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지난 7월 7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75명 나왔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강타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국내에서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은 확진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죠. 더 큰 문제는 이게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9일에는 1316명, 10일에는 1378명으로 확진자가 느는 추세이기 때문이죠. 4차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출처 - 다음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1일 현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324명 발생했습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1280명, 국외유입 사례는 44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9일부터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1300명대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진원지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입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주말 강남 한복판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관에서 터진 집단감염으로 강남 쪽 선별진료소는 사람들이 수 킬로미터 줄을 서서 진단을 조기 종료해야 했을 정도였죠. 그 이전 한 주에 터진 홍대 클럽과 원어민 강사의 델타 변이 확진 및 집단감염까지, 주로 활동성이 강하고 방역 의식이 낮은 젊은층의 확진자가 많아지는 추세였습니다.

 

출처 - JTBC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8일 브리핑을 통해 현 수준이 유지될 경우 "1400명 정도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고, 더 악화될 경우 20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이대로라면 확진자 수가 1주일 이내에 하루 평균 1300~1500명에 도달할 수 있고 2주 후에는 2000명의 확진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현재 국내 백신 접종률은 1차 30%, 2차까지 완료율은 10% 수준입니다. 그런데 새로 유입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 1회 접종만으로는 막기 어렵고 2회까지 접종했다고 하더라도 예방 효과가 조금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죠.

 

출처 - 연합뉴스

 

장기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에 지쳐 사람들의 경각심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잘못된 신호를 내보낸 것이 이번 4차 대유행의 일차적인 문제였습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부는 7월 1일자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백신 1차 접종만 해도 모임 인원 제한의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한다는 메시지 또한 오랜 피로감에 지친 사람들의 방역 의식을 저해하는 데 한몫했습니다. 그 결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확진자 증가세가 나타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나마 각계의 요청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일주일 늦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만약 지난 7월 1일자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상태로 지금과 같은 폭발적 확진 증가세를 맞이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었습니다.

 

출처 – 더팩트

 

수도권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책임을 지려고 하기보다 변명하기에 급급합니다. 애초 오 시장이 독자적인 방역정책을 펼치기 불리한 상황에서 일해왔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겠죠. 오 시장은 지난 4월 22일 중대본에 '서울형 상생방역' 협의안을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10일 발표된 상생방역은 마포구와 강동구의 헬스장, 실내 골프연습장을 대상으로 영업시간을 기존 오후 10시에서 자정까지 연장하는 것이 그 내용이었으나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의미를 잃고 말았죠. 오 시장 집권 이후 서울시 방역 대책의 또 다른 핵심은 자가검사키트였습니다. 이 역시 업종별 영업시간 연장이 목표였으나 상생방역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으면서 콜센터·물류센터·기숙학교 시범사업 수준에 그쳤습니다. 오 시장 입장에선 '오세훈표 방역'이 사실살 시행된 적이 없기 때문에 섭섭함을 토로하며 모든 책임을 정부 측으로 돌리려고 합니다. 

 

출처 - 서울경제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오세훈 시장의 수준 낮은 방역 의식과 무능함으로 정부와 엇박자를 낸 것 자체가 코로나19 4차 확산세의 단초였음을 부인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요? 오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전문가들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자가진단키트로 세금을 낭비했고, 갑자기 서울시내 병원 직원 코로나검사 지원을 중단해버렸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중증환자 병실 운용 병원에 지원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인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지난 7월 8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구청장들 간 긴급 현안회의에서 "지난 6월 3차 대유행이 완화하면서 역학조사를 적극적으로 했던 서울시와 자치구가 역학조사 인력을 축소했다"며 "최근 감염경로 불명 확진자 비율이 50%를 넘은 것도 그런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서울시의회 김호평 의원은 지난 7월 1일 개최된 서울시의회 제301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오세훈 시장이 취임 이후 총 31회 개최된 국무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한 적이 단 2회에 불과했다면서 오 시장이 직능단체 모임 등에 참석하는 데는 열중했으나 코로나19 방역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하여 생활방역의 실천과 이와 관련한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한데 6월 30일의 구청장협의회 전에는 오세훈 시장이 단 한 번도 일선 구청장들과 긴밀히 협조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지적했습니다. 김호평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자신의 공약 이행에 몰두함으로써 코로나19 방역에는 매우 소홀하였고, 이는 결국 최근의 서울시 확진자 급증의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겉치레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위험성에 대한 내부적인 인식 자체에서부터 내실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출처 - 뉴스프리존

