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개막식을 하루 앞둔 상황이지만 점점 혼돈의 도가니로 빠지고 있습니다. 무토 토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7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막판 취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감염자 수를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주최 측인 IOC와 협의할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취소는 절대로 없다고 못을 박던 입장에서 다소 물러선 겁니다.
출처 - MBC
이제는 모두가 아는 얘기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은 스가 일본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권력층과 IOC 이외에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올림픽입니다. 일본 국민의 절대다수도 올림픽 취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1년을 연기한 올림픽인지만, 현재 개최지인 도쿄에 확진자가 급증하는 중이고 올림픽 기간 내내 긴급사태를 발령한 상태입니다. 올림픽 선수촌 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는데요, 7월 22일 현재 코로나19 감염자는 87명으로 늘었습니다. 폐 기능 저하 등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기도 하는 코로나19의 증상을 생각해보면 운동선수로서는 선수 생명을 저당 잡힌 셈입니다.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 도쿄올림픽은 무관중 개최로 결정됐고, 세계 각국 정상과 주요 스폰서는 개막식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최고위 스폰서인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NTT, NEC, 후지쯔 등 일본 주요 기업이 불참을 선언했고 JAL 역시 불참을 고려 중입니다. 도요타는 올림픽 관련 일본 내 TV 광고도 보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일본 내 반대 여론이 커진 상황이어서 참석한들 기업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출처 - KBS
일본 시민들의 방역 의식이 좋은 편도 아니지만, 해외 선수들도 비슷합니다. 선수촌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다니는 이는 우리나라 선수 정도밖에 없다고 하죠. 선수촌 내 감염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IOC 측은 내심 미소 짓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IOC의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수입은 총 57억 달러(약 6조 5464억 원)인데, 그중 73%가 방송 중계권료였다고 합니다. 미국 공영방송 NBC는 2022년부터 2032년까지 6개 올림픽을 미국 내 독점 중계하는 대가로 76억 5000만 달러(약 8조 7860억 원)를 IOC에 지급한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신음하는데도 IOC는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며 수익을 뽑아먹고 책임과 손실을 일본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일본 조직위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올림픽 개최만 달성하면 IOC에 거액의 방송 중계권료가 들어간다. 관중의 유무와 인원수로 IOC의 배는 아프지 않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IOC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도쿄올림픽은 준비 단계부터 혼돈의 연속이었습니다. 2015년 발표한 도쿄올림픽 공식 엠블럼은 표절 의혹에 휘말려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모리 조직위원장이 여성 폄훼 발언으로 사임했고 뒤를 이은 세이코 조직위원장 또한 과거에 선수를 성추행한 사실 때문에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사사키 개막식 총감독 또한 여성 외모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죠.
출처 - MBC
한편 도쿄올림픽 개막식 작곡가 오야마다 케이고는 학생시절 장애 학생에게 인분을 먹이고 옷을 강제로 벗기는 등 엽기적인 집단 괴롭힘을 주도했습니다. 이 사실은 폭로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잡지 인터뷰에서 자랑스럽게 떠벌린 것입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일을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무토 도시로 올림픽조직위 사무총장이 충분히 사죄하고 반성했으니 작품 활동을 유지하고 공헌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오야마다 케이고를 두둔하는 바람에 논란이 증폭됐습니다. 패럴림픽에서도 사용될 곡을 장애인을 엽기적으로 괴롭힌 가해자에게 맡긴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요? 개막식을 일주일도 안 남기고 논란이 재점화하자 결국 작곡가인 오야마다 케이고는 사퇴했습니다.
출처 - YTN
도쿄올림픽의 문제를 거론하자면 끝이 없지만 그중에 빼놓을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은 바로 후쿠시마산 식자재입니다. 우리나라는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선수촌 밖에 호텔 하나를 통째로 빌려 급식센터를 설치하고 영양사와 조리사 등 20여 명을 데려가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죠.
출처 - YTN
지난 7월 20일 마루카와 다마요 올림픽담당상은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피해 지역의 식재료는 관계 법령에 근거해 안전성이 확보돼 있다"며 "방사성 물질 오염을 이유로 자국 농산물을 반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17일 자민당의 사토 마사히사 외교부 회장은 "식자재는 대접하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며 "후쿠시마현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출처 - YTN
그러나 3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일본 선수단이 식중독 예방 등을 이유로 자기네 선수단을 위해 별도 일본 음식 제공 시설을 운영했던 대응을 생각하면 '적반하장', '내로남불'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더구나 국제 이벤트에서 '한식 도시락'이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제공한 바 있으니까요. 일본은 애초 이번 도쿄올림픽을 동일본 대지진의 상처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식자재의 방사능 수치를 검사하는 등의 사소한 일에도 일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겠지요.
출처 -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졸렬한 일본은 혐한 극우단체를 통해 우리나라 선수단이 선수촌에 걸어놓은 이순신 장군의 글귀를 정치적이라는 이유를 들먹이며 끌어내렸습니다. IOC 측은 현수막에 인용된 문구가 전투에 참여하는 장군을 연상시킬 수 있으므로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치, 종교, 인종적 선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조항에 근거한 것이죠. 대한체육회는 이순신 현수막을 철거하면서 욱일기에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IOC의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욱일기에 정치적 주장이 담겨 있지 않다며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여론전에 나섰습니다. IOC의 묵인과 일본의 뻔뻔함은 올림픽 기간 내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범기까지 등장하는 마당에 도쿄올림픽을 과연 평화와 화합의 제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출처 - 반크
외신들은 도쿄올림픽이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의 패망을 딛고 일어선 1964년 도쿄올림픽과 달리 이번 올림픽이 명백히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경기 입장권을 팔지 못해 8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데다 코로나19로 관광 또한 멈췄기 때문입니다. 올림픽 후원사들 입장에선 이미 30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투자 대비 수익은 미미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선수촌 확진자가 두 자릿수를 넘어가는 등 일본 방역의 허점과 공백도 점점 커지고 있죠. 하지만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방역보다 올림픽 개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IOC 또한 공중 보건을 도외시한 채 중계권료 수익을 우선시하고 있으니 일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 계대욱
최선의 선택지는 지금이라도 도쿄올림픽을 취소하는 것이겠습니다만, 올림픽 참가와 성과에 의해 인생이 결정되는 선수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결국 올림픽 기간 내 철저한 코로나19 방역과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여야 합니다. 세계인의 화합을 위한 제전이라는 올림픽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을 보면 입맛이 씁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이 재앙으로 끝난다면 그 책임을 과연 누가 질 수 있을까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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