정지를 당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합니다. 친환경 컵을 구분하자면 별도의 숙련공을 고용해야 하는데, 인건비 부담 때문에 영세한 업체의 현실에선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지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꼬이다 보니 지자체에서는 차라리 친환경 컵 대신 일회용 컵을 쓰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고 대국민 홍보도 제대로 안 되다 보니 현실에선 친환경 제품이 되레 천덕꾸러기가 되는 상황입니다.
출처 - IPCC
기후 재난의 명백한 징후가 포착되는 가운데 오는 8월 9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차기 보고서가 출간될 예정입니다. IPCC는 1988년에 결성되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과학적 자료와 잠재적 선택지를 평가해 세계 정치인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보통 6~7년 주기로 제공됩니다. 지난 30년 동안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사이 IPCC는 이를 과학적으로 요약하고 영향을 평가해 인류의 삶에 미칠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IPCC 자체가 세계 195개 정부 대표들로 구성되어 있어 과학기구이자 각국 정부가 참여하는 독특한 기구입니다. 과학적인 방법을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협의하고 시행할 수 있는 플랫폼 성격을 띠고 있다는 얘깁니다.
출처 - 기상청
이번 IPCC의 보고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평가됩니다. 현재 빈발하는 폭염, 폭풍, 홍수, 가품 등 극단적 기상 이변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처음으로 제공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해수면 상승과 북극, 남극의 상태에 대한 새로운 정보, 그리고 금세기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할 실질적 가능성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 전망입니다. 점점 현실화하는 기후 재난을 두고도 여전히 미온적인 각국 정부를 향해 향후 발간될 보고서가 변화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출처 - 환경운동연합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기후위기는 인류가 지금까지 겪은 모든 위험과 질적으로 달라 통제와 회복을 할 수 없다. 담대한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인식한 첫 세대이자 기후위기를 끝낼 마지막 세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
아이들과 방학 때 지구의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생각비행이 펴낸 책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