 

총 31회 중대본 회의 중 단 두 차례만 참석한 오세훈 시장은 지난 7일에는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미 하원의원을 만나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고 하죠. 확진자가 급증하는 시국에 대통령도 아닌 서울시장이 다른 나라 하원의원을 만나서 대체 뭘 하려 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 와중에 사적 모임과 집회금지 해제까지 했으니 코로나19를 퍼뜨리려고 했던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정황입니다. 그러고는 인제 와서 구청장들을 닦달하니 구청장 입장에선 기가 막힐 수밖에 없죠.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오 시장 본인이 예산을 삭감하고 인력을 줄여놓고는 적반하장 격으로 나오니까 말이죠.

 

출처 - 연합뉴스 

 

이동진(사진 오른쪽 위) 도봉구청장은 지난 8일 서울시청-자치구 간 영상회의로 열린 서울시·자치구 코로나19 특별방역대책회의에서 "수도권에서 서울시가 확진자 수가 제일 많은데, 확진자 1인당 검사자 수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적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이는 역학조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 구청장은 지난 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서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데도 역학조사가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3차 대유행 당시 지원했던 (역학조사) 인력을 줄였던 측면도 있고, 전체 사회적으로 좀 느슨해진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중대본은 지난 4일 서울시의 확진자 1명당 밀접 접촉자 분류건수가 7.9명으로 전국(10.9명), 경기(9.1명)보다 적다는 점을 들어 "역학조사가 미흡해 방역망이 좁고, 숨은 감염자를 놓치고 지역사회 전파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결국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12일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기준에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수도권에서는 오후 6시 이후로는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됩니다. 설명회나 기념식 등 행사도 금지되며 1인 시위 외 집회 역시 전면 금지됩니다. 결혼식과 장례식은 친족만 참석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상생활이 대단히 제한되는 단계에 진입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을 필두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4단계 방역 기준에 대한 불만도 제기됩니다. 거리두기 3, 4단계로 격상되면 헬스장 같은 실내체육시설은 러닝머신과 음악의 속도까지 제한을 받기 때문입니다. 러닝머신은 시속 6km 이하, 줌바, 스피닝 등 음악을 틀어놓고 단체로 동작을 맞춰서 하는 운동은 음악 속도를 100~120bpm으로 유지해야 하죠.

 

출처 - YTN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열심히 수행해온 시민들로서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여러 차례 코로나19 대확산의 주범이었던 학원이나 교회, 특히 룸살롱, 클럽 등의 유흥업소는 여태까지 지자체의 자율 규제에 그쳤는데 시민들에게는 음악 속도까지 제한하며 지키라고 하니 말이죠. 이에 대해 정부는 안 그래도 음성적인 영업이 흔한 이 업계에 완전 집합금지를 내려버리면 오히려 더 숨어버려 방역과 추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궁여지책의 설명을 내놓긴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의 불공정함에 지친 일반 시민들은 불만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던 때 인센티브를 거론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책을 펴려 했던 정부의 대응을 돌아보면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4차 대유행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빨리 확산세를 꺾을 방법은 철저한 거리두기, 생활방역 준수, 정부와 지자체의 적절한 대응밖에 없습니다. 이제 와서 무너진다면 지금까지 참아온 1년 6개월의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지 않겠습니까?

댓글(3)

  • 2021.07.11 12:01 신고

    오세훈 시장이 당선 되며 유흥업소 방역을 완화한다는 일성에 걱정을 했는데 이런 사태가 ... 😭

    • 2021.07.12 15:36 신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일관되게 '방역 완화'를 외쳤습니다. '서울형 상생방역'이 시민의 긴장감을 무너뜨린 것도 분명합니다. 이 부분에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 2021.07.12 16:31 신고

      맞는 말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